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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반도체마저 흔들린다면…

  • 2020.10.16(금) 13:08

[워치전망대-어닝인사이드]신용평가 체크
정유화학 곤두박질…반도체 편중 심화
순차입금 4년새 2.7배↑…재무안정성 '촉각'

신용평가사들은 매년 가을 주요 대기업집단의 재무안정성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보고서를 내놓는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라는 돌발 변수로 사업적 변동성이 증폭했다. 그룹별 사업수익성이나 재무안정성도 편차가 커졌다. 시계가 불투명해진 상황 속에 신평사 보고서를 토대로 삼성·현대차·SK·LG·포스코·한화·GS·한진 등 주요 그룹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쟁점을 짚어본다.[편집자]

SK그룹을 지탱하는 사업 '삼각 축' 중 하나가 무너졌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그룹의 전통적 주력사업인 정유화학 부문을 맡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이 최악의 실적을 낸 것이다. 정유화학과 함께 SK하이닉스의 반도체, SK텔레콤을 축으로한 통신이 SK그룹의 3대 사업 포트폴리오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언택트(비대면)' 열풍을 타고 호실적을 냈다. 이 덕에 그룹 전체의 영업실적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룹 실적은 반도체에 지나치게 편중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게다가 반도체 역시 업황 변동성이 큰 산업이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혹여나 반도체마저 흔들리게 되면 문제다. SK그룹이 최근 설비투자를 급속히 늘린 탓에 재무건전성을 안심할 수 없다는 게 국내 신용평가 3사(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 정유화학 부진 반도체로 막았지만

올해 초부터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는 SK그룹 정유·화학 부문에 직격탄을 날렸다. SK그룹 에너지사업을 총괄하는 중간 지주사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하 연결 재무제표 기준)과 영업손익에서 각각 18조3626억원, -2조2149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8.8% 줄고 영업손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특히 영업손실 규모는 사상 최대치다. 올 초 유가가 곤두박질친 데다, 코로나로 항공·해운 등 이동수단에 쓰이는 경유와 등유 등 정유제품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실적 악화가 불거졌다. 통신 담당 SK텔레콤은 실적을 방어하는 수준은 됐다. 상반기 매출은 9조532억원, 영업이익은 6615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각각 3.2% 2.5% 늘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성적이었다.

그룹 차원에선 SK하이닉스가 맹활약한 것이 위안이었다. 코로나19 속 원격 업무·학습 등이 확산하며 이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는 급증했다. 이 회사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5조8054억원, 영업이익은 2조747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33.4%, 205.3% 늘었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에서 빚어진 반도체 수요 약세 심리가 올해 1분기부터 반전했는데, 여기에 코로나 '특수(特需)'까지 본 것이다.

그 결과는 SK하이닉스에 대한 그룹 의존도 증대로 이어졌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반도체 부문이 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27.3%다. 하지만 사업수익성 지표인 EBITDA(유·무형자산 상각 전 영업이익)로 본 비중은 올해 상반기 74.5%나 된다. 이는 지난 5년 가운데 반도체 시황 '슈퍼사이클'의 정점이던 지난 2018년을 제외하곤 가장 높은 수준이다.

◇ 반도체마저 주저앉는다면

신용평가사들은 SK그룹을 반도체가 떠받치는 상황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본다. 반도체는 업황 변동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실적이 급상승할 때도 있지만 하락도 가파르다. 그룹 실적이 SK하이닉스에 편중될수록 반도체 경기 하강시 그룹에 충격파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기업평가는 "변동성이 큰 정유화학과 반도체부문을 중심으로 그룹 전반의 실적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2019년은 반도체부문의 이익규모 감소, 2020년은 정유화학부문의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면서 그룹 영업실적의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하반기로 가면서 반도체 경기는 하강 조짐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서버용 D램 고정거래(도매) 가격은 지난달 개당 평균 122달러로 전월 128달러보다 4.7% 떨어졌다.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아마존, 구글 등 서버용 반도체 '큰 손'들이 제품 구매를 줄이고 있어서다.

올해 상반기 이들 업체는 코로나19로 인한 반도체 수급 차질을 우려해 서버용 제품을 대거 구매한 바 있다. SK하이닉스 호실적의 배경이었다. 그러나 시장조사기관 트렌스포스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서버용 D램 가격이 올해 하반기에 상반기보다 약 13~18%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대외 정세도 변수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지난 9월 15일부터 미국 정부의 중국 정보기술(IT) 업체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가 발효됐다"며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 확대로 인해 반도체부문에 부정적인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메모리 반도체 가격 변화 추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 늘렸던 '씀씀이'가 부담으로

SK그룹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에 막대한 투자를 집행해왔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해 총 22조603억원을 설비투자에 지출했다. 지난 2016년 투자한 11조2678억원원과 비교해 약 2배 늘어난 금액이다. 올해도 9조5601억원을 이미 투자했다.

내부 자금만으로는 여력이 부족한 만큼, 회사채 등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이 많았다. SK그룹의 총차입금은 2016년 28조7806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57조9415억원으로 약 2배 늘었다.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 및 단기 예금)은 이 기간 14조4249억원에서 38조4479억원으로 2.7배 늘었다. 차입금의존도(차입금/자산x100)는 ▲2016년(각 기말) 22.8% ▲2017년 19.2% ▲2018년 19.5% ▲2019년 26.8% ▲2020년 상반기 30.2%로 지난해부터 상승 추세가 강해졌다.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매년 늘리는 배당금도 그룹 지출액을 늘리고 있다. 배당금은 2016년 1조8619억원에서 지난해 3조6401억원으로 약 두 배 증가했다. 그룹은 올해도 벌써 2조440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출했다.

반도체 사업이 흔들려 그룹에 타격이 갈 수 있다는 것은 아직 가정에 불과하다. 신용평가사들은 차입금이 늘기는 했지만 그룹 실적, 재무구조에 비춰보면 '매우 양호한 수준'이라고 짚었다. 다만 코로나19를 감안해 그룹 재무구조 안정화 차원에서 계획된 투자금을 일부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그룹 이익규모는 2019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올해 그룹 전반의 잉여현금 창출이 가능하겠지만, 주요 계열사들의 투자부담이 지속되면서 향후에는 다시 마이너스(-) 잉여현금 기조로 전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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