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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씽킹맵]구광모의 뉴LG…'속도' 내는 이유

  • 2019.12.20(금) 13:24

삼성·SK 등과 마찰 불사…'생존 위한 몸부림'
책임·성과 앞세운 사업조정·세대교체 불가피

재계는 안팎으로 변화의 시기다. 다가오는 2020년은 올해보다 더 간단치 않은 사업 환경에 놓일 것이라는 예상이 짙다. 주요 대기업 내부에도 세계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를 헤쳐내야 할 대기업집단 총수들의 머릿속도 복잡할 수밖에 없다.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준비하는 CEO들의 경영 판단과 생각의 방향을 주요 열쇳말로 추려 들여다봤다.[편집자]

제대로, 그리고 빠르게 실행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변화를 가속화해 달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8월 사장단 30여명을 불러모아 한 말이다. '구광모 시대' 1년 반 동안 LG는 이미 꽤 달라졌다. 선대까지의 LG는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 인화를 중심에 둔 기업이었다. 하지만 구 회장이 취임한 작년 6월 이후 LG는 실리 추구에 더 적극적인 색깔로 갈아입었다. 경쟁사 공격이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도 과감해졌다. 만만치 않은 경영여건 속에 창업주 4세대, 40대 총수를 맞은 계기가 그룹의 전환기가 될 지 관심을 모은다.

'일등 LG' 재건

구 회장 취임 후 LG는 '독해졌다'는 말을 듣는다. 소비자 대중 눈에 잘 띄는 LG전자 가전 분야에서 특히 그렇다. TV가 선봉이다. 광고를 통해 8K 화질로 삼성 QLED를 공격하고, 허위·과장광고를 했다며 상대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기자들을 불러모아 삼성 QLED를 '해부'하기까지 했다. 건조기, 의류관리기도 비교 광고가 기본이다. 경쟁사 제품 대비 우위를 강조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LG가 신사업으로 키우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도 그렇다. LG화학은 지난 5월 산업기술 유출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SK이노베이션과 인사담당 직원 등을 형사고소했다. 앞서 미국에서 영업비밀 침해 관련 민사 소송을 제기한 데 이은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에서 위협적 경쟁자가 된 후발주자 SK이노베이션의 '따라하기 전략'을 확실히 끊어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와의 법정 다툼은 쉽게 정리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LG의 이런 독한 모습은 급작스럽게 총수에 오른 구 회장의 영(令)을 안팎에 세우려는 작업과 맞물린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외적으로 단호하고 강한 모습을 내보임으로써 내부를 정비하고 결속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기저에는 그룹이 궁극적 지향으로 내세우는 '일등 LG'라는 비전이 있다. 주력 사업 중심으로 선도기업 이미지를 재건해 이를 구 회장 리더십의 구심력으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책임과 성과

내부적으로 조직을 추스리는 움직임에서도 LG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LG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을 대표하는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물러난 자리에 정호영 LG화학 사장을 배치하는 수시인사를 지난 9월 실시했다. 최고경영자(CEO)급 인사를 정기인사철이 아닌 때 바꾸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이 때 LG가 공식적으로 밝힌 배경이 '책임경영'과 '성과주의'다.

이는 디스플레이에서 작년 시작된 적자에 책임을 물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계열사에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효과까지 있었다. 실적이 나쁘면 응당 책임을 져야한다는 시그널인 셈이다. 구 회장이 칼을 맡기고 있는 것은 권영수 부회장이다. 구 회장은 취임 2주만에 재무통이자 최측근인 권 부회장에게 ㈜LG 대표이사로 선임해 그룹 현안을 관장토록 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테크 컨퍼런스'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앞줄 가운데)이 초청 인재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LG그룹 제공
경영진 세대교체

자연스레 이어지는 것이 구 회장 친정체제 구축을 위한 세대교체다. 작년말 정기인사 때는 박진수 LG화학 부회장만 자리를 비웠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9월 디스플레이 한 부회장에 이어 정기인사에서 가전분야 조성진 LG전자 부회장까지 퇴임했다. 선친 시절 부회장 6명 중 ㈜LG 권 부회장,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 지난해 7월 LG유플러스로 옮긴 하현회 부회장 등 3명만 남았다.

이와 맞물려 외부 영입이 활발해진 것도 구광모 시대 이후 LG의 변화다. 지난 11월 정기인사에 대해 LG그룹은 "조직쇄신과 내부 역량강화를 위해 이창엽 한국코카콜라 대표와 김은생 한국 델 이엠씨 컨설팅서비스 총괄을 각각 LG생활건강과 LG CNS에 앉히는 등 올해들어 총 14명의 외부 인재를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순혈주의가 낳을 수 있는 조직내 안도감을 깨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지주사 ㈜LG에는 경영전략팀 사장으로 베인앤컴퍼니 홍범식 대표를 영입했고,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 출신인 김형남 부사장을 자동차부품팀장으로, 이베이코리아 인사부문장을 지낸 김이경 상무는 인재육성담당으로 데려왔다. 이에 앞서 작년에는 3M 출신인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을 선임하기도 했다. 그는 LG화학 창립 이래 첫 외부출신 CEO다.

선택과 집중

구 회장 취임 후 사업 구조의 변화는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일등 LG'에서 멀어진 부문은 과감하게 손질해 다시 경쟁력을 살리거나 아니면 정리 수순을 밟게하는 것이 최근 흐름이다. LG디스플레이의 인력 구조조정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임직원 명예퇴직 방침을 발표했는데 전체 인력의 20% 가량인 5000여명을 줄일 것이란 게 업계 예상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일반 조명용 OLED 사업을 접기도 했다.

이밖에도 지난 4월에는 평택 스마트폰 공장 문을 닫았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올 3분기까지 18개 분기 연속 적자다. 또 ㈜LG·LG전자·LG화학이 연료전지 사업을 위해 25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LG퓨얼셀시스템즈'를 지난 2월 청산하기로 했고, 4월에는 LG전자의 수처리 사업, LG이노텍의 스마트폰용 무선충전 사업도 정리키로 했다.

구광모 ㈜LG 대표가 2018년 9월 서울시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담당 연구원과 함께 '투명 플렉시블 OLED'를 살펴보고 있다/사진=LG그룹 제공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지난 9월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처음 연 사장단 워크숍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가장 강조했다. 사업 전반에 걸쳐 사물 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결합해 혁신적 변화를 불러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몇년이 우리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위기극복을 위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사업방식과 체질을 철저하게 변화시켜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신사업을 대하는 태도가 과감해진 것도 구광모 시대 뉴 LG의 변화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업체인 ZKW를 1조444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올해 들어 LG화학은 미국 듀폰사의 솔루블 OLED 재료기술을 인수했고, LG생활건강은 미국의 화장품 회사인 '뉴에어본'을 사들였다. LG유플러스도 CJ헬로비전을 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절차를 밟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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