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급격한 완성차업계 환경 변화 속에서 지능형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신해 생존을 넘어 기업으로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겠다는 사업 청사진을 내놨다. '2025 전략'이라 이름 지은 현대차의 '6년 대계(大計)'다.
이 계획에는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과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를 두 축으로한 사업구조 전환을 통해 앞으로 6년 안에 '8%대 수익성'과 '5%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공언이 담겼다. 지난 3년여 사이 사업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투자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겼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시장에 던진 약속이도 하다.
현대차는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개최한 기업설명회(IR) 'CEO(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중장기 미래전략과 재무목표를 담은 '2025 전략'을 공개했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이날 발표에서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고 고객이 가장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미래 경영전략의 핵심"이라며 "고객 변화에 맞춰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개인화된 가치를 실현하는 '스마트(Smart)한 이동 경험'을 새로운 가치로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을 통해 종합적으로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을 '2025 전략'의 지향점으로 설정, 사업구조를 전환한다는 것이다. 3대 전략방향으로는 ▲내연기관 고수익화 ▲전동차 선도 리더십 ▲플랫폼 사업기반 구축 등을 내놨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완성차 업계가 '생존'이 절체절명의 과제인 경쟁환경에 놓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 전환(transformation)을 위해 전동화·디지털화 중심의 투자확대가 불가피 하지만, 동시에 선진시장 정체를 중심으로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성장 둔화로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 것이라는 게 현대차의 진단이다.
현대차로서는 새로운 고객가치를 고민해, 고객이 가장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생존을 넘어 미래 지속성장이 가능하다는 게 '2025 전략'의 시작점이다. 이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실제 사업적으로 구현해 내는데 걸리는 시간을 앞으로 6년으로 잡은 것이다.
제품 측면에서는 제조역량을 강화해 기존 내연기관 사업의 고수익화를 이루고, 자동차에서부터 개인용 비행체(PAV, Personal Air Vehicle), 로보틱스, 라스트마일 모빌리티(Last Mile Mobility) 등 모든 영역을 아울러 고객에 끊김 없는 이동 경험을 제공토록 한다는 구상이다.
서비스도 새로운 사업의 한 축으로 육성한다. 스스로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소비를 지향하며, 시장을 리드하는 고객에 맞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강화하고 이를 제품과 패키지로 제공하는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6년이라는 기간에 맞춰 재무적 건전성을 확보하고 수익 측면의 성과를 가시화하는 로드맵도 공개됐다. 당장 내년 영업이익률을 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부터 시작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작년 2.5%였지만 올해 3분기까지 3.1%를 기록하고 있다. 내년에는 다시 두 자릿수 비율로 이익을 증가시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다만 판매에 큰 욕심은 부리지 않기로 했다. 내년 세계시장 산업수요가 0.4%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수준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보수적으로 판매목표를 잡았다. 시장 환경과 수익성을 고려한 합리적 물량 운영이 기조라는 설명이다.
또 작년 최악의 상황을 딛고 수익성 개선을 이루고 있는 올해 실적을 기반으로 올해에 이어 내년(연간 1조5000억원) 가량으로 예상되는 마이너스(-) 현금흐름을 2022년이후 플러스로 돌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작년을 기점으로 5년간 총 34조5000억원의 원가절감을 이루기로 했다. 작년과 올해 총 6조6000억원의 원가개선 성과를 이뤘고 내년 5조9000억원, 2021년 10조1000억원, 2022년 11조9000억원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 삼아 자동차 부문의 영업이익률을 2022년 7%, 나아가 2025년에는 8%로 높인다는 게 목표다.
현대차는 이와 함께 2025년 세계시장에서 5%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목표도 내놨다. 이는 작년 실적과 견주면 약 1%포인트 높인 목표다. 종전과 다른 점은 절대적인 판매량 숫자를 목표로 삼지 않은 것. 이는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수익성 제고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6년간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에 41조1000억원, 미래사업기반을 확보하는 데 20조원을 각각 투자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내년 9조1000억원을 시작해 2025년 11조1000억원까지 연 평균 10조원 수준의 투자다. 현대차는 지난 2월 5개년(2019~2023년) 투자 계획을 45조3000억원(연 평균 9조원)으로 잡았는데, 이보다 과감한 규모다.
일단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데에 미래를 준비하는 것의 배 넘는 투자계획이 잡혔다. 당장 수익성을 회복해 내는 게 선결과제란 의미로 풀이된다. 내용을 살펴보면 신차 개발, 제네시스, 연비개선 등 기존 제품과 관련해 26조5000억원이, 공장 신증설과 고객 거점 마련 등 경상 관련 투자가 11조9000억원이 배정됐다.
미래사업을 위해서는 신사업(모빌리티 및 서비스플랫폼 1조8000억원, 로보틱스 1조5000억원 등)에 7조8000억원, 자율주행 부문(자율주행 1조6000억원, 커넥티비티 9000억원)에 2조5000억원, 전동화 부문(전기차 생산과 전용 플랫폼 마련, 인프라 구축 등)에 9조7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6년 간 투자를 성격에 따라 나눠 보면 연구개발(R&D)에 22조1000억원, 경상투자에 27조2000억원, 전략지분투자에 12조원 가량으로 예산이 잡혔다.
현대차는 이같은 경영목표를 실현해 시장친화적 주주환원 등으로 주주가치를 지속 제고하겠다는 각오도 비쳤다. 현대차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내년 2월까지 총 3000억원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원희 사장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하고 주주가치 역시 극대화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