• 검색

[뛰는 기름값]②발등에 불 떨어진 기업들

  • 2018.06.05(화) 11:20

석유화학·항공 등 유가변동 취약
원재료 비싸져도 제품價 반영못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볼 정도로 오르면서 산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국내 산업구조상 유가상승은 곧바로 기업 채산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몇년간 호황을 누린 석유화학업체들이 가시방석이다.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주 원료로 제품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업체들은 매출원가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 원가상승분을 제품가격에 전가하지 못하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실제 올해 1분기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의 영업이익은 유가상승 여파로 전년동기대비 두자릿수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정유업체는 유가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걱정한다. 국제유가가 비싸도 이를 정제해 판매하는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충격을 피해갈 수 있다. 원유가격이 오르면 오른만큼 휘발유와 경유가격 등에 전가하면 되기 때문이다. 곧 정유사 수익성은 유가 수준보다는 정유사들끼리 경쟁에 의해 정제마진(원유가격과 정제 후 제품가격의 차이)이 얼마나 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문제는 단기간에 원유가격이 급변동할 때다. 비싼 값에 원유를 들여왔는데 시세가 돌연 하락하면 재고 관련 손실이 늘어날 수 있다. 고유가가 장기화돼 석유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것도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

항공·해운업계는 연료비가 발등의 불이다. 연료비가 올랐다고 운항하던 노선을 갑자기 줄일 순 없기 때문에 유가상승은 고스란히 비용증가로 이어진다.

대한항공은 한해 유류소비량이 3300만배럴에 달한다. 유가가 1달러 오르면 3300만달러(약 340억원) 손실이 발생한다. 이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 목표가 1조7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가가 1달러 오를 때마다 영업이익이 2% 가량 감소하는 셈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업계 전체적으로 볼 때 영업비용의 30% 가량을 유류비가 차지해 유가상승에 따른 실적 변동이 크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물론 전체 유류소비량의 30%는 파생상품을 통해 헤지(가격변동위험을 없애는 것)하고, 이용객에게 유류할증료를 부과해 유가상승 부담을 덜기도 하지만 고유가가 지속되면 전반적인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요금이 오르면 이용객들의 수요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조선·중공업업계는 유가상승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이다. 바다에서 원유와 천연가스를 뽑아내는 해양플랜트나 대형 유조선 등의 발주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의 체감분위기는 이와 동떨어져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발주처(해운선사)들은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응해 탈황장치를 부착할지 아니면 새로운 원료를 사용하는 선박을 발주할지에 대한 고민을 주로 한다"며 "올해나 내년 체결할 계약들은 이미 몇년전부터 진행왔던 수주건이 대부분으로 유가상승에 따른 수혜를 예상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르면 국내경제에서 소비는 0.8% 줄고, 투자는 7.6% 감소한다. 연구원은 특히 유가가 10% 오르면 석유화학과 운송뿐 아니라 반도체·전자·자동차와 같은 주력산업에서도 생산비용이 0.1~0.4% 증가하는 등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