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현대차 소속이지만 솔직히 '베뉴'(현대차)보다는 '셀토스'(기아차)에 더 마음이 가네요. 생김새도 더 강해 보이면서 세련되고, 성능이나 기능들도 나아서요." 기아차 'K5'가 처음 나왔을 때 현대차 선배 직원들도 그랬다는 애기가 떠올랐다. "이거 쏘나타보다 잘 팔리겠는데…"라고.
기아차 한 직원은 "같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라고 해서 베뉴랑 동급 비교할 차는 아니다. SUV 잘 하는 기아차가 공들여 SUV 라인업을 완성하는 것으로 봐달라"고 했다. SUV 명가를 자부하는 기아차의 '적통 소형 SUV'가 바로 셀토스란 얘기였다. 이번 신차에 유독 자부심이 대단했다.
지난 18일 기아자동차 셀토스가 경기도 여주의 '마임 비전 빌리지'에서 첫 선을 보였다. '모하비'부터 '쏘렌토', '스포티지'로 이어지는 기아차 SUV 라인업이 이 셀토스로 완결된다. 소형 SUV로 분류되지만 '프라이드' 플랫폼을 활용한 '스토닉', 친환경 특화 SUV로 현대차 '아이오닉'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니로', 크로스오버차량(CUV)에서 SUV로 갈아탄 '쏘울'과는 또 다른, 그야말로 정통 SUV라는 설명이다.
그래서일까? 셀토스는 철저한 고급화 전략으로 기존의 소형 SUV와의 차별화했다. 출시행사 장소도 '시크릿 가든',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의 드라마에서 화려한 생활을 누리는 부유층 주인공의 생활공간으로 나온 야외 전시문화공간이었다. 이런 곳을 선택한 맥락이 이해됐다. 여기서 강원도 원주의 한 리조트까지 왕복 130여km 구간을 달리며 셀토스를 살펴봤다.
외관부터 종전에 보던 소형 SUV와 달랐다. 군데군데 고급스러움이 뚝뚝 묻어났다. "양산차로 나오기 전 선보였던 'SP 콘셉트'(2018년 부산모터쇼 공개), 'SP 시그니처'(2019년 서울모터쇼 공개)'보다 훨씬 화려하고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게 기아차 외장디자인1팀 최홍석 책임연구원 말이다.
앞에서 보면 그릴과 전조등 테두리를 감싼 다이아몬드 패턴의 무늬와 주간주행등, 입체적 전조등이 고급스러움을 강조한다. 전체적으로 강인함을 풍기면서도 뜯어보면 섬세한 디자인이 어우러져 있다. 얼핏 랜드로버의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연상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옆면에서 이어지는 선은 어깨가 널찍한 청년을 연상시킨다. 엉덩이가 치켜올라간듯 입체감 있는 뒷모습도 세련되면서 역동적인 매력을 풍겼다.
내장도 비싼 자재를 많이 사용하진 않은 듯 보였지만 고급스럽고 깔끔하게 치장됐다. 기능은 베뉴가 알뜰하게 실속형으로 갖췄다면 셀토스는 최신 중형 세단 못지않은 다양한 기능을 모두 갖췄다.
특히 정면 가운데 배치된 널찍한 10.25인치 내비게이션·오디오·비디오(AVN) 화면이 기능만큼은 중형차급에도 꿀리지 않는다는 걸 웅변했다. 이 기기는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을 2대까지 동시에 연결하고 무선 업데이트도 가능하다. 고급음향기기 브랜드인 보스(Bose) 사운드 시스템과 여기서 나오는 짱짱한 음향도 주행 중 정서적 만족감을 끌어올리는 요소였다.
셀토스 상품기획을 총괄한 기아차 중형총괄2PM 성동철 상무는 "누적된 SUV 개발 경험을 기반으로 글로벌 스탠다드로 개발한 차인 만큼 모든 성능을 극대화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며 "뒷좌석도 휴대기기 충전구와 통풍구(에어벤트) 등을 장착해 가족이 편안하게 이용하도록 배려했다"고 소개했다.
