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지난 3분기 본업인 이동통신 분야에서 5G 집중 투자 이후 수익성을 개선하는 한편 미디어·보안·커머스 등 신사업 부문이 성장하면서 이동통신을 넘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거듭난 실적을 내놨다.
◇ MNO 매출 8분기만에 상승전환…'5G 가입자 확대 덕'
SK텔레콤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감소한 3,021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0% 증가한 4조 5612억원, 당기순이익은 SK하이닉스 지분법 이익 감소로 인해 73.9% 줄어든 2744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가 예상치(매출액 4조4793억원, 영업이익 3281억원)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선방한 수준이고 매출액은 기대를 웃돈 것이다.
특히 MNO(무선·이동전화·Mobile Network Operator) 매출은 5G 가입자 확대로 전년보다 0.1% 2조4864억원을 기록하며 8분기만에 전년동기대비 상승 전환했다.
SK텔레콤 5G 가입자는 9월말 기준 154만명을 넘어섰고, 이에 따라 MNO 매출은 전분기보다는 2.1% 증가했다. SK텔레콤은 자사 5G 가입자가 연말 200만명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풍영 SK텔레콤 코퍼레이트센터장(CFO)은 이날 실적 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SK텔레콤의 국내 5G 시장 점유율은 44% 이상으로, 1위 사업자 위상에 맞는 시장 점유율을 확고히 하겠다"며 "내년 5G 가입자 규모는 700만명 수준을 예상한다"고 자신했다.
28기가헤르츠(㎓) 대역 5G 서비스는 통신장비와 칩셋 등 관련 생태계 구축와 연계해 내년 상반기 중으로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가입자당 매출(ARPU)은 3만1166원으로 전분기 대비 1.3% 증가했으나 전년보다는 2.8% 감소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MNO 실적에 대해 "고객가치혁신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시행한 결과 3분기에도 1.0%의 낮은 해지율을 달성했다"며 "2019년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KCSI) 조사에서 22년 연속 이동통신 부문 1위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다만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5G 마케팅비와 네트워크 투자비 증가로 인해 252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8.6%, 전분기 대비 8.2% 감소한 수치다.
마케팅 비용은 7878억원으로 전년대비 7.0%, 전분기 대비 8.1% 증가했다.
◇ '탈통신 성공 예감'…미디어·보안·커머스 매출, 전체 45% 넘어
SK텔레콤의 3분기 실적에서 주목할 대목은 '탈통신 전략'이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의 비(非) MNO 매출 비중은 전체의 45%를 넘어섰다. 미디어와 보안, 커머스 사업이 실적을 견인하면서 SK텔레콤이 이동통신사를 넘어 '뉴(New) ICT 기업'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3분기 IPTV 매출은 3337억원으로 전년 대비 14.0%, 전분기 대비 3.6% 상승했다.
새로운 성장 엔진도 장착하고 있어 미래도 기대된다. SK텔레콤은 자사 OTT '옥수수'(oksusu)와 지상파3사의 '푹'(POOQ)을 통합해 지난 9월 새로운 OTT 서비스 '웨이브'(wavve)를 출범했다.
웨이브는 10월 말 기준 유료 가입자가 140만명 수준으로, 2023년 목표치인 500만명 달성까지 순항하고 있다. 또 최근 카카오와의 전략적 제휴를 계기로 카카오의 IP 자산과 연계한 시너지 증진 계획도 세웠다.
이와 함께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을 추진하며 정부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으며, 해당 절차가 완료되면 내년 1분기 내 합병법인이 등장할 전망이다. 양사는 합병 직후 비용 절감과 운영 관련 시너지 제고에 집중할 계획이다.
보안 사업 매출은 ADT캡스와 SK인포섹의 성장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3.0% 증가한 3060억원을 기록했다.
커머스 사업 매출은 11번가 1405억원, SK스토아 480억원으로 전분기 1458억원, 478억원 대비 유사한 모습을 보였으나, 전체 영업이익은 15억원으로 3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SK텔레콤은 이같은 뉴 ICT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최근 카카오와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양사는 통신, 커머스, 디지털콘텐츠, 미래 ICT 4대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
글로벌 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와는 클라우드 분야에서 협업해 시범 서비스를 진행한 뒤 수익을 나누는 모델을 구상중이다.
SK텔레콤은 지난 9월 국내 기업 가운데 최장기간(12년) 'DJSI'(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에 편입돼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글로벌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윤풍영 SK텔레콤 코퍼레이트센터장은 "최근 카카오와 협력을 발표했듯 전방위 협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뉴 ICT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 박정호 사장, 매출감소 감내하면서 뉴ICT 사업 육성
이 같은 실적의 배경에는 박정호 사장의 경영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공약으로 인해 2017년 9월 선택약정할인율이 20%에 25%로 상향됐다.
이통사들은 이때부터 무선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고, 올해까지도 선택약정할인 누적 가입자가 늘면서 매출 감소 영향을 받고 있다.
이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무선사업 영역에서 '사랑받는 기업'을 강조하며 2018년부터 고객가치혁신 프로그램을 시행해 매출 감소를 감내함과 동시에 뉴(New) ICT 사업을 키워 왔다.
특히 박사장은 SK텔레콤의 기업가치(Enterprise Value)를 재평가 받기 위해 뉴 ICT 사업 포트폴리오를 과감히 재편했다.
미디어 분야에선 2019년 4월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 추진을 발표했고, 같은해 9월 옥수수와 푹이 합쳐진 OTT서비스 웨이브를 출범시켰다.
보안 분야에선 2018년 10월 ADT캡스를 인수한 뒤 12월 NSOK와 합병시켜 보안사업을 키웠다.
커머스 분야도 마찬가지다. 2018년 6월 11번가에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11번가를 SK플래닛에서 분할시켜 SK텔레콤 커머스 사업부로 편입했다.
2019년 4월에는 SK스토아를 SK브로드밴드에서 분할해 SK텔레콤 커머스 사업부로 편입하는 등 이동통신 이외의 사업분야를 지속적으로 키웠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러한 전략은 다른 이통사들과는 차별화된 행보로서 올해 연결 실적을 보더라도 탁월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증명했다"면서 "SK텔레콤의 3분기 비 무선 매출 비중은 전체 연결 매출의 45%를 넘어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