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디스플레이 업체인 재팬디스플레이(JDI)가 중국 자본과 손잡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업체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5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JDI는 경영악화에 따른 자본수혈을 위해 중국 실크로드 투자펀드, 대만 터치패널업체 TPK홀딩, 중국 자동차 부품업체 민실그룹 등으로 구성된 투자단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JDI는 중소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만드는 업체로 2012년 소니, 도시바, 히타치의 디스플레이 사업부문이 합쳐져 출범했다. 일본 정부가 만든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가 지분 25.2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JDI는 중소형 디스플레이가 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빠르게 바뀌는 환경에서도 LCD를 고수해 몰락을 자초했다. 지난 14일에는 2018 회계년도(2018년 4월~2019년 3월) 영업손실이 200억엔(약 2000억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해 투자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특히 최대고객사인 애플이 LCD 대신 OLED 채택을 늘린데다 애플 자체의 판매량도 신통치 않자 JDI가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들어 JDI의 공장 가동률은 50% 이하로 떨어졌다.
자본수혈이 시급한 JDI가 선택한 대안은 지분매각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협상자로는 중국이 꼽힌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JDI가 실크로드 투자펀드 등으로 구성된 중국 투자단에 의결권을 30% 이상 넘기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JDI도 외부 자금유치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JDI는 실적 전망을 변경하면서 "시장 경쟁력과 재무기반 강화를 위해 여러 당사자와 협상을 하고 있으며, 조기에 합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투자단은 JDI 의결권 확보에 그치지 않고 중국 저장성에 5000억엔(5조원)을 들여 OLED 생산라인을 건설하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에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포함된다.
일본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JDI 최고위급 임원과 산업혁신기구 간부 등 20여명은 지난해 12월 중국 저장성을 방문해 위안자쥔 성장을 만나 이같은 투자방안을 논의했다.
中, OLED 공장 건설도 제안
자본·기술의 결합 '위협적'
애플이 오는 2020년부터 LCD 모델 생산을 중단하고 모든 스마트폰에 OLED를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OLED 전환을 서두르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는 JDI의 절박함이 반영된 움직임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투자방안이 현실화할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자본과 일본의 기술력이 결합한 기업이 등장할 경우 한국의 OLED 독주체제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다이제스트ICT는 "JDI는 오랜 기간 충실한 애플의 공급사였고 높은 신뢰를 받는 패널 제조사"라며 "한국에는 최악의 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대형 OLED와 달리 중소형 OLED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가 받는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다이제스트ICT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BOE는 애플외 삼성전자와 화웨이라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갖고 있지만 LG디스플레이는 애플 외 마땅한 공급처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자본의 해외 기업인수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미국이 달가워하지 않아 협상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화웨이와 ZTE 등 중국 IT기업에 견제를 강화하는 국면이라 일본 정부 또한 JDI에 중국 자금이 투입되는 것을 반기지 않을 수 있다"며 "JDI의 최대고객사가 애플, 곧 미국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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