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시장의 예상대로 역대급 실적을 내놨다. '없어서 못 판다'는 시황이 고스란히 실적에 반영된 것이다. 업계에선 피크아웃(Peak out·실적 정점 통과)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현대제철은 "올해 하반기에도 시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업계의 관심은 최다 온실가스 배출업종에 속해 있는 현대제철이 탄소중립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갈지다. 현대제철은 고로(용광로)보다 이산화탄소가 절반만 배출되는 전기로를 활용해 환경규제에 대응할 계획이다. 포스코가 100% 고로만 운영과는 것과 달리 현대제철은 고로와 전기로를 절반씩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제철이 포스코보다 환경규제에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셈이다.
역대급 영업이익, 고점은 언제?
현대제철은 지난 27일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5조6218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36.7% 증가한 수치다. 내실은 더 좋았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545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795% 급증했다. 이는 현대제철 창사 이래 분기기준 최고 실적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일부 설비가 가동이 중단됐지만 부문별 생산확대로 급증하는 철강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며 "고로 생산은 전년동기 대비 8.5% 감소했으나 탄력적 수용 대응으로 판매량은 9.7% 증가했다. 전기로 제품은 건설시장 확대로 판매량이 9% 증가했다"고 말했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률은 10%에 이르렀다. 그동안 현대제철의 영업이익률은 매번 변변치 못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전부터 영업이익률은 계속 바닥에 머물렀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였다. 코로나19가 덮친 지난해 분위기가 반전됐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률 1.2%를 기록하며 소폭 상승하더니 올 1분기엔 6.2%로 껑충 뛰었다.
품목별 판매성적도 좋았다. 철근·H형강 등 봉형강 부문과 열연·후판 등 판재류 부문에서 골고루 수익성이 개선됐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특수강 품질이 경쟁사와 동등한 수준까지 올라갔고 올 2분기 원가절감을 통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며 "당분간 흑자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건설 자재인 봉형강 역시 건설수주가 양호하고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선언을 하면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제철은 '피크아웃 우려'에 대해서도 올 하반기에도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며 자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하반기도 지금의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며 "자동차 업계는 올 상반기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고 조선업은 수주량이 당초 계획을 상회하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큰 폭의 판매 단가 상승이 판매량 감소 효과를 상쇄하며 매출액이 2분기 대비 늘어날 것"이라며 "오는 3분기 영업이익은 7090억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치솟고 있는 원자재 가격에 대해선 철강 가격을 인상해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재 해외 수출용 자동차 강판 가격에 대해 협상을 진행 중이고 오는 3분기엔 국내 강판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며 "우호적 환경에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탄소중립 시대 경쟁력은 전기로?
전 세계가 탄소중립 시대를 준비하면서 철강업계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유럽연합(EU)의 탄소 국경세 도입이다. 최근 EU는 2026년 시행을 목표로 탄소국경세 도입을 발표했다. EU에 수입되는 제품이 EU에서 생산하는 제품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을 경우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많은 철강업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현대제철은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해 차근차근 준비해나갈 계획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EU가 2026년부터 탄소국경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민간과 국가 간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 중"이라며 "탄소배출권 등 국가 간 제도가 상이해 여러 변수가 있지만 진행 상황을 보며 세부적인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대제철은 고로와 전기로가 반반씩 섞여 있는 제품 포트폴리오 덕분에 환경규제에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고로에서 보통 철 1톤을 생산하는데 이산화탄소 2톤이, 전기로에서 철 1톤을 생산하는데 이산화탄소 1톤이 각각 발생된다"며 "국가별 수출 품목별로 전기로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현대체철의 제품 구성을 보면 고로 1200만톤, 전기로 1200만톤 등 연간 총 2400만톤의 철강을 생산하고 있다.
미래먹거리 산업 준비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연료전지금속분리판 생산설비 증설 계획을 밝혔다. 연료전지금속분리판은 수소전기차의 심장 역할을 하는 연료전지 안에 들어가는 부품이다. 수소, 산소, 냉각수를 각각 분리해 막전극접합체(MEA)에 균일하게 공급하고 전류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현대제철은 연간 1만6000대 연료전지금속판을 생산할 능력을 갖춘 상태다. 연간 매출액은 1000억원 수준이다.
이성수 현대제철 모빌리티소재사업본부장은 "향후 버스, 트럭 등 수소전기 상용차용으로 연료전지금속분리판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며 "2023년부터 수요 증가가 예상돼 증설이 불가피해 추가 건설을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