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구독경제 시장이 폭풍 성장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꽤 구미가 당기는 테마다. 최근 국내에서는 구독경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도 처음 등장했다. 구독경제에 투자하려면 어떤 기업을 눈여겨봐야 할까.
◇ 소비 변화 속 코로나가 '촉매' 역할
구독경제는 정기적으로 구독료를 내고 일정 기간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개념이다. 오래전엔 신문이나 잡지 등에 국한됐지만 지금은 미디어 콘텐츠부터 공간 사용, 서비스 이용까지 다양하다.
특히 전통적인 의미의 구독은 눈에 보이는 무엇인가를 주기적으로 사서 소유하는 방식이었다면 현재는 무형의 서비스를 구독하는 경우가 더 일반적으로 다가온다.
구독경제가 확산한 데는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과 기술 발달이 작용했다. 대신증권은 장기적인 저성장 기조, 긱 이코노미(빠른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정규 프리랜서 근로 형태가 확산되는 경제 현상) 확산, 밀레니얼 세대의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성향이 구독경제를 빠르게 확산시켰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면서 데이터 수집, 분석, 큐레이션, 정기 결제시스템 등 구독 관리를 하면서 생태계가 확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와중에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구독경제 성장세가 더 탄력을 받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2015년 보고서에서 전세계 구독시장이 2016년 4200억달러(약 470조원)에서 올해 5300억달러(약 594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미국의 기업용 결제 기업인 주오라의 구독경제지수(Subscription Economy Index, SEI)에 따르면 해당 지수에 포함되는 기업들의 매출액은 2012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연평균 18.2% 상승했다.
◇ 미디어부터 유통까지 스펙트럼 다양
구독경제 기업들은 구독 비즈니스를 하는 모든 기업을 아우르기 때문에 상당히 광범위하다. 정기 배송 서비스를 통해 물건을 전달하거나 가전제품을 장기 렌털해 주는 형태는 물론 소프트웨어 등 무형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거나 스트리밍을 통해 음악이나 동영상을 제공하는 기업도 포함된다.
글로벌 기업 가운데서는 포토샵 등의 소프트웨어를 구독모델로 제공하는 어도비, MS오피스와 함께 클라우드 서비스에 구독모델을 도입한 마이크로소프트(MS), 구독자에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 등이 대표적이다.
쇼피파이의 경우 전자상거래 쇼핑몰 창업자들을 위한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주오라는 정기 결제시스템 등 기업용 어플리케이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은 전자책뿐만 아니라 과자, 커피, 화장품, 꽃 등 생활용품을 박스 형태로 정기배송하고 있다. 일본 맥주업체인 기린은 월 정액제를 통해 맥주를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한다.
국내에선 장기 렌털 기업인 코웨이나 SK매직 등이 대표적인 구독경제 기업이다. 음원스트리밍을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 KT 등 통신업체, 전자책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보문고, 월 정액 회원제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티몬, 쿠팡 등 전자상거래 업체와 식품을 정기 배송해주는 홈쇼핑 업체도 구독경제에 발을 들였다.
지난 5월 출시된 키움자산운용의 글로벌 구독경제 펀드의 경우도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등을 편입하고 있다. 키움자산운용의 구독경제 펀드는 출시 후 3개월 만에 설정액이 100억원을 돌파했다.
다만 구독경제 역시 비슷한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경쟁이 심화되거나 구독자들이 서비스에 실망해 떠나면서 실패하는 사례도 있는 만큼 장기적인 성공 여부를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대신증권은 "구독경제 성공 사례로 서프라이즈 박스나 생필품 정기 배송 스타트업이 많이 언급되지만 이들의 성공을 논하기 이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