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소비자용 액화석유가스(LPG) 차량규제 전면 철폐를 두고 주유소 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친환경차 열풍을 타고 LPG 충전소가 늘며 주유소의 생존권을 위협할 것이란 비관론, 인프라 부족으로 LPG 차량이 획기적으로 늘지 못해 충전소 확충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낙관론이 공존한다.
◇ 비어가는 곳간
한국주유소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2010년말 1만3000곳으로 정점을 찍었던 전국 주유소 숫자는 지난해말 1만1500여곳으로 약 11.5% 줄었다.
경쟁이 심화돼 주유소가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이란 말이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1995년 주유소 간 출점제한 해제, 2011년 알뜰주유소 도입 등으로 인한 공급과잉으로 주유소 평균 영업이익률이 1%에 불과한 것으로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최근 정유 4사 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S-OIL 브랜드 주유소들이 부지를 활용해 카페, 물류창고 등으로 활용하는 것도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목적이다.(※관련기사 : 기름만 넣던 주유소가 '실험장' 된 이유)
LPG 자동차 확대로 충전소가 더 늘어나면 한정된 내수 시장을 두고 경쟁해야하는 만큼 주유소 업계에게 부담이다. 지난해말 전국 LPG 충전소는 총 1967개소로 총 주유소의 17%를 간신히 웃돈다. 하지만 2001년 800여개소에 불과했던 충전소가 17년 새 2.5배 늘어난 만큼 성장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LPG 자동차 수요가 늘면서 경유차가 줄어들어 주유소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미풍에 그칠 것'
반면 주유소에 큰 타격이 가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과거와 달리 에너지 세제 환경이 바꼈고 LPG 자동차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선 LPG 가격이 다른 연료에 비해 덜 저렴해졌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01년 연간 자동차용부탄 가격은 리터당 440원으로 보통 휘발유(1280원), 자동차용경유(644.6원) 대비 최대 65.6% 저렴했다.
다만 정부가 수급조절을 목적으로 세금을 더 붙이기 시작해 지난해 자동차용부탄(874.5원) 가격은 휘발유(1581.4원)보다 55% 저렴한데 그쳤다.
한국석유유통협회 관계자는 "에너지세제개편을 거치며 LPG 가격도 올랐다"며 "과거 카렌스, 카니발, 카스타 출시 때와 같이 LPG 차량 수요가 집중돼 충전소가 확 늘어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주유소보다 깐깐한 규제도 충전소 확대 걸림돌로 거론된다. LPG는 휘발유, 경유보다 끓는 점이 낮아 이를 다루는 충전소 입지에도 제약이 많다. 충전소는 폭발위험으로 거리와 건물벽에서 최소 24m 이상 떨어져 설치해야 한다. 안전 거리를 최소 2m만 확보하면 되는 주유소보다 설치 기준이 엄격하다.
주유소 관계자는 "LPG 충전소는 안전 문제로 도심 외곽에 위치한다. 더군다나 충전소도 턱없이 부족해 LPG를 쓰는 택시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일반 소비자들이 이를 감안해 LPG 차량을 적극적으로 구매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