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SK, 엄살 아닌 최태원의 '위기 의식'

  • 2019.11.12(화) 08:40

[어닝 19·3Q]4대그룹 리그테이블②
SK 7개사 영업이익 1.5조…80% 급감
반도체 및 정유, 대외악재로 실적 하락

"SK 회장으로 일한 지난 20년간 지정학 위기가 이렇게까지 사업을 흔드는 걸 본적이 없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SK의 밤'에서 유례없이 어려운 경영환경을 이같이 토로했다.

최 회장의 고백은 '빈말'이 아니다. SK그룹은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 등으로 인한 지정학 갈등이 불러온 대외 불확실성을 온 몸으로 맞고 있다. 특히 그룹 곳간을 책임지는 반도체, 정유 계열사 실적약세가 두드러졌다.

◇ 이익, 6조 '싹둑'

비즈니스워치가 11일 집계한 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SK텔레콤 등 SK 주요 계열사 7개사의 올해 3분기 매출(연결기준)은 29조548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0% 줄었다.

영업이익은 총 1조352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분의 1 토막났다. 금액으로는 6조4152억원이 쓸려갔다. 2분기 연속 1조원대다. 지난해 3분기 반도체 시황이 좋을 때 하이닉스 혼자 6조4724억원을 번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급격히 쪼그라 들었다.

SK하이닉스의 부진이 치명타였다. 영업이익이 올해 3분기 4726억원으로 1년새 92.7% 감소하며 1조원대가 무너졌다. SK하이닉스가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83.3%에서 올해 35%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전방산업 부진이 SK하이닉스를 휘청거리게 했다. 미국과 중국간 관세부과 등을 통한 무역전쟁으로 정보기술(IT) 기업의 반도체 수요가 급속도로 위축됐다. 기업들이 미래 시장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며 주머니를 굳게 닫았다. 그 결과 주요 고객들이 그간 반도체 호황 마중물인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길 꺼려하며 반도체 재고가 쌓여갔다. SK하이닉스가 지난 7월말 공식적으로 감산을 선언했지만 역부족이었다.

SK하이닉스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D램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8Gb D램 도매가격은 9월 기준 개당 2.81달러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고점이었던 지난해 9월 8.19달러와 비교해 65.7% 떨어진 가격이다. 낸드플래시 128Gb MLC가격이 개당 4.31달러로 전월 대비 4.87% 올랐지만 역부족이었다.

◇ 정유, 통신마저...

이익 3각축인 SK하이닉스뿐만 다른 회사들도 모두 좋지 못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모두 SK그룹 7개사 가운데 영업이익 비중이 늘었지만 두 회사의 '순수한 실력' 덕분이 아니다. SK하이닉스가 부침을 겪으며 발생한 착시효과다.

SK이노베이션은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60.5% 감소한 3301억원으로 SK하이닉스 다음으로 실적 낙폭이 컸다. 올해 분기 기준 가장 저조하다. 정유사업 영업이익이 659억원으로 같은 기간 83.9% 감소해서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휘발유, 경유 등 제품수요가 예전만 못한 여파다.

정유사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힘을 못썼다. 3분기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3.9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1.9% 상승했지만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4~5달러대를 밑돌았다. 정제마진은 제품가격에서 원재료비, 운반비 등 제반비용을 제외하고 정유사 수중에 돈이 얼마나 남는지를 보여준다. 화학사업 영업이익은 1936억원으로 같은 기간 44% 줄어들며 회사의 실적부진을 부채질했다.

SK텔레콤은 영업이익 3021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3분기 대비 0.7% 줄어든 수치다. 5세대 이동통신 시장 개막으로 KT, LG유플러스 등 타사와 경쟁이 심화되며 비용이 늘어나서다. 설비투자 및 마케팅 비용이 늘며 무선사업부 뼈대인 본체(별도기준) 영업이익이 2528억원으로 같은 기간 18.6% 감소했다.

일부 계열사가 선전했지만 전체 실적개선을 이끌 수준은 못됐다. SK네트웍스는 제조를 제외한 자동차 전 분야를 아우르는 카라이프, 가전렌탈이 주축인 SK매직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두 배 늘었다. SK가스는 민간 및 산업부문 액화석유가스(LPG) 판매량이 늘어 영업이익이 8배 증가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