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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고비는 넘겼지만..' 삼성 이재용 여전한 '불면의 밤'

  • 2020.06.12(금) 13:19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이르면 이달말 개최
경영권 불법 승계 논란 '사법리스크' 분수령
삼성 "객관적 판단" 기대…檢, '기소 불가피' 강조

"한고비는 넘겼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이 11일 확정되자,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이틀 전인 9일 이 부회장 등 최고위 경영진 3명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데 이은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는 비검찰 외부 법률전문가들의 판단을 받게 됐다. 이 부회장 측은 '의도가 다분한' 검찰이 아닌 시민 전문가들로부터 '객관적'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지난 2일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이르면 이달 말 열릴 심의위가 1년 7개월간 이어진 검찰의 수사, 삼성 입장에서는 지난한 '총수 사법리스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심의위서 결정해달라' 신청 배경은

이 부회장은 지난달 26일과 29일 두 차례 고강도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어 사흘 뒤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을 단행했다. 검찰이 곧 기소에 나설 것이라는 기류를 예측해 꺼내든 카드라는게 안팎의 해석이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으로서 검찰 자체의 결정만으로는 공정성과 중립성 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사건'을 대상으로 열리는 제도다. 2018년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수사 시작이나 지속 여부, 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이 여기서 다뤄진다.

다시 말해 이 부회장 측의 심의위 신청은 공개적으로 "검찰 수사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요구다.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로 시작된 검찰 수사는 1년반 넘게 이어졌다. 최근 1년 사이에는 30차례 이상 사장단을 소환조사했다는 게 삼성측 설명이다. '결정적 증거' 없이 수사가 장기화돼 삼성이 경영 차질을 빚고 있다는 하소연이 이어져왔던 배경이다.

이 부회장도 두 차례 소환조사에서 삼성물산 합병에 따른 경영권 승계 의도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과 관련해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측의 심의위 신청은 '배수의 진'이었던 셈이다. 공정하고 투명한 사건 처리를 위해 검찰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의 심의를 받겠다는 것이다.

◇ 전문가 의결로 검찰에 의견서..강제력은 없어 

심의위원회는 일반 시민들의 판단으로 열리게 됐다. 지난 11일 열린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워원회 산하 부의심의원회는 교사, 전직공무원, 자영업자 등 일반시민위원 150명중 무작위로 추첨된 15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이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기소 여부에 객관적 판단'이 필요다고 의결한 것이다. 부의심의위원회는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 등에 비춰 부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결정에 따라 검찰총장은 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하게 된다. 심의위는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구성은 시민이 참여하는 부의심의위와는 꽤 다르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이나 일반 시민이 아닌 법률 전문가 또는 준전문가들로 구성된다. 검사와 피의자 측이 각각 제출한 의견서를 빠른 시간 안에 검토하고 심문한 뒤 판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심의위 운영 지침에는 '사법제도 등의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덕망과 식견이 풍부한 사회 각계의 전문가'로 위원의 자격을 규정하고 있다. 주로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등의 인사로 구성돼 있다. 위촉돼 있는 비공개 250명의 위원 중 15명이 추첨돼 위원회에 참여한다.

다만 심의위 판단은 검찰 기소여부에 강제구속력을 갖지 못한다. 심의 내용은 '의견서' 형태로 담당검사에게 보내진다. 검찰은 심의 의견을 고려해야 하지만 최종적인 판단은 자체적으로 내린다. 다만 심의위 의견과 다른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부담일 수 있다. 검찰이 스스로 만든 제도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삼성의 '사법 리스크' 중대 분수령

삼성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부의심의 통과 직후 입장문을 통해 "국민들의 뜻을 수사 절차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부의심의위원회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열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변론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 측은 심의위 신청 직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때도 "객관적 판단을 받아 보고자 하는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했다"며 반발했다.

검찰은 "부의심의위 결정을 존중한다"며 "향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수사심의위 절차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부의심의위에서 검찰은 이미 장기간 수사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해 기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수사심의위 소집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검찰이 1년 7개월 장기간 관련 수사를 진행해왔고, 앞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것까지 감안할 때 기소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심의위에서도 기소 의결이 나올 경우, 검찰의 기소에도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 재계 일부에서도 "심의위원회 결과를 떠나 검찰이 기소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은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이 부회장에게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도 남아 있다. 전날 대법원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징역 18년형의 중형을 선고했다. 특별검사 측은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이재용 부회장 등 뇌물공여자에 대한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연관된 이 부회장의 재판은 특검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면서 잠정 중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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