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하면서 경쟁력 되찾기에 나선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이 지난해 호실적을 거두며 건재를 과시했다.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확대 계획도 공개해 글로벌 시장의 눈길이 집중됐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기회를 찾고 있는 삼성전자와의 협력 가능성도 업계에서 높게 점쳐지고 있다.
◇ '썩어도 준치'…인텔도 코로나에 강했다
인텔은 22일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전년(720억달러)보다 8.2% 증가한 779억달러(85조9000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주당 순이익(EPS)도 5.3달러로 전년 4.87달러 대비 8.8% 증가했다.
이번 호실적은 작년 4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55%가량을 차지한 PC(개인용컴퓨터)사업부 클라이언트컴퓨팅그룹(CCG)이 견인했다. 이 부문 매출액은 4분기에도 전년보다 9% 성장한 109억달러(12조원)에 달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덕에 원격근무·수업 관련 수요 증가로 노트북 관련 반도체 매출이 연간 20%나 증가했다.
반면 전체 매출에서 30%를 차지하는 데이터 사업부 데이터센터그룹(DCG)의 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16% 감소했다. 작년 상반기 코로나로 인해 클라우드, 서버, 네트워크 인프라 시장이 급성장한 기저 효과가 작년 하반기 들어 집중적으로 나타났고 경쟁도 심화했다. 다만 5세대(5G) 이동통신 부문 성장이 하락폭을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사물인터넷그룹(IOTG), 비휘발성메모리솔루션그룹(NSG), 프로그래머블솔루션그룹(PSG) 모두 전년보다 부진했다. 자율주행차 부문 자회사 모빌아이의 매출액만 39% 성장한 3억3300만달러(3700억원)를 기록하면서 미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 삼성과 파운드리 협력 가능성?
인텔이 실적 발표 후 개최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파운드리 물량을 앞으로 확대할 것이란 계획을 공개하자 국내 시장의 관심도 폭발적이었다. 삼성전자와 직접 관계가 있어서다.
인텔의 차기 CEO로 내정된 팻 겔싱어는 컨콜에서 "오는 2023년 인텔의 반도체 제품 대다수는 내부에서 생산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일부는 외부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텔은 반도체 설계와 생산도 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세계적 명성을 쌓아왔으나, 여전히 10나노 공정을 활용하는 수준에 그쳐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인텔이 대만 TSMC, 삼성전자와 같은 실력 있는 파운드리 회사에 일부 생산을 맡길 것이란 전망이 최근 잇따랐다.
TSMC는 7나노, 삼성은 5나노 공정까지 가능하다. 인텔 역시 애플과 유사하게 설계만 하고 생산은 다른 곳에 맡기는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효율성을 추구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인텔과 마찬가지로 종합 반도체 회사다. 인텔이 너무 강력한 경쟁 상대와 손을 잡게 되면 보안 문제도 우려되기에, 파운드리 전문인 TSMC과 손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 "1분기 실적발표께 윤곽 드러날 듯"
최근에는 삼성에도 물량이 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국내외에서 강하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TSMC 모두 생산능력에 제한이 있으니 한곳에만 맡기진 않을 것"이라며 삼성과의 협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봤다. 다만 시기에 대해선 "반도체 사업의 계획은 결정이 되더라도 실제 움직임은 빨라야 내년쯤 수면 위에 보일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인텔이 이와 관련한 계약을 체결했다는 외신발 소문에 대해서도 "이같은 계약은 최종 확정까지 여러 단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나, 전혀 없는 얘기는 아닐 것"이라며 "삼성은 올림픽에 비유하면 전종목에 출전중이고 TSMC는 한종목만 하므로 경쟁력에 차이도 있다"고 말했다.
인텔이 오는 4월20일께 발표할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 혹은 그 이전에 구체적 계획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인텔 관계자는 비즈니스워치와의 통화에서 삼성전자와 계약을 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근거를 확인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인텔은 내·외부 생산이 모두 가능하도록 기본적인 설계를 해뒀고, 모빌아이처럼 인수한 회사는 예전부터 외부 생산도 하고 있는 등 인텔에 외부 생산 방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새로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새 CEO가 7나노 공정을 보고 받은 결과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으나, 외부 생산도 면밀히 검토한 뒤 다시 말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