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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인연' 쿠웨이트, SK와 더 굳건해질까

  • 2019.07.04(목) 15:31

원유 도입창구…소버린 사태 '백기사'로 더 돈독해져
2016년 SK가스와 합작사업…SKC 사업인수 대상 거론 

2005년 5월23일(현지시각) 쿠웨이트. 쿠웨이트 국영 석유공사(KPC) 자회사 KOC가 발주하고 SK건설이 수주한 12억2000만달러(한화 1조2000억원) 플랜트 공사 수주 조인식이 열렸다. 국내 업체가 해외에서 수주한 단일 공사 가운데 사상 최대액이었고 쿠웨이트가 당시까지 발주한 공사 가운데서도 가장 컸다.

이날 행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모습을 비쳤다. 최 회장이 계열사 해외 행사에 참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란 평가였다. 그가 쿠웨이트 현지 행사를 방문한 것은 2002년 멕시코 정유사 해외 공사현장을 방문한 이후 처음이었다.

최태원 SK 회장(가운데)이 지난 2005년 3월 27일 쿠웨이트에 위치한 SK건설의 플랜트 현장을 방문했다./사진=SK건설 홈페이지 갈무리

당시 최 회장은 1박4일이란 '강행군'도 마다하지 않았다. 최 회장의 쿠웨이트 사랑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5년 2월 한국과 쿠웨이트의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전에 그는 쿠웨이트 응원석에 앉았다. 무엇이 최 회장과 쿠웨이트의 인연을 깊게 만들었을까.

◇ 유공 석유관 '첫 원유'

SK그룹과 쿠웨이트의 인연은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대한석유공사(유공) 때부터 이어졌다. 유공 석유공장은 1963년 12월 말 준공됐고, 기계를 돌리기 위해 도입한 첫 석유가 쿠웨이트산이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정부가 직접 외부에서 들여온 원유다. 이전까지는 휘발유 등 원유에서 뽑아낸 완제품만 수입됐다.

유공이 1980년 선경그룹(SK그룹 전신) 품에 안기면서 쿠웨이트와 오너 일가 사이 관계가 형성됐다. 최태원 회장의 아버지 고(故) 최종현 전 회장은 1990년 발발한 '걸프전' 당시 이라크에게 강제병합당한 뒤 독립한 쿠웨이트에게서 가장 먼저 원유를 구매하며 우애를 나타냈다.

쿠웨이트도 SK에 화답했다.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 당시 원유 거래조건을 계약서 그대로 진행했다. 당시 SK를 포함해 국내 정유사들은 떨어진 국가 신용등급으로 신용장 개설이 안돼 현금 일시불로 원유를 구입해야 하는 등 애를 먹었던 때다. SK는 쿠웨이트에 정유·화학시설 설비운영 노하우를 전수하며 보답했다.

◇ 지분으로 이어진 끈끈한 '관계'

쿠웨이트와 SK그룹, 특히 최태원 회장의 사이가 더 끈끈해진 계기가 있다. 미국계 사모펀드 소버린자산운용(소버린)이 2003년 SK그룹 지주사 SK㈜ 지분 14.99%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오르며 최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을 받았을 때다. 당시 총수 일가 지분율은 1.39%에 그쳤다.

당시 쿠웨이트가 백기사(경영자 우호 주주)로 나섰다.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가 SK㈜ 지분 4%를 3000억원에 매입하며 사실상 최 회장 측에 손을 들어줬다. 그 답례로 최 회장은 이듬해 독일월드컵 아시아 예선전에 쿠웨이트 응원석에 앉은 셈이다. 쿠웨이트 투자청은 2010년 SK C&C(구 SK㈜) 지분 4.9%를 매입하기도 했다.

SK와 쿠웨이트의 지분관계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KPC는 지난해말 기준 SK㈜ 지분 3.5%, SK이노베이션 지분 4.4%를 쥐고 있다. 소버린 사태 당시 백기사 역할을 한 포스코, 하나금융지주 등 기업들과 SK그룹간 지분관계가 희미해지는 상황에서 여전히 굳건한 사이다.

SK이노베이션은 쿠웨이트를 주요 원유 조달처로 두며 전략적 협력을 이어가는 중이다. 총 원유 수입량의 약 20%를 차지했던 쿠웨이트산 비중을 2016년부터는 30%로 늘리며 관계가 더 깊어지고 있다.

쿠웨이트는 SK그룹 사업에 뭉칫돈을 대기도 했다. 지난 2016년 SK가스 자회사 SK어드밴스드가 진행한 프로판탈수소화공정(PDH) 사업에 1억달러(약 1160억원)를 투자했다.

◇ 그래서, SKC는?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쿠웨이트가 SK그룹 주요 계열사 사업확장 지원군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KC 주력 제품으로 가전제품단열재, 자동차 내·외장재 등에 두루 쓰여 '만능 플라스틱'이라 불리는 폴리우레탄 원료 PO사업을 물적분할하면, 이 가운데 지분 49%를 KPC 산하 석유화학사(PIC)가 인수한다는 구상이다.

SKC가 지난달 인수하기로 의결한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제조사 KCFT 자금 마련 차원이다. SKC는 특수목적 법인을 설립해 5000억원은 자체 현금으로, 7000억원은 인수금융 등 외부자금으로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수자금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1분기말 기준 SKC가 보유한 현금 및 단기간에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자산(현금및현금성자산)의 총합은 2293억원에 그친다.

SKC 관계자는 "화학사업 파트너십 확장과 관련해 여러 얘기가 오가고 있으며 PIC가 화학사업 지분 49%를 인수한다는 얘기도 그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아직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KCFT 인수자금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여러 금융기관에서 앞으로 성장성을 고려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그룹과 쿠웨이트와의 깊은 관계로 PIC가 SKC 화학사업 지분인수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다"며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추이를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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