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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마흔살 넘은 '육공트럭' 누구 손으로?

  • 2019.10.08(화) 08:05

군 1978년이후 첫 중형표준트럭 개발사업
기아차-한화디펜스, 사업제안 '맞대결'

'육공 트럭'을 아시나요? 군대에 다녀온 한국 성인 남자라면 거의 다 아련한 기억이 있으실 거에요. 군 부대마다 있는 초다목적(?) 차량이죠.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사람도, 포나 총기 같은 군수 장비도, 작업용 흙이나 돌도, 또 그 모든 걸 섞어서도… 아무튼 뭐든 실어 나르는 군 수송의 기초 단위죠. '두돈반(2½톤)'이라고도 많이 불렀지 말입니다.

기아차가 군납하고 있는 'K-511A1' /사진=기아차 제공

별별 기억들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올라요. 어지간한 중장비도 울고갈 듯한 어마어마한 엔진소리, 한 손으로는 절대 다룰 수 없는 엄청난 무게의 운전대(스티어링 휠), 뒤에 탔을 때 엉덩이를 쪼갤 듯한 승차감, 덮개를 씌워도 귀를 잘라낼 듯한 겨울 외풍, 친환경은 생각도 못할 시커먼 매연 같은 기억들 말입니다.

군에 다녀오지 않은 이들도 다들 한 번쯤 이 차를 본 적 있을 거에요. 수도권 북쪽 근교로 나들이를 하다보면 군인들을 태우거나, 짐을 싣고 가던 그 큰 트럭 맞아요. 그 뒤에 그저 사람이 신기해서였는지, 아니면 세상이 그리워서였는지 풀린 눈으로 멍하니 민간인을 바라보던 군 장병들까지 떠오르는 당신이라면 이 얘기에 관심 가질 자격 있지 말입니다.

육공트럭은 '육군공병대' 트럭이란 말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어요. 과거 이 군용트럭 제원에 '60'이 들어가서 그렇게 불렀다는 얘기도 있고요. 아무튼 애초 미군의 'M-35'트럭을 1978년 국산화한 'K-511'이 대부분이 알고 있는 그 트럭입니다. 2003년부터는 파워스티어링을 적용한 개선 모델 'K-511A1'이 군에 보급되고 있긴 합니다.

육공트럭의 무시무시한 강성/사진=나무위키

하지만 워낙 오래된 모델이다보니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죠. 노후화가 심해도 어지간히 심했죠. 그래서 육군은 검토 끝에 2024년부터 이 차를 전면교체하기로 했어요.

'첨단 국방'이란 구호와 너무 안맞는 게 이 차였죠. 그래서 올해 '중형 표준차량 및 5톤 방탄킷 차량통합 개발용역'이란 이름으로 대체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1978년 이후 41년만에 육공트럭을 확 바꾸겠다는 거에요.

이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육군 전력지원체계사업단은 지난 8월 경쟁입찰 공고를 내고 지난달 26일 민간사업자로부터 입찰서 접수를 마감했는데요. 여기에는 완성차업체인 기아자동차와 방산업체 한화디펜스 두 곳이 최종 참가했어요.

얼핏 보면 승부는 정해져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기아차는 지금까지 군용 트럭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는 회사거든요. 미군이 1960년대 쓰던 모델을 기반으로 옛 아시아자동차(이후 기아차가 인수)가 개발한 게 K-511이죠. 기아차는 그 이후 유일한 중대형 군수 차량업체로 자리매김했죠.

이번에도 오래 준비했다고 해요. 군용 신차 수요에 맞춰 10년 전인 2008년 중형표준차량 콘셉트 차량을 선보였어요. 특히 이번 사업 참여를 위해서는 현대차와도 협업해 준대형 신형 트럭 '파비스(PAVISE)'를 기반으로 중형표준차량 모델을 개발했대요. 민간 차량의 성능에 더해 군 운용 특수사양과 기술을 대거 적용하는 것을 개발 계획서에 담았다고 하네요.

기아차가 개발중인 5톤 방탄킷차량 이미지/자료=기아차 제공

기아차는 '공급 안정성'을 내세우고 있어요. 지금껏 매년 2000여대씩 총 11만여대를 군에 공급해 왔던 만큼,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군의 수요를 책임지며 설계 변경이나 성능 개량 등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스스로 내세우는 강점이죠. 완성차 업체로서 갖춘 기술력은 기본이고요.

여기에 대항마로 나선게 한화디펜스에요. 한화디펜스는 사실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는 아니에요. 입찰 자격 앞에 나오는 '자동차 엔진 제조업', '자동차 제조업', '자동차 차체 및 트레일러 제조업'으로 등록된 업체가 아니죠. 하지만 역시 이번 입찰 참가 자격을 주는 '전투차량 제조업'을 사업목적으로 두고 있는 방위산업체에요.

한화디펜스는 차를 만들지는 않지만 화력체계, 기동체계 등 바퀴 달린 무기를 만드는 지상방위부문 전문기업이에요.옛 두산 DST, 더 앞서서는 과거 대우중공업 때부터 40년 이상 기술 역량을 쌓아온 업체에요. 방산업체로 지정된 것도 1973년이죠. 1984년 'K55' 자주포를 양산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형 보병장갑차 'K200'을 개발하고 각종 전투장갑차를 만들어 군에 공급해왔어요.

그러니 군용 차량 제작 경험이 없다고도 얘기할 수 없죠. 최근에는 군 육공트럭을 활용해 다연장 로켓 '천무'와 지대공 미사일 '천궁' 발사대를 개발해 보급했어요. 도심이나 사막 지대에서 기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차륜형 장갑차 '타이곤'이나 '바라쿠다' 등 신제품은 중동이나 인도네시아 등지로 수출도 하고 있고요.

이를 바탕으로 한화디펜스 역시 이번에 2.5톤 및 5톤 중형표준차량, 5톤 방탄차 개발 입찰에 뛰어든 거에요. 군용트럭을 직접 만들어 보진 않았지만 군 작전에 필요한 험지 주행 능력이나 방탄 기능 등에 대해서는 품질을 자부하고 있다는 게 한화디펜스가 내세우는 부분이에요.

한화디펜스가 인도네시아에 수출한 장갑차 '바라쿠다'/사진=한화디펜스 제공

사실 이번 입찰은 2023년까지 들일 개발비 176억9000만원(예정가격)을 따내는 프로젝트에요. 군수 사업 치고 크지 않죠. 하지만 개발비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에요. 앞으로 교체될 차량 수요를 생각하면 향후 납품 규모는 조(兆) 단위를 훌쩍 넘을 것으로 관측돼요.

군은 2024년부터 시작해 2041년까지 2.5톤 트럭 7000여대, 5톤 트럭 3400여대, 5톤 방탄트럭 600여대를 일선에 보급할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모두 합치면 1만1000여대, 납품 총액은 1조7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돼요. 우리 군에 공급하는 것뿐 아니라 해외 수출까지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이죠.

육군 전력지원체계사업단은 기아차와 한화디펜스 등이 제출한 개발 제안서를 평가해 오는 17일 협상대상 업체를 선정, 발표할 계획이라고 해요. 제안서 평가결과 기술능력평가 점수가 배점한도의 85%이상인 업체를 '협상적격자'로 가리고, 점수가 높은 쪽을 우선협상자로 정하게 된답니다. 과연 누가 잭팟을 터뜨릴까요. 또 마흔살 넘은 육공트럭은 어떻게 바뀔까요? 저도 궁금하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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