무엇보다 고속도로에서 체험한 셀토스의 주행성능은 다른 소형 SUV를 압도했다. 얼마전 타본 다른 경쟁모델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고속주행에서의 안정감과 소형 치고는 탁월한 추월가속성능이 특히 그랬다.
시속 100km를 넘어서도 3000~4000 rpm 정도로 가속페달을 밟으니 속도계가 빠르게 치솟았다. 동승기자가 제한속도를 30% 이상 넘겨 달릴 때도 그렇게 빨리 달리는 지 알아채지 못할만큼 안정적이었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반응도 확실히 기민해졌다. 시속 218km까지 속도를 끌어올려봤다는 시승자도 있었다.
시승 반환점인 골프 리조트는 진입로 꽤 경사가 심했는데 '노멀'모드로 운전하면서도 힘이 달리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시승차가 가솔린 터보 엔진 모델이었는데 디젤 엔진 모델이었으면 더 강한 힘을 느꼈을 수 있겠다 싶었다. 1.6 터보 가솔린 모델은 최고출력 177PS(마력), 최대토크 27.0kgf·m, 1.6 디젤은 최고출력 136PS, 최대토크 32.6kgf·m의 성능을 낸다.
승차감도 나쁘지 않았다. 서스펜션은 너무 무르지 않고 적당한, 다른 기아차 SUV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노면 상태를 불쾌감 없이 전해주는 정도였다. 정숙성은 소형 SUV로는 충분했지만 조금 보완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고속 주행시 엔진음이 실내로 적잖이 넘어왔고, 풍절음이나 노면소음도 충분히 차단됐다고 보긴 어려웠다.
소음측정 앱으로 실제 측정해봤는데, 정차시에는 50dB 안팎, 시속 80~100km로 달릴 때는 65dB 안팎이 찍혔다. 같은 차급 경쟁 차종과 별 차이 없는 정도지만 셀토스의 고급화 전략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첨단운전보조기능(ADAS)은 아쉬울 게 없었다. 설정한 속도로 앞차 간격까지 유지하며 달리는 스마트 크루즈, 차로 중앙을 꽤 자연스럽게 유지하고 달리는 차로유지보조기능 등이 장거리 운전을 편안하게 해줬다. 계기판 위쪽과 앞유리 사이에 장착된 헤드업디스플레이(HUD)도 눈에 잘 들어왔다.
동승기자와 번갈아 왕복 134.3km를 운행하고 난 뒤 계기판에 찍힌 연비는 리터당 10.9km였다. 공교롭게도 이 차의 공인 복합연비(감마 1.6 T-GDi 엔진, 4륜구동, 18인치 타이어 기준)와 똑같은 숫자다. 디젤 엔진에 2륜구동 16인치 타이어 조합인 경우 공인 복합연비는 17.6km/ℓ다.
가격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렸다. 고급 특화상품이라고는 해도 소형 SUV 치고는 만만치 않은 수준이어서다. 가장 낮은 사양은 1929만원부터 시작하지만 최상위 트림 노블레스는 2444만원, 여기에 풀옵션 추가비용을 더한 시승차는 3092만원이었다. 어지간한 사양의 국산 중형 SUV 값이다. 이른바 '가성비'(성능 대비 가격)보다'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감)을 노렸다지만 적정한지는 향후 판매량이 답해줄 듯하다.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생각해보니 혼자 또는 둘이 타는 젊은 층의 첫 차로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 생각됐다. 그보다는 어린 자녀 한둘을 둔 30~40대가 출퇴근이나 가벼운 주말 나들이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어울리는 차 아닐까 싶다. 편견일 수도 있지만 남성보다는 여성 운전자의 마음을 뺏고 싶어하는 차라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아내가 차를 바꾸고 싶어한다면 주행 성능이나 강인한 외관에 매력을 느낀 남편이 추천할 법하다. 수입차 못지않은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나 편의기능, 넉넉한 활용성 등이 아내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