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사회 내 '빈 자리'를 메꾼다. 지난해말 노조와해 의혹으로 법정구속된 이상훈 전 의장 자리와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진에서 빠지며 생긴 공백이다. 주총 추인까지 순조롭게 받을 경우 삼성전자 이사회 구성원은 11명(사내이사 5명, 사외이사 6명)으로 원상 복구된다.
삼성전자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 이사회 의장에 박재완 사외이사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에 선임된 것은 회사 창립 이래 처음이다. 삼성전자 측은 "2018년 3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한 데 이어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면서,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재계 흐름과도 연결된다. SK그룹은 지난해 초 주주총회 때 대표이사 최태원 회장이 아닌 사외이사 염재호 고려대 총장을 지주사 SK㈜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LG그룹도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 이사회 의장직을 대표이사와 분리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박 신임 의장의 경륜을 높이 샀다. 회사와 이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행정가로서의 풍부한 경험이 이사회 의장직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박 의장은 행정고시 23회로 감사원, 재무부, 청와대 비서실 등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 1996년 성균관대 교수(행정학과)로 임용됐다. 17대 국회의원(한나라당)을 역임한 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정기획수석, 고용노동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박 의장이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합류한 것은 2016년 3월이다. 이사회에 몸 담은지 5년차인 최선임 이사다. 같은 이사회 구성원인 사내이사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부회장, 고동진 정보기술(IT)·모바일(IM) 부문장 사장, 김현석 소비자가전(CE) 부문장 사장은 이사회진입 3년차다. 다른 사외이사들도 이사회 경력이 길어야 3년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신임 사내이사 후보에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사장,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사장을 추천하기로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삼성전자는 두 사람이 각자 맡은 분야에서 일군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장점으로 꼽았다. 한 사장은 완제품 사업부문 선임 사업부장으로 주요 핵심보직을 두루 경험했고, 14년 연속 텔레비전 시장 세계 1위를 달성하는데 기여했다. 최 사장은 재무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업부 경영활동을 지원하고 견제하는 한편, 구주총괄 경영지원팀장, 무선사업부 지원팀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치며 폭넓은 사업혁신 경험을 지녔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한 사장과 최 사장은 다음달 18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