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G 확산에 총력을 기울였던 국내 통신3사가 지난 4분기까지 마케팅비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올해는 5G 가입자가 본격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실적 회복의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4Q 영업이익 시장컨센서스 하회 예상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작년 4분기 통신3사 합산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인 5876억원을 하회하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시작하면서 5G 관련 설비투자와 가입자 확보를 위한 마케팅 비용이 크게 증가한 것이 4분기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이후 5G 유치 경쟁이 완화됐지만 마케팅 비용이 절대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는 이미 증가한 마케팅 관련 자산 규모에서 상각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통신3사는 모두 지난 2분기 이후 마케팅 관련 자산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SK텔레콤의 3분기 마케팅 관련 자산 규모는 3조170억원으로 지난 2018년 1분기부터 2019년 1분기까지 평균인 2조4330억원에 비해 583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KT와 LG유플러스도 4800억원, 2900억원씩 증가했다.
최남곤 연구원은 "올해 5G 유치 경쟁이 예년 수준으로 회귀하더라도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각각 영업이익의 24.5%, 19.5%, 21.8%에 달하는 마케팅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마케팅 비용 증가는 올 3분기까지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멤버십 포인트 회계처리 변경…ARPU 일시적 하락
작년 4분기부터 멤버십 포인트에 대한 회계 처리 방식이 변화하면서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도 일시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ARPU는 이동통신서비스의 수익성 지표다.
통신사 멤버십 포인트의 경우 기존까지는 영업비용으로 처리됐는데, 지난해 4분기부터 매출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전까지 영업비용으로 처리됐던 부분을 매출에서 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손익에 변화는 없지만 지난해 2분기부터 이어오던 ARPU 상승 곡선은 꺾이게 됐다.
통신사 관계자는 "펀더멘탈과는 관련이 없으며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숫자적으로만 나타난 현상으로 봐달라"고 언급했다.
4분기 회계 처리가 시작된 후 내년 1분기부터는 다시 상승 궤도에 오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지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4분기 무선 ARPU는 각각 전 분기 대비 -1.5%, -1.8%, -0.1% 하락할 전망"이라면서도 "멤버십 포인트 효과를 제거하면 전 분기 대비 각각 0.4%, 1.6%, 1.3% 상승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본격 실적회복은 올해부터
하지만 올해는 이같은 성적 부진을 딛고 본격적인 실적 회복 기조에 접어들게 될 가능성이 높다. 5G 가입자 기반의 무선 매출액 성장과 주요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통신3사의 올해 누적 가입자 목표는 전체 가입자의 30% 수준인 1500만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누적 5G 가입자는 435만5176명으로 집계됐다.
통신사가 올해 1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는 이유는 올해부터 SA(단독망)와 28GHz 장비를 활용한 서비스 업그레이드와 동시에 5G 단말 증가를 앞두고 있어서다. 5G 서비스가 개선되고 이와 함께 5G를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늘어나면 가입자를 쉽게 끌어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통신3사는 올 상반기 내 5G SA 상용화를 마무리한다. 현재 사용하는 5G 서비스는 LTE망을 일부 공유하고 있는데, SA는 망연동이 필요 없어 속도는 2배 빠르고 데이터 처리 효율은 3배가량 높아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5G 통신 서비스 품질 평가를 시행키로 해 품질 개선이 기대된다.
아울러 올해 국내에는 10종 이상의 5G 스마트폰이 출시될 전망이다. 내달에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S20과 LG전자의 V60 씽큐가 공개되며 애플도 올해 출시될 아이폰에 5G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5G를 더한 중가형 폰들도 대거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와 같은 보조금 경쟁이 올해에도 이어지게 되면 마케팅 비용 증가로 실적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지수 연구원은 "통신 3사가 일제히 마케팅 경쟁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보조금 경쟁이 다시 촉발될 것이라는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며 "갤럭시S20 출시 이후 단말 보조금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