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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자구안 중간점검…'얼마 확보했나'

  • 2020.09.22(화) 17:43

[워치전망대-이슈플러스]
5개월새 1.7조 확보…3조 목표 절반 넘어
인프라코어 매각도 소송 걸림돌 빼고 '속도'

두산그룹이 지난 4월 채권단과 약속한 재무구조 개선계획(자구안)을 통해 1조7000억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5개월 만에 자구안 목표치(3조원)의 절반을 넘긴 것이다. 자구안의 '마지막 퍼즐' 격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작업도 속도가 붙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알짜 자산' 다 팔았다…자구안 속도

22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이 지난 4월 이후 이행한 자구안 규모는 1조7492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두산타워 8000억원, 두산솔루스 2382억원, 모트롤 사업부문 4530억원, 클럽모우컨트리클럽(CC) 1850억원, 벤처캐피탈 네오플럭스 730억원 등이다. 지주사 ㈜두산이 핵심 자회사인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해 알짜 자산을 다 팔았단 얘기다.

두산은 자구안을 통해 확보한 유동성으로 두산중공업 부채를 상환한다. 지난 4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해 3조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당시 두산그룹은 향후 3년간 매년 1조원씩 총 3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자구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보다 자구안 이행 속도가 훨씬 빠른 셈이다.

1조7492억원 중 두산에 유입되는 '현금'은 두산솔루스, 모트롤사업부, 네오플럭스 등 매각대금인 7642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두산은 이 현금을 증자 대금으로 쓴다. 두산중공업은 1조3000억원대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데, 두산중공업 지분 44.86%를 보유한 두산은 증자대금으로 4500억원 가량을 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아울러 두산은 지분 16.78%를 보유한 두산퓨얼셀이 추진중인 3420억원대 유상증자에도 참여해야 한다.

두산타워와 클럽모두CC 등의 매각 대금은 곧바로 부채 상환 등에 투입된다. 일단 두산타워 매각 대금 8000억원 중 절반 이상은 채무 상환에 사용된다. 두산타워는 채권단이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한 담보로 알려질 정도로 가치가 높은 자산이었다. 지난 6월 말 기준 두산이 산은 등에 제공한 두산타워 담보설정금액은 4920억원에 이른다. 채무 상환 뒤 남은 매각대금은 두산중공업이 대출할 때 예금근질권으로 제공한다.

두산중공업이 보유했던 클럽모우CC의 매각대금(1850억원)은 회원권 입회보증금 반환 비용 등을 제외하고 두산중공업이 곧바로 채권단 차입금 상환에 사용했다.

자구안과 함께 두산 오너가의 사재출연도 진행됐다. 박정원 회장 등 오너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두산퓨엘셀 지분 23% 전량을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했다. 6000억원에 육박하는 자산을 사재출연 한 것이다.

대신 두산 오너들은 두산솔루스를 통해 현금을 확보했다. 이번에 두산이 두산솔루스 지분 18.05%를 2382억원에 매각할 때 오너들도 자신들이 보유한 두산솔루스 지분 34.88%를 4604억원에 팔았다.

두산 오너가 개인적으로 지분을 보유했던 회사 중 전기차 배터리 부품을 만드는 두산솔루스는 외부에 팔고,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보유한 두산퓨얼셀은 오너가가 출혈을 감내하고 그룹 내부에 남긴 것이다. 수소연료전지 사업이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하는 두산중공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 두산인프라코어 '흥행'…두산건설, 사실상 '청산'

앞으로 남은 자구안은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의 매각 정도다. 핵심은 두산인프라코어다. 두산그룹은 현재 매각 주간사 크레디트스위스(CS)와 함께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진행중이다. 최근 예비입찰일을 이달 22일에서 28일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시가총액은 1조9400억원대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07%를 갖고 있지만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포함하면 매각 가치는 8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변수는 소송 문제다. 2011년 두산인프라코어는 종속기업인 '두산인프라코어 차이나'의 기업공개(IPO)를 전제로 사모펀드로부터 38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 차이나' 상장이 실패했고 사모펀드가 '두산인프라코어 차이나' 지분을 매각 하는 과정에서 소송이 제기됐다. 소송가는 7151억원에 이른다.

이 소송이 매각 걸림돌이었지만 최근 두산그룹이 소송에서 질 경우 배상금을 모두 책임지겠다고 나서면서 다시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두산건설은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하다. 두산중공업 입장에선 밑지고 팔지 않기 위해선 두산건설의 순자산 가치인 4063억원 이상 받아야 하지만 시장에서 거론되는 가격은 2000억원 안팎이다. 자산 매각이 아닌 사실상 청산에 가까운 셈이다.

◇ 구조조정 여파 얼마나 컸나

지난 2분기 두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7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8%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21억원으로 1% 감소하는 데 그쳤다. '덩치'는 유지되고 '내실'만 급격하게 악화된 원인은 계열사에 있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두산그룹이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계열사 일회용 비용 등으로 786억원 가량이 반영됐다. 실제로 지난 2분기 두산의 자체 사업의 영업이익은 70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6.9% 증가했다. 회사 측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도 불구하고 전자사업부문의 실적이 호조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 자구안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두산의 재무 건전성은 개선될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두산의 자구안이 원활히 성사되면 두산의 부채비율은 지난 6월말 연결 기준 363.1%에서 265.7%로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두산중공업의 부채비율도 287%에서 161.5%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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