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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인데 LPG 가격은 왜 떨어질까?

  • 2019.01.03(목) 15:26

두달 연속 국제가격 하락…미국 셰일가스 생산증가 영향
나프타 대비 경쟁력 강화…SK가스, E1 수익원 확대

액화석유가스(LPG) 업계엔 '동고하저(冬高夏低)'란 말이 있습니다. LPG 국제 가격이 겨울엔 올라가고 여름엔 내려간다는 의미입니다. 겨울 들어 난방용으로 LPG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대다수 물량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만큼 국내 LPG 시장도 이 공식을 따릅니다.


그런데 지난해말부터 겨울에 들어서도 국제 LPG 가격이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올해 11월부터 세 달 연속으로 프로판과 부탄 평균 가격이 떨어졌습니다. LPG 가격은 국제 시장의 '큰 손'인 사우디의 국영 기업 아람코가 매월 발표합니다.

 

 

국내 LPG 가격도 덩달아 떨어지고 있습니다. LPG 수입 업체인 SK가스와 E1은 지난달부터 국내 공급가격을 인하해 왔습니다. 제품 구매비용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왜 겨울에도 LPG 가격이 되레 떨어지고 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에서 시작된 '셰일 혁명' 때문입니다. 수압파쇄법(프래킹·Fracking) 등 신기술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미국 업체들이 셰일가스를 경쟁적으로 추출하고 있습니다.

셰일가스전에는 LPG 함량이 적게는 5%에서 많게는 20% 정도 인데요. 셰일가스를 많이 퍼낼수록 LPG 생산량도 늘어나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겠죠.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미국 셰일가스 추출량은 2010년 1400억 입방미터에서 지난해 4200억 입방미터로 3배나 뛰었습니다. 국내 업계의 수입 LPG 가운데 북미산 비중은 지난 2012년 2%에서 올해 9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76%까지 올랐습니다. 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 기간 89%에서 20%까지 줄었습니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하락한 것도 LPG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원유는 LPG와 같이 수송, 가정, 산업용에 두루 쓰이는 만큼 가격이 서로 연동되는 경향이 있는데요.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지난달 18일(현지시간)장중 배럴당 45.79달러까지 떨어지며 1년 4개월여만에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습니다. 원유 가격이 낮아지면서 LPG 가격도 덩달아 떨어지는 모습입니다.

저렴한 LPG 가격은 국내 수입사인 SK가스, E1에게 일부 긍정적으로도 작용합니다. 대표적으로 석유화학 업계에 프로판을 공급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정유사들이 원유를 정제하고 뽑아낸 나프타를 나프타 분해설비(NCC)에 넣어 제품을 만듭니다. 이때 NCC에 일정비율 프로판을 섞을 수 있는데, LPG 가격이 떨어질수록 대체재인 프로판 배합비율을 높입니다.


시장 상황도 그간 LPG에 우호적이었습니다. 나프타 가격은 지난해 연초부터 꾸준히 프로판보다 가격이 높았습니다. 11월에 프로판이 나프타 가격을 잠시 역전했지만, 12월 들어 다시 나프타가 더 비싸졌습니다. 그만큼 석유화학용 프로판 수요가 늘겠죠.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 국내 LPG 전체 소비량 가운데 석유화학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38.8%로 나타났습니다. 수송용(33.7%)과 가정·상업용(17.6%), 산업용(9.9%)를 제치고 여러 부문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수송용 비중을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LPG의 석유화학용 판매량이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국내 석유화학사의 납사 대체 LPG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LPG 업계에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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