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매각·유상증자·사재출연 등으로 3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두산그룹의 재무구조개선계획(자구안)이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두산솔루스와 클럽모우CC에 대한 매각 양해각서를 맺었고 두산건설, 두산모트롤, 두산인프라코어 등도 매각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채권단은 제값을 받기위해 매각 작업을 서두를 필요없다는 입장이지만 경영난에 빠진 두산그룹이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갖기 힘든 상황이다.
① 밑지고 파는 클럽모우CC
두산그룹의 1호 자구안 대상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골프장 클럽모우CC다. 지난달 29일 두산중공업은 하나금융-모아미래도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 컨소시엄이 제시한 입찰가는 1800억원대.
두산중공업은 클럽모우CC를 빠르게 매각하는데 성공했지만 최근의 현금흐름을 보면 오히려 밑지는 장사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4월 두산중공업은 이 골프장의 시행사인 장락개발에 2200억원을 빌려줬다. 유동성 위기 속에서도 골프장에 거금을 빌려준 이유는 골프장을 정상화한 뒤 매각하기 위해서다.
2013년 클럽모우CC 시공사였던 두산중공업은 장락개발이 회원권을 분양하지 못해 자금난에 빠지자 채무(1216억원) 인수 방식으로 골프장을 떠안았다. 이후에도 경영난은 계속 이어져 작년 장락개발의 결손금은 1410억원에 이른다. 두산중공업의 대여금으로 사채를 상환하고 결손금을 메운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빠르게 클럽모우CC를 매각하는데 성공했지만 대여금 2200억원은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2200억원을 투자해 1800억원만 회수하는 셈이다. 당초 두산중공업은 2500억원대에 골프장을 팔 계획이었지만 매각가가 1800억원대로 낮아지면서 400억원을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② 팔기 아까운 두산솔루스
'매물 2호'는 두산솔루스다. 지난 7일 두산은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설립한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두산솔루스 매각 양해각서를 맺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부품인 '전지박'을 만드는 두산솔루스는 작년 10월 두산그룹에서 인적분할된 뒤 코스피에 상장했다. 업계 추정 매각가는 7000억원으로 대규모 자금이 두산에 유입될 수 있지만 두산입장에선 팔기 아까운 매물이다.
두산은 2018년 헝가리에 '전지박 생산공장' 착공에 나섰고 연내 대량 생산을 앞두고 있다. 유럽의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로 급변하는 가운데 유럽내 유일한 '전지박 공장'의 몸값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10월 분할상장 당시 4000원대에 머물던 두산솔루스 주가는 현재 3만4500원대로 치솟았다.
③ 다음 매물은?
업계의 관심은 '두산그룹이 어디까지 팔 것인가'이다. 이번 코로나19 여파로 채권단으로부터 3조원의 지원을 받은 두산그룹은 자구안을 통해 3조원을 마련하기로 한 상황이다.
클럽모우CC와 두산솔루스 외에 매물로 나온 자산은 두산건설, 두산모트롤, 두산타워, 네오플럭스, 두산인프라코어 등이다. 두산건설은 최근 우선협상대상자로 대우산업개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고, 두산모트롤은 중국회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매각 주관사를 선정했다.
두산그룹 지배구조의 큰 줄기가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만큼 두산밥캣도 매물로 나올 것인가도 관심이다. 두산밥캣은 두산그룹이 2007년 인수한 세계 1위 소형 중장비 업체다.
일각에선 채권단이 두산그룹을 친환경 에너지 사업 중심으로 재편하고 그 외 사업부는 정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두산밥캣도 매각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친환경차인 전기차의 핵심 부품 생산업체 두산솔루스가 매물 대상에 오른 만큼 단순히 '친환경 에너지' 잣대로 매각 대상을 결정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