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에 극자외선(EUV, Extreme Ultra Violet) 공정을 적용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을 구축한다.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로 키울 평택캠퍼스에 처음으로 조성하는 파운드리 라인이자, 화성에 이어 두 번째로 짓는 최첨단 EUV 공정 시스템반도체 라인이다.
이는 늘어나는 최첨단 제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4월 이재용 부회장이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고 밝힌 '반도체 비전 2030'의 후속조치이기도 하다.
'133조' 시스템반도체 육성 일환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파운드리 생산 시설을 구축키로 하고 이달 라인 공사에 착수했다고 21일 밝혔다. 새 라인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기흥 2개, 화성 3개, 미국 오스틴 1개 등 총 6개의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평택은 7번째 파운드리 라인이면서, EUV 생산 라인으로서는 화성에 이어 두번째다.
이는 시스템반도체를 본격적으로 키우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시스템반도체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연산·제어 등을 담당하는 반도체다. 한국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분야는 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지만, 시스템반도체 분야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시스템반도체는 파운드리(반도체를 위탁받아 생산하는 회사)와 팹리스(생산시설 없이 설계와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있는데 이는 대만 TSMC와 미국 퀄컴이 각각 세계 1위다.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50% 수준이며 삼성전자는 10% 후반대다.
이 부회장은 작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메모리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도록 하겠다"면서 "사람과 기술에 대한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문 대통령도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며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1위를 유지하는 한편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 팹리스 분야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해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평택 라인 5나노급 주력 생산
EUV는 노광 공정에서 극자외선 파장의 광원을 사용하는 기술이다. 기존 불화아르곤(ArF)보다 파장 길이가 14분의 1인 극자외선을 사용해 세밀한 반도체 회로 패턴을 구현하고, 회로를 여러번 찍는(멀티패터닝) 공정도 줄일 수 있다. 반도체의 성능과 수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첨단 기술로 파운드리 미세공정 한계 극복에 필수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작년 화성 'S3 라인'에서 업계 최초로 EUV 기반 7나노 양산을 시작했다. 같은해 하반기부터는 6나노급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올해 2월에는 EUV 전용 화성 'V1 라인' 가동을 시작했다. 당시에도 이 부회장은 직접 사업장을 찾아 라인을 직접 살펴보고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세밀한 관심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부터는 5나노급 제품도 양산할 계획이다. 평택 첫 파운드리 라인도 EVU 공정을 적용 신설해 모바일,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로 초미세 공정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2021년 평택 라인이 가동되면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기반 제품의 생산 규모는 더욱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평택 파운드리 라인은 생산성을 더욱 극대화한 5나노 제품을 주력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정은승 사장은 "5나노 이하 공정 제품의 생산 규모를 확대해 EUV 기반 초미세 시장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전략적 투자와 지속적인 인력 채용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의 탄탄한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