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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최악 항공업황 속 경영권 분쟁 '시한폭탄'

  • 2020.10.22(목) 11:22

[워치전망대-어닝인사이드]신용평가 체크
코로나 직격타 맞은 항공…부채비율 800%대
지분율 역전한 3자연합…내년 주총 '관심집중'

신용평가사들은 매년 가을 주요 대기업집단의 재무안정성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보고서를 내놓는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라는 돌발 변수로 사업적 변동성이 증폭했다. 그룹별 사업수익성이나 재무안정성도 편차가 커졌다. 시계가 불투명해진 상황 속에 신평사 보고서를 토대로 삼성·현대차·SK·LG·포스코·한화·GS·한진 등 주요 그룹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쟁점을 짚어본다.[편집자]

코로나19는 해외로 향하는 이들의 발을 묶었다. 항공사업 비중이 절대적인 한진그룹에는 기업 근간을 흔드는 위기다. 택배 사업 등 육상운송부문이 그나마 성장세를 보이지만 그룹 전반의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기엔 턱도 없다. 차입금 의존도가 높은 산업 특성까지 있다 보니 한진그룹의 재무안정성에는 비상등이 들어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018년부터 계속돼 온 경영권 분쟁도 신용 측면에서의 한진그룹에 대한 평가를 깎아먹고 있다. 총수인 조원태 회장 우호세력보다 '3자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지분율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과 그에 따른 불확실성은 내년에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게 신용평가사들의 진단이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 하늘길 막히니 '속수무책'

한진그룹의 사업구조는 크게 대한항공과 진에어 등 항공운송업과 ㈜한진이 영위하는 육상운송업 두 축으로 나뉜다. 두 사업을 합산한 그룹 이익창출력은 2016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다. 2016년에는 영업이익률 8%대, 영업이익 1조578억원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작년 1.9%까지 떨어졌고 올 상반기는 코로나19 여파로 마이너스를 봤다.

항공운송업 부진 때문이다. 한진그룹 매출과 자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항공운송업은 국내외 경기와 유가, 환율 등 대외변수에 민감하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국제 무역 거래 둔화와 반일감정 확대에 따른 한·일 노선 여객수요 급감 등 대외적인 요인에 실적이 악화됐고, 올해 역시 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으로 국가 간 입국제한 조치가 내려지면서 심한 타격을 입었다.

올 상반기 한진그룹 항공운송부문은 매출이 4조32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1% 감소하면서 63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경우 1분기 82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가 2분기 화물운송부문이 흑자를 시현하면서 1102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5% 감소한 1조7284억원에 그친다. 진에어의 경우 상반기 매출이 16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9%나 급감하면서 909억원의 적자(영업손실)을 냈다.

그나마 육상운송부문이 선전하고 있다. 육상운송부문의 주요 계열사인 ㈜한진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택배사업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한진은 지난 13일 3분기 실적을 공개했는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2% 늘어난 5491억원, 영업이익은 7.4% 증가한 276억원이었다. 1~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6178억원, 81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24.1% 증가했다.

하지만 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지난해 기준 한진그룹 전체에서 육상운송부문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1.1%에 불과하다. 육상운송부문이 항공운송업과 사업 규모 격차가 큰 만큼 그룹 전반의 수익성 저하를 막지 못하는 셈이다. 한진의 호텔레저와 부동산, 관광 등 사업도 비중은 크지 않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온라인 쇼핑 확대 등으로 인해 육상운송부문의 실적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나 그룹 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항공운송부문의 실적 저하를 보완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며 "항공운송업의 비우호적인 환경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감안할 때 그룹의 영업실적도 저조한 수준을 지속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출처=한국기업평가

◇ 부채비율 800%…재무부담 가중

그룹의 주요 사업이 항공운송업에 치중돼 있다는 점은 재무안정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항공운송업은 항공기 구매 등에 대규모 자본의 선투자가 필요하고 이를 회수하기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 등 한진그룹의 재무안정성 지표가 악화하고 있고 더 나빠질 우려가 크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그룹 합산 부채비율은 818%, 차입금의존도는 65.8%로 재무적 부담이 과중한 상태다. 항공운송부문의 부채비율은 1081%로 1000%대를 넘어섰다. 20조원에 달하는 그룹의 총차입금 중 올해 안에 만기도래하는 차입금도 약 1조2000억원에 달해 단기 상환 부담도 높다.

한국기업평가는 "지표상으로는 잉여현금(FCF) 흑자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현금유출입을 수반하지 않는 리스 방식의 항공기 취득금액을 감안하면 오히려 재무부담이 가중되는 추세"라며 "대한항공의 경우 화물기와 대형기 도입 과정에서 집행된 투자가 최근 4년간 9조원에 달해 저조한 현금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대한항공은 적극적으로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유상증자를 통해 1조1270억원의 자본을 확충했고, 기내식 및 기내면세품 판매사업도 9906억원에 매각한 것이 그 일환이다. 이에 더해 정부에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했고, 송현동 부지를 매각해 1조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나신평은 "정부의 지원정책과 자구노력을 통해 약 2조원 내외의 자본확충이 된다면 단기적으로 유동성 대응부담이 완화되고 재무안정성 저하에 일부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현아 조현민 조원태 반도건설 KCGI 한진그룹 경영권 지분율 3자연합

◇ 내년 경영권 넘어간다면…

신평사들은 이런 상황에 더해 지배구조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커진 것을 주시하고 있다.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2018년 11월 사모펀드인 KCGI가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9%를 매입하면서 촉발됐다. 현재 KCGI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연합해 구성한 이른바 '3자연합'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46.71%다.

이들은 지난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패배하고도 꾸준히 지분을 사들였다. 결국 지난 4월 조원태 회장 측이 확보한 우호지분 41.04%가량을 역전한데 이어 꾸준히 격차를 벌리고 있다. KCGI는 지분을 매입하면서 그룹 경영 전반의 지배구조 및 경영개선 대책을 촉구하며 조 회장 측을 압박하고 있다. 내년 3월 정기 주총 결과는 올해와 다를 수 있다.

경영권 분쟁은 대주주 견제를 통해 방만 경영을 제한하고 경영효율성을 제고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들의 시각은 부정적인 편이다. 지배 구조 불안이 기업신용도를 저하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영권 방어 과정에서 경영역량이 분산되고 기업 자원배분의 왜곡이 이루어질 수 있어서다.

한기평은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는 경우 일관되고 명확한 중장기 경영전략의 수립과 집행이 어려워질 수 있고 이는 결국 그룹 평판자산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3자연합의 한 축인 사모펀드(PEF)가 가진 한계도 지적된다. 나신평은 "PEF 인수 이후 실적이 개선되지 못하거나 저하세로 전환된다면 PEF는 기업가치 제고보다는 단기적인 투자회수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 자체의 사업안정성 저하뿐만 아니라 지배구조의 특성에따른 부정적 영향이 기업 신용도에 이중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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