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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경기둔화 축소판…車산업 뒤로 달린다

  • 2018.10.10(수) 17:03

올 1~9월 완성차 생산량 300만대 밑돌아
금융위기 이후 9년래 최악 성적표 예고

한국 자동차 산업이 후진하고 있다. 국내 생산량이 뒷걸음질친 지는 이미 오래다. 더 큰 문제는 수년째 수출 침체에 이어 올해는 내수마저 꺾일 조짐이라는 점이다. 

 

그나마 규모가 큰 완성차 업체들은 매출과 이익이 줄어드는 수준이지만 2·3차 협력업체들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경기 둔화 경고음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한국 경제의 축소판이자 암울한 예고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1~9월) 완성차 7개사(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한국GM·르노삼성차·타타대우·대우버스)의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89만9556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생산량이 300만대를 넘지 못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44만1801대) 이후 9년 만이다.

 

최근 10년 중 정점을 찍었던 2011년 338만8833대와 비교하면 14.4%나 줄었다. 작년 같은 기간과 견줄 때도 8.4% 감소한 규모다. 올해 추석 연휴가 3분기 중인 9월에 있어 예년보다 생산이 줄었다는 해석도 있지만 이를 고려해도 부진한 실적이다.

 

생산이 줄면서 10년 이상 '빅5' 위상을 차지했던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상도 추락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인도에 밀려 6위로 한 계단 하락한 데 이어 올해는 7위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미 지난 8월까지 생산량 집계로 멕시코보다 0.4%(9739대) 적다.

 

수출 침체가 먼저 왔다. 국내 업체 완성차 수출이 가장 많았던 해는 3분기까지 233만9714대를 선적한 2012년이었다. 하지만 2016년 동기 수출 물량이 200만대 아래로 내려선 뒤 올해는 3분기까지 176만2923대에 그치고 있다.

 

수출은 전체 생산보다 감소폭이 더 급격하다. 2012년과 비교하면 24.7%, 작년과 비교하면 9.3% 줄어든 실적이다. 역시 2009년 148만6778대 이후 가장 9년 만에 가장 적은 수출량으로 3년 만에 다시 감소로 돌아섰다.

 

여기에 5년 만에 내수까지 꺾인 판이다. 3분기까지 국내 완성차업체 내수 판매는 113만2477대로, 작년보다 3.4%(4만176대) 감소한 실적을 냈다. 수입차의 국내시장 잠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안방마저 수입차들에 내주면서 판매량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게 뼈아프다.

 

이 같은 완성차업체들의 부진은 약한 고리인 부품 협력업체들을 더 빠르게 경영위기로 내몰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최근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울산지역 국가산업단지의 50인 미만 사업체의 공장 가동률은 2014년 80.3%에서 지난해 52.0%로 28.3%포인트 떨어졌다.

 

현장에서는 가동률이 낮아진 협력업체에서부터 일자리 불안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협력업체 계약직 등 아래서부터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우려스럽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 연말께부터 자동차 부품업체의 연쇄 도산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며 "완성차 업계의 수익률이 낮아진 상태에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부품 공급선을 다변화하다 보면 기존 국내 협력업체들이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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