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를 딛고 해외 시장에서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4월 '판매 절벽' 아래로 수직 낙하했던 해외 판매량은 4개월째 계단식으로 회복되고 있다. 여기에 내수가 꾸준히 버팀목으로 버텨주고 있어 회복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다만 절대적인 수치는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 바닥에서 계단밟고 올라왔다
2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달 해외 판매량은 25만8400대를 기록했다. 작년 8월과 비교하면 17.1% 감소했지만 지난달과 비교하면 7.7% 증가한 수치다. 예년수준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위기에서 회복되고 있다는 얘기다.
판매 실적을 올해 전체로 넓혀 보면 지난달 해외 판매량은 올해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1~3월 23만~25만대였던 해외 판매량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지난 4월 8만대 수준까지 주저앉았다. 이후 판매량은 14만대선(5월), 20만대선(6월), 23만대선(7월), 25만대선(8월) 등으로 계단식으로 회복했다. '나이키 형'으로 그래프를 그린 셈이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이르면 이달부터 현대차의 해외 판매량이 정상 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여전히 국내 시장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 국내 판매량은 5만4590대로 전년동기대비 3.2% 증가했다. 올 1~8월 내수 판매량은 51만6584대로 전년동기대비 3.9% 증가했다. 코로나19 위기속에서도 내수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서 유일하게 내수에서 성장하는 저력을 보였다. 르노삼성차의 지난달 내수 판매는 6104대로 전년동기대비 21.5% 감소했다. 이밖에 쌍용차 -15.5%, 기아차 -11.3%, 한국지엠 –8% 등으로 내수판매가 후진했다.
코로나19 속에서도 현대차의 내수 판매가 꾸준히 성장하는 원동력은 신차에 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부분변경 모델 그랜저의 지난달 내수 판매량은 1만235대로 전년동기대비 85.6% 증가했다. 그랜저는 지난 3월부터 6개월째 매월 1만대 이상을 팔리며 '판매 왕'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초 출시된 G80의 1~8월 판매량은 3만3093대로 이미 올해 판매 목표(2만4000대)를 넘어섰다.
◇ 형만한 아우 없다
지난달 기아차는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해외 판매량은 17만8482대로 전년동기대비 5.2% 줄었다. 내수 감소폭은 더 가팔랐다. 국내 판매량은 3만8463대로 전년동기대비 11.3% 감소했다. 내수 판매량은 지난 2월 이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K5, 쏘렌토 등을 생산하는 화성공장 일부 라인 재편 공사로 인한 공급물량 감소 등으로 판매량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차종별로 보면 작년 말 출시된 K5의 '신차 효과'가 주춤했다. 지난 8월 K5 판매량은 3944대로 전월보다 53.4% 감소했다. 'K 시리즈'는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지난달 K3는 1631대 팔리며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49.8% 감소했다. K7의 지난달 판매량은 2172대로 전년동기대비 68.8%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