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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사우디는 기름값 왜 그랬을까?

  • 2018.07.04(수) 18:24

이란 제재 틈타 사우디 정부 원유 할증료 올려
亞 할증료 최대…중동 원유의존도 높아 '불똥'

원유가 지역별로 다른 가격에 공급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각 산유국들은 세계 3대 유종인 두바이유, 북해산 브렌트유,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가격을 기준으로 여기에 웃돈을 얹거나 깎아주는 식으로 원유를 공급합니다. 이를 공식판매가격, 영어 약자로는 OSP(Official Selling Price)라고 합니다.

산유국이 붙이는 OSP가 높다면 원유 도입단가가 그만큼 비싸집니다. 자가용 가지신 분들 모두 휘발유 가격에 관심이 많으실 텐데요. 이 휘발유가격은 단순히 국제유가 뿐만 아니라 산유국들이 붙이는 OSP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국내 정유업계는 사우디를 주목합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원유 수입량은 총 11억1817만배럴로 이 가운데 사우디산 원유는 3억1922만배럴로 전체의 28.5%를 차지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많이 수입하는 건 이란산 원유입니다. 1억4787만배럴로 수입비중이 13.2%를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최근 사우디가 OSP를 올렸다는 겁니다. 웃돈 받고 판다는 건데요. 이번달 아시아 지역에 사우디가 공급하는 원유의 일종인 경질유에 붙는 할증료(OSP)가 배럴당 2.1달러로 지난달보다 0.2달러 올랐습니다. 2014년 8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그런데 다 올린 게 아닙니다. 다른 지역의 이번달 OSP를 살펴보면 ▲미국(배럴당 0.9달러) ▲북서 유럽(배럴당 -2.4달러) ▲지중해(배럴당 -2달러) 등으로 오히려 깎아주는 경우가 눈에 띕니다.

판매가격을 올린 가장 큰 이유는 아시아 지역 원유 수요가 중국을 중심으로 넘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원유 수입량이 하루 평균 840만배럴로 미국(790만배럴)을 제치고 최대 수입국이 됐습니다. 사우디가 원유가격 할증료를 더 내라며 큰소리 칠 수 있는 배경이죠.

그런데 사우디가 아시아 지역에 공급하는 원유의 OSP를 매달 올린 것 만은 아닙니다. 올해 1분기 배럴당 1.65달러를 유지하다가 4월에는 1.1달러로 낮췄습니다. 아시아 지역에서 원유 수입처를 미국 등으로 다변화하자 위기감을 느낀 사우디가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달 아시아 지역 OSP를 인상한 건 왜 그랬을까요.

힌트는 연일 언론의 주목을 받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이란 핵합의를 파기할 것이라고 했고 실제 지난 5월 핵합의를 파기했습니다. 당연히 경제제재도 강화하겠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유럽, 아시아 동맹국, 중국, 인도 등에 이란산 원유 수입중단을 요구했습니다.

사우디로선 경쟁자가 사라지는 겁니다. 이제 '이 가격에 살테면 사고 싫으면 사지마'라고 배짱을 부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OSP가 고공행진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원유 도입단가가 높아지면 국내 정유사들도 고민을 떠안게 됩니다. 마냥 휘발유, 경유, 등유에 비용인상분을 전가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요. 또 사우디가 세계 최대 산유국인 만큼 다른 중동 국가들도 줄줄이 아시아 지역 원유 공식판매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원유 수입국을 다변화한다 해도 단기간에 효과를 내기란 어렵습니다.

자가용 소유자들도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6월 넷째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1607.8원을 기록했는데요. 최근 석유 수출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의 증산 결정에 2주 연속 가격이 하락했지만 사우디 원유 공식판매가격이 오르면 낙폭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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