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유럽에서 구독경제 방식으로 수소전기트럭을 빌려준다. 구독료는 연간 주행 거리 등을 기준으로 킬로미터(km)당 정액요금으로 산정하고 충전비, 수리비, 보험료 등 모든 유지비가 구독료에 포함된다. 미래차 시대가 열리면서 새로운 영업방식이 도입되는 셈이다.
독특한 구독경제 방식이 도입된 것은 수소전기트럭의 높은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서다. 내연기관차보다 2배 이상 비싼 수소전기차 구입비용 부담을 낮추고 수소충전비까지 구독료에 포함시켜 아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수소충전소에 대한 심리적 접근성은 높였다.
지난 6일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대량생산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XCIENT Fuel Cell)' 10대를 스위스에 수출했다. 우선 이 트럭은 현대차와 스위스 수소전문기업인 H2에너지의 합작법인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Hyundai Hydrogen Mobility)'로 인도된 뒤 현지에서 운행한 만큼 사용료를 내는 방식(Pay Per Use)으로 판매된다. 현대차는 이 합작사의 지분 75%를 가지고 있다.
수소전기트럭의 사용당 요금은 차량 사용량, 연간 주행 거리 등을 기준으로 km당 정액 요금이 부과된다. 요금에는 수소충전비, 보험료 등 모든 운행비용이 포함된다. 약 8년의 계약기간에 연료전지도 무상 교체된다. 운전기사만 빼고 모든 비용이 요금제에 들어간 것이다. 현대차는 현재 디젤 트럭을 운행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총소유비용, TCO)을 기준으로 수소전기트럭의 요금을 책정했다.
할부, 렌트, 리스 등 전통적인 내연기관차 판매 방식과 다른 영업방식이 수소전기트럭에 적용된 것이다. km당 주행요금이 부과된다는 점은 쏘카 등 차량공유업체와 비슷하다. 하지만 차량공유업체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것과 달리 현대차는 수소전기트럭을 장기적으로 사용할 법인 고객을 상대한다. 특정 고객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선 '구독경제'에 가까운 것이다.
현대차가 '구독경제' 방식으로 수소전기트럭을 빌려주는 까닭은 높은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서다. 수소전기차의 가격은 동급의 내연기관차 대비 2배가량 비싸다. 보조금이 지원되지 않으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현대차가 수소전기트럭에 사용당 요금 방식을 적용해 초기 가격 부담을 확 낮춘 것이다.
수소전기트럭의 구독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는 수소 인프라 구축이다. 스위스는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는 아직 걸음마단계지만 향후 유럽 수소차의 거점으로 거론될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
스위스의 수소 인프라를 개척하고 있는 기업은 현대차와 합작사를 설립한 H2에너지다. 이 회사는 2016년 스위스 취리히에 첫 번째 수소충전소를 만들었고 지난해 수소생산합작법인 '하이드로스파이더(Hydrospider)'을 설립했다. 이 합작사는 수력발전을 활용해 친환경적인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H2에너지가 생산, 충전, 차량 등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 생태계에서 현대차는 수소차량 생산을 맡은 것이다.
지난해 최대 소매유통기업 콥(COOP)과 주유소 운영사 아비아(AVIA) 등 21개 회사가 연합해 수소충전소 운영사인 '스위스 수소 모빌리티 협회'를 설립했는데, H2에너지와 현대차의 합작사가 이 협회에 파트너사로 이름을 올렸다. 스위스는 현재 3개뿐인 수소충전소를 2025년까지 8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콥 등 소매기업이 현대차 수소전기트럭의 주요 고객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