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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두산중공업은 '나쁜 기업'일까

  • 2020.07.01(수) 12:07

'더러운 에너지' 생산 주범 '낙인'
풍력발전·가스터빈 등 투자는 외면
'한진해운 파국' 교훈 삼아 산업 지켜야

2000년대 국내에 '풍력 발전' 바람이 불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기업은 독자적인 풍력발전설비 개발에 나섰고 해외 업체를 인수했다. 하지만 한때 '바람'에 그쳤다. 대부분은 돈 되지 않는 '풍력 발전'에서 철수했다.

모든 대기업이 떠난 풍력 발전 시장을 지키고 있는 곳이 두산중공업이다. 2006년 3MW(메가와트)급 풍력발전시스템 개발에 착수해 5년 만에 국제 인증을 받은 제품을 선보였다. 2017년 제주에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를 준공했고, 2025년 완공되는 태안 해상풍력 발전단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청정에너지로 떠오르고 있는 국내 풍력 발전의 최전방에 두산중공업이 서 있는 셈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최근 들어 '더러운 에너지(dirty energy)' 생산 주범이라는 '낙인'이 그 두산중공업에 찍혔다는 것이다.

"두산중공업 등 화석연료 의존 산업은 초미세먼지를 마구 내뿜기 시작했으며, 이산화탄소를 끝도 없이 대기에 뿌려댔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숨 쉬면 해로울 만큼 오염됐고, 지구는 매년 이상기온으로 우리는 피해를 입고 있다."(지난 4월 그린피스 글)

두산중공업의 사업 비중은 석탄발전에 40% 가량 집중돼 있다. 환경단체 입장에서 보면 두산중공업은 이익에 눈이 멀어 '더러운 에너지'를 생산는 파렴치범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이 풍력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10년 넘게 투자해온 점은 외면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경영위기는 세계적 에너지 흐름을 읽지 못한 경영진의 무능으로 몰리는 게 현실이다.

작년 두산중공업 기업설명회(IR)자료를 보면 '8차 전원 개발 계획'을 근거로 잡은 이 회사의 작년 풍력 발전 예상 실적(매출)은 5000억원이었다. 하지만 작년 3분기에 잠정 집계한 작년 한해 매출은 394억원에 불과했다. 이런 실적을 본다면 10년을 넘게 투자하고도 수익 나지 않는 사업을 미련하게 붙잡고 있는 '경영진의 무능'을 지적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두산중공업이 1조원을 투자해 6년 만에 개발에 성공한 가스터빈도 환경주의자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가스터빈은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전기에너지를 생성하는 내연기관으로, 대기오염물질이 석탄발전의 3분의 1에 불과해 친환경 에너지 불린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을 지원받은 두산중공업은 사업구조를 석탄·원자력발전에서 가스터빈·신재생에너지로 완전히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그간 두산중공업이 투자했던 가스터빈이나 풍력발전이 없었다면 이 같은 계획은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두산중공업 경영진의 오판도 있다. '밑 빠진 독'인 두산건설에 10년간 1조9252억원을 쏟아 부었다. 여기에 정권이 바뀌고 에너지 수급 계획이 바뀌자 10조원의 수주물량이 증발하면서 일감이 고갈됐다.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그룹 유동성 위기까지 불거졌다.

일각에선 현 정권이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 트리거(방아쇠)를 당겼다고 주장하지만 기업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 소모적인 논쟁이다. 정치적 쟁점화에 이용되고 난 뒤 기업은 상처투성이로 남겨질 것이 뻔하다.

지금은 '누구 탓에 두산중공업이 위기에 빠졌는지' 따질 때도, '더러운 에너지' 생산 주범이라는 낙인을 찍을 때도 아니다. 더욱이 두산중공업이라는 '기업'을 살릴 때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 발전 '산업'을 어떻게 지켜나갈 지다.

2016년 한진해운 파산을 기억해야 한다. 한진해운이라는 기업이 부도나자 한국 해운 산업이 파국을 맞았다. 두산중공업이 원전 사업을 버리면 한국 원전 산업도 무너질 것이 뻔하다. 지금은 세계적 기술력을 가진 한국 원전 산업을 버려도 될 지, 진입장벽이 높은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어떻게 진입할 지 다시 한번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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