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에너지의 대체 에너지로 LPG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저유가로 인해 석유에너지 사용 부담이 줄었지만 유가는 변동성이 큰 만큼 대체에너지원 확보가 필요하다. 특히 미세먼지 농도 증가로 인해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고 가격도 싼 LPG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석유에너지보다 앞선 LPG의 가격 경쟁력, 다양한 활용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연료로써 LPG(액화석유가스)는 휘발유 및 경유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오염물질이 적어 환경 친화적이란 장점이 있다. 최근 미세먼지 주범으로 경유차가 지목되면서 경유차 대신 LPG차량을 친환경차 범주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정부는 LPG를 도시가스 공급이 어려운 산간 및 어촌 지역에 소형탱크나 배관망을 설치해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값싼 LPG를 지역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에너지 복지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LPG는 석유화학제품 원료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올레핀 계열 제품인 프로필렌은 프로판을 통해서도 생산이 가능한데, 최근 제품 수요가 늘면서 프로판을 원료로 프로필렌을 생산하려는 기업들도 늘고 있는 상태다.
▲ 그래픽: 유상연 기자/prtsy201@ |
◇ 오염물질 없는 연료
2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LPG 수요량은 1835톤(프로판·부탄)으로 집계됐다. 이 중 용도별로 보면 수송용이 917톤으로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이처럼 LPG 사용처 중에선 자동차용 연료로 가장 많이 사용되지만 실제 연료 시장에서 LPG 비중은 낮다.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 중 LPG 차량 비중은 10.9%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LPG차량이 경차와 RV(카렌스, 올랜도 등)에 불과해 선택의 폭이 좁고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상용차 등으로만 판매가 가능하다는 규제가 보급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한 탓이다.
하지만 미세먼지 농도 증가로 대기환경 오염에 대한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오염원 배출량이 적은 LPG가 친환경 연료로 다시 뜨고 있다. 이미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선 온실가스(CO₂ 등) 저감을 위해 LPG를 대응 에너지로 선택, 낮은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으로 이용을 장려하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 등은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질소산화물(NOx) 등이 배출된다. 반면 LPG는 화학적으로 단순하고 탄화수소로 연소시 완전 연소해 배출 물질이 거의 없으며 황(S) 함유량도 극히 적다. LPG가 친환경 연료로 꼽히는 이유다.
LPG는 가정 및 상업시설 등에서 난방이나 취사용 연료로도 사용된다. 우리가 흔히 보는 회색 LPG 가스통에 담겨진 프로판 가스가 그것이다. 일부 지역에선 도시가스 원료로 아파트 단지 등에 프로판을 공급하고 있으며 대형 산업체에서도 LPG 연료를 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시가스 배관 확보가 어려운 지역에 LPG 배관망을 설치, 연료를 공급해 에너지 복지 불균형 해소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부터 3000가구 전후의 화천읍과 청송읍, 진도읍을 대상으로 ‘군단위 LPG 배관망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단계적으로 2020년까지 12개 군 지역에 대한 사업을 모두 완료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지리적 여건과 낮은 사업성 등으로 도시가스 공급이 곤란한 낙후 지역 주민들을 위한 것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도시지역 주민보다 소득 수준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취사와 난방 연료비 지출액은 2배에 달해 지역 에너지 복지 불균형 주 요인으로 지적돼왔다.
LPG 보급망을 활용하면 가격이 싼 LPG를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어 에너지 복지 불균형 개선이 가능할 것이란 게 정부 판단이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각 지역별로 2년에 걸쳐 2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하고, 안전성 강화를 위해 모든 가구에 다기능가스안전계량기와 매몰형 중간차단밸브를 설치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존에 마을단위 LPG 배관망 설치가 완료된 지역은 취사와 난방문제를 해결해 주민들이 연료비를 절감하고 가스사용 안전성 및 편리성이 향상된 것에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앞으로 도시가스 공급이 어려운 지역에 대해 LPG 저장탱크 및 배관망 방식의 가스 공급체계를 구축해 이들 지역의 에너지 복지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군단위 LPG 배관망 시험사업 모형도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
◇ 석화기업, LPG로 원료다변화 효과 노려
LPG(프로판)는 에틸렌 계열의 석유화학제품인 프로필렌 원료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프로필렌은 주로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NCC(나프타분해설비)나 FCC 공정(중질유를 분해해 휘발유를 생성)을 통해 생산되는데, 프로판에서도 탈수소화를 거치면 만들 수 있다. 프로필렌은 중국의 생산설비 증가에도 활용도가 많은 제품이라 수요가 꾸준한 상태다.
이런 이유로 효성과 태광산업은 프로필렌 생산을 위해 일부 원료로 프로판을 사용하고, SK종합화학과 LG화학 등도 나프타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있을 때 대체용 원료로 프로판과 부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한화토탈은 4만톤 규모의 LPG 저장 탱크를 추가하며 원가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LPG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하절기에는 LPG 비율을 높여 원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LPG로 아로마틱 계열(파라자일렌 등) 제품 생산은 어렵지만 에틸렌 계열 범용 제품인 프로필렌은 생산할 수 있다”며 “LPG를 활용하면 나프타 가격 변동성 대응도 가능하고 원료 다변화를 통해 원가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화토탈 C3LPG 저장탱크 (자료: 한화토탈) |
LPG 수입사인 SK가스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사인 APC, 쿠웨이트 국영 석유화학사인 PIC와 함께 합작사인 SK어드밴스드를 설립, 울산 남구 신 항만 인근 3만2000평 부지에 PDH 공장을 짓고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PDH는 프로판을 탈수소해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SK어드밴스드 PDH는 연간 70만톤의 LPG를 원료로 60만톤 규모의 프로필렌을 생산할 수 있다. 지난 3월 시운전을 시작했고, 생산된 제품은 국내 및 해외 수요처에 공급하고 있다.
SK가스 관계자는 “국내 LPG 수요가 정체된 가운데 지속성장을 위한 방안을 고민한 결과, 프로판을 활용한 PDH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를 통해 프로판의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고, 프로필렌 등 사업 분야를 확장해 사업 다각화 효과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