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지난 4월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 약속을 지켰다. 지주회사인 두산이 보유했던 알짜 자산인 두산솔루스와 모트롤사업부를 판 매각대금으로 경영난에 빠진 두산중공업에 수혈하기로 했다.
두산 오너가도 사재(두산퓨얼셀 지분)를 두산중공업에 무상출연하며, 두산중공업 살리기에 힘을 보탰다.
두산중공업은 증자대금 1조3000억원이 수혈되고 성장동력으로 두산퓨얼셀이 이식되는 것을 계기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체질을 바꾼다는 계획이다.
4일 두산중공업은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주 발행 가격은 주당 1만700원으로 1억2149만5330주가 새로 발행되며, 신주는 주주에 우선 배정된 뒤 실권주는 일반 공모한다.
지난 6월말 기준 두산중공업 지분 34.36%를 보유한 두산은 이번 유증에 4467억원 규모의 신주를 배정받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두산은 알짜 자산을 팔아 증자대금을 마련한다.
이날 두산은 전기차 배터리 부품(전지박)을 만드는 두산솔루스 지분 18.05%를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2382억원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또 중장비용 유압기를 만드는 모트롤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소시어스-웰투시 컨소시엄에 4530억원에 판다고 밝혔다. 총 6912억원을 마련한 것이다.
지난달 두산은 네오플럭스(지분 96.77%)를 신한금융지주에 팔아 730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두산타워는 현재 매각이 진행중이다. 그룹 측은 "두산중공업 증자 재원이 충분히 확보됐다"고 전했다.
오너가도 두산중공업에 사재를 출연했다.
이날 두산 대주주들은 보유중인 두산퓨얼셀 지분 23%를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했다. 지난 6월 보통주 기준 오너가의 두산퓨얼셀 지분 현황을 보면 박정원 그룹회장 7.38%,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4.92%,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4.24%, 박용성 전 두산 회장 3.46% 등이다. 지난 3일 종가 기준 약 5740억원어치 주식이다.
다만 두산 오너가가 이날 판 두산솔루스 매각대금 4604억원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두산이 매각한 두산솔루스 지분(18.05%) 외에 오너가가 보유한 지분 34.88%도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매각했다. 업계에선 두산솔루스 매각대금은 오너가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사재출연이 완료되면 두산중공업은 두산퓨얼셀을 자회사로 두게 된다. 두산중공업은 독보적인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가진 두산퓨얼셀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추진중인 액화수소플랜트, 수소터빈 사업 등에 두산퓨얼셀 수소전지를 장착하고 듀산퓨얼셀은 두산중공업의 글로벌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다.
동시에 이날 두산퓨얼셀은 342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갔다. 증자대금은 시장 확대에 따른 생산 라인 증설에 사용된다. 그룹 관계자는 "수소경제라는 공통 분모 위에서 사업적 시너지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