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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진의 차알못 시승기]티볼리 앞에 '베리 뉴' 붙인 이유

  • 2019.06.20(목) 09:00

1등 소형 SUV에 '주행성능·감성·편의' 더해
넓힌 선택 폭..'2030·여성 선호' 한계 넘을까

'티볼리'는 입소문으로 자리잡은 차다. 맵시 있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쓰임새만 좋은 게 다가 아니라 작지만 좁지 않고, 또 저렴하지만 만족감은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힘이 됐다. 그래서 소형 SUV 차급 만큼은 쌍용자동차가 내수 1등에 올라서게 했다.

그 '티볼리'가 3년 만에 업그레이드 했다. 2015년 출시 후 처음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을 한 게 이달 초 판매를 시작한 '베리 뉴 티볼리'다. 이 차를 지난 18일 시승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강원도 남춘천 한 카페를 오가는 왕복 170km 구간에서 맛본 티볼리는 여러 면에서 전에 알던 녀석과 꽤 달랐다. '베리 뉴(very new)'라는 직설적 수식어가 어울릴 만큼이었다.

시승행사장에 선 베리 뉴 티볼리/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차에 오르기 전 살펴본 외관은 종전 모델과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같은 차급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차의 외양에 크게 손을 대는 모험은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세련미를 더하는 정도의 변형은 곳곳에 보였다.

전면부 방열흡기구(라디에이터 그릴)와 범퍼 아래 세 줄로 자리잡은 가로 디자인의 장식이 눈에 띄었다. 지난 2월 출시한 '신형 코란도'와 닮았다. 이른바 '패밀리 룩(family look)'이다. 뒤태도 입체감을 줘 밋밋함을 털어냈다. 범퍼 위로 양감을 살린 디자인이 옆과 뒤 모서리를 동시에 감싸는 곡면형 후미등과 제법 어울렸다.

쌍용차가 가장 베리 뉴 티볼리에서 가장 힘을 주고 있는 부분은 동력계통(파워트레인)의 변화다. 새로 개발한 엔진 가솔린 1.5 터보 엔진(e-XGDi150T)이 이 차에 처음 장착됐다.

종전 티볼리 가솔린 모델(1597cc)은 최고출력 126마력(hp), 최대토크 16kg·m였다. 소형이라고 해도 1360kg(공차중량)이나 되는 SUV 차체를 끌기엔 힘이 부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새로 단 심장은 최고출력 163마력(5500rpm), 최대토크 26.5kg·m(1500~4000rpm)로 각각 37마력, 10.5kg·m 만큼 힘을 키웠다.

보닛을 열고 본 베리 뉴 티볼리 엔진룸./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차에 올라 시동을 걸어봤다. 디젤에서 느끼던 진동이나 소음이 느껴지지 않았다. 작년 타본 2019년형 티볼리 1.6 디젤(e-XDi160) 모델과는 다른 느낌이다. 도로 위에 올린 뒤에도 가솔린 엔진의 소음은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릴 때도 그랬다. 8년째 타고 있는 '코란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조용함이다.

고속 주행 때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리는 다소 의식되긴 했다. 하지만 엔진소리가 동승자와 대화하거나 내비게이션 안내를 듣는데 방해가 된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않았다.

치고 나가는 힘은 작년 타본 디젤 모델만 못한 게 사실이었다. 베리 뉴 티볼리 1.6 디젤 모델은 최대토크 33kg·m(1500~2500rpm)다. 이석우 쌍용차 마케팅팀장은 "가솔린 모델은 출력과 함께 정숙성을 키운 게 특징"이라며 "더 터프한 운전을 원한다면 디젤을 택하는 게 낫다"고 했다. 안락함이냐 역동적이냐는 선택의 문제란 얘기다.

시승 주행 중인 티볼리/사진=쌍용차 제공

직접 시승하면서 체감한 티볼리의 가장 큰 변화는 자율주행 성능, 그리고 디지털의 힘으로 화려해진 차내 화면들이었다. 유상 옵션으로 선택해야 하는 사양이지만 돈을 더 치르고서라도 달고 싶어하는 구매자들이 있을 법했다.

첨단주행보조기술(ADAS)이 도와주는 쉬운 주행은 운전이 미숙한 이에게 긴장감과 피로감을 덜어줄 걸로 보였다. 동승한 기자는 서울-양양 고속도로 위에서 운전대(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고 달리면서 "차로 유지가 정말 안정적"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시승차는 사고를 미리 방지하는 능동형 안전기술 13가지를 담은 종합세트인 '딥컨트롤(Deep Control)'이라는 이름의 주행보조장치가 탑재됐다. ▲앞차출발알림(FVSA) ▲안전거리경보(SDA) ▲후측방접근경고(RCTA) 및 충돌방지보조(RCTAi) ▲탑승객하차보조(EAF) 등이 새로 장착한 주요 기능이다.

시승 주행 중인 베리 뉴 티볼리/사진=쌍용차 제공

운전하면서는 10.25인치 풀 디지털 계기판과 9인치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 조합으로 이뤄진 '블레이즈 콕핏(Blaze Cockpit)'이 눈길을 빼앗았다. 안전 경고 등 다양한 주행정보와 내비게이션 등을 여러 형태의 계기판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한 장치다.

9인치 고화질(HD) 스크린인 AVN 화면은 애플 카플레이(Apple CarPlay),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 등으로 휴대폰 화면을 띄울 수 있다고 했다. 그 아래 다양한 음향·공조 조작 단추들을 전작 때보다 깔끔하게 재배열 한 것도 성공적으로 보였다.

주행 중 의아했던 부분도 있었다. 변속기 앞에 '노멀-스포츠-윈터' 등으로 변환할 수 있는 '주행모드' 선택 기능이 있었는데 단추를 눌러 노멀과 스포츠를 번갈아 오가봐도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운전석에 앉아 내려다본 베리 뉴 티볼리 내장/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종전 티볼리에 없던 '오토 스톱'은 매우 요긴했다. 정차 때 엔진을 껐다가 출발할 때 자동으로 다시 켜는 기능이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주행이 빈번한 운전자에게는 기름값을 아끼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될 걸로 보였다.

시승차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1.4km였는데, 실제 왕복 연비는 12.4km를 찍었다. 시승 구간의 80% 가량이 고속도로였던 것과 급가속, 고속주행 등 시험주행한 것을 감안하면 공인연비와 비슷한 수준으로 여겨진다.

시승 행사장에 선 베리 뉴 티볼리 뒤태/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시승차는 베리 뉴 티볼리 중에서도 최상급 사양을 갖춘 'V7' 트림이었다. 차값은 2355만원, 여기에 딥 컨트롤 패키지 Ⅰ(60만원)·Ⅱ(85만원), 투톤 익스테리어 패키지(38만원), 블레이즈 콕핏 패키지(160만원) 등이 추가됐다. 총 2698만원이다. 전에 없던 티볼리를 경험하려면 비용을 좀 더 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기존 티볼리보다 확실히 선택의 폭은 넓어졌다. 약하지 않은 가솔린, 옵션을 덜어내면 여전히 경쟁력 있는 가격, 원한다면 더할 수 있는 다양한 고급 사양 등은 20~30대, 여성 등에 집중된 기존 티볼리 수요층 외연을 넓히는 요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티볼리는 어떤 입소문을 낼까,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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