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본 수입차들의 높은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독 한국닛산만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3년 전 배기가스 조작사실이 들통나면서 시장의 불신을 산 게 큰 타격이 됐다. 닛산과 인피티니를 이를 주력 차종이 없다는 점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신형 알티마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때마침 불어닥친 일본산 불매운동에 흥행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닛산의 2018 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 매출액은 2107억원으로 전년(2831대) 대비 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규모는 8억원에서 141억원으로 급증했다.
매출 대비 손실폭이 확대되면서 영업이익률도 급감, -6.7%로 전년(-0.3%)대비 크게 위축됐다.
한국닛산의 부진은 2016년부터 시작됐다. 2015년 2974억원에 달했던 매출액은 2016년을 기점으로 줄곧 하락세를 타고 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적자로 전환, 3년 연속 손실을 내는 중이다.
이같은 실적 부진의 장기화는 2016년 배기가스 불법 조작 파문 이후 시장의 신뢰를 좀체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시 한국닛산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시카이'의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조작 목적으로 임의 설정한 사실이 드러나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는 한국닛산 전체 차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결국 실적 부진의 장기화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주력 차종인 닛산과 인피니티의 인기 하락세를 메울 신차가 없다는 점도 실적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닛산 판매량은 5053대로 전년(6285대) 대비 9.6% 감소했다. 인피니티 판매량도 2130대로, 작년에 비해 21% 덜 팔렸다. 반면 신차 출시는 없었다.
이렇다 할 반등 요인이 없다보니 한국닛산의 부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인피니티와 한국닛산의 판매량을 살펴보면 인피니티의 판매령은 1140대로,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그러나 닛산 판매량이 전년 대비 25% 감소한 1967대에 그치면서 인피니티의 상승세를 상쇄시켰다. 한국토요타와 혼다코리아가 각각 렉서스와 혼다에 힘입어 승승장구하는 모습과 사뭇 대조적이다.
업계는 한국닛산의 부진이 올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을 보고 있다. 닛산과 인피니티의 판매량을 반등시킬 이벤트가 없고 한일관계 악화로 신차효과를 기대하기가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수익성 악화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유동성도 점차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닛산의 지난 3월 기준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은 449억원. 해당 차입금은 한국닛산이 모두 일본 본사로부터 빌린 돈으로, 내년 3월까지 이를 상환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닛산의 현재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8억원이 전부다.
이 때문에 회사 안팎으로 한국닛산의 유동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한국닛산의 재무제표를 작성한 한영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더 많고 총부채가 총자산보다 더 많다"며"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유의적인 의문을 제기할 만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