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LG디스플레이는 두 차례 사모사채를 발행해 각각 700억원, 4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통상 신용등급이 낮거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문을 두드리는 곳이 사모사채 시장이다. 똑같은 돈이라도 은행에서 빌릴 때와 사채시장에서 빌릴 때가 다르듯 LG디스플레이가 멀쩡한 공모시장을 놔두고 사모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자 여러 추측이 나돌았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모 발행에 나섰다가 기관투자자들의 외면으로 발행금리가 뛸 것을 걱정한 것 같다"며 "공개적으로 체면을 구기느니 최종 수요자를 정해놓고 조용히 발행할 수 있는 사모사채 시장이 더 낫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LG디스플레이가 발행한 사모사채에는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강제로 상환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채권자들이 사모사채 만기 전이라도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자산규모 30조원에 이르는 회사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LG디스플레이는 오는 2020년까지 총 20조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올해 잡아놓은 투자금액만 9조원에 달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조치지만 한꺼번에 많은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LG디스플레이는 매년 5조원 안팎의 현금(EBITDA)을 창출해왔는데 투자금액은 이를 훨씬 웃돈다. 결국 외부에서 돈을 끌어와야 한다는 얘기다.
돈을 잘 벌면 문제가 덜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올해 1분기 LG디스플레이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0% 줄었고 지난해 1분기 1조원이 넘었던 영업이익은 불과 1년만에 약 10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LG디스플레이의 주력인 액정표시장치(LCD)가 중국업체들의 설비증설로 공급량이 늘면서 가격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해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평사들은 LG디스플레이 신용등급(AA)에 일제히 '부정적' 전망을 달아놨다.
관건은 OLED 시장이 얼마나 빨리 확대되느냐에 달렸다. 현재 LG디스플레이 매출에서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안된다. LCD 사업의 실적부진을 보완하기에는 턱없이 작은 비중이다.
한가지 위안은 그간 적자를 면하지 못하던 OLED 사업에 빛이 들어왔다는 점이다.
증권사들은 OLED TV의 판매량 증가에 힘입어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사업이 올해 하반기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전자와 일본 소니뿐 아니라 중국의 TV 판매 1위 업체인 하이센스가 OLED TV 출시를 앞두는 등 OLED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인 IHS에 따르면 글로벌 OLED TV 판매량은 올해 300만대에서 내년 400만대로 늘고 2020년에는 800만대, 2021년에는 1000만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공포감보다는 OLED로의 사업전환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