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는 격언은 이번에도 되풀이됐다. 지난 2분기 10년 만에 최대 분기 실적을 낸 포스코 이야기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충격으로 작년 2분기 사상 첫 적자를 냈던 포스코가 1년 만에 분위기를 급반전한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황과 비슷한 흐름이다.
두드릴수록 단단해지는 쇠처럼
지난 9일 발표된 포스코 잠정 실적을 보면 지난 2분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9조277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7.65%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조6081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마비됐던 작년 2분기 포스코는 108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1년 만에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영업이익률은 17%를 넘겼다. 영업이익률은 작년 2분기 마이너스(-) 1.8%에서 시작해 3분기 4%, 4분기 7.4%, 올해 1분기 13.8%, 2분기 17.3% 등으로 극적인 우상향 그래프를 만들어냈다. 이익률이 높은 게임업계의 맏형 엔씨소프트의 지난 1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률(13%)보다 높은 수준이다.
포스코 본체 실적에 포스코케미칼 등 계열사 실적이 더해지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 2분기 매출은 18조228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2.85%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조2014억원으로 1212.7% 급등했다. 영업이익률은 12%를 넘겼다. 별도와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을 비교해보면, 포스코 본체의 사업성이 더 뛰어난 셈이다.
포스코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도입한 2011년 이후 연결기준으로 분기 실적이 2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업설명회(IR)에서 연결 기준 실적을 잠정적으로 발표했던 2006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15년 만에 최대 분기 실적이다. 별도기준으로는 2010년 2분기 이후 10년 만의 최대치다.
2010년 2분기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1조8359억원을 기록했다. 그해 포스코는 사상 최대 매출(60조6379억원)을 찍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휘청이면서 수요가 급감했지만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철강 수요가 되살아났다. 덩달아 철강 가격도 오르면서 포스코 실적도 빠르게 개선됐다.
올해도 10년 전과 상황은 비슷하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이후 전세계 경기가 회복되면서 철강의 수요산업인 제조업이 빠르게 살아났다. 수요가 늘자 철강 몸값도 올랐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탄소강(철강)의 평균판매가격(ASP)은 작년 2분기 톤(t)당 약 6만4000원에서 최근 9만5000원으로 인상됐다.
위기 상황에서 포스코는 '쇠는 두드릴수록 단단해진다'는 말처럼 한 단계씩 성장해왔다. 1979년 석유파동 무렵엔 제2 제철소인 광양제철소 건설을 추진했고 1997년 외환위기 땐 글로벌 생산 기지 구축에 나섰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엔 중국의 대규모 철강 설비 증설에 대응에 고부가가치 제품인 자동차 강판 개발에 나섰다. 이번 코로나19 위기 땐 포스코그룹은 핵심 성장사업인 2차전지 소재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정점은 언제? 기대 반 우려 반
앞으로 관심은 포스코의 호조가 언제 정점을 찍을 것인가이다.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철강산업 특성상 이 상승세가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작년 2분기 이후 가파른 상승 가도를 달려왔던 판가(탄소강 ASP) 상승세는 다소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 철강 시장에서 수요 둔화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고, 현재 가격은 철강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이 생길 수 있는 레벨"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수 가격 조정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선 조선용 후판과 자동차 강판 등에 대한 가격 인상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올 3분기까지도 양호한 실적이 이어지며 분기 실적 정점(Peak out)에 대한 우려는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0년 이후엔 어땠을까. 별도 기준 포스코의 연간 영업이익은 2010년 4조9041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2011년 4조3304억원, 2012년 2조7896억원, 2013년 2조2151억원 등으로 내리막을 걸었다. 이번 분기 이후 행보가 더 중요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