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서일(瑞一)빌딩’.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 4번출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의 교통 요지에 위치한 건물이다. 지하 3층, 지상 10층 규모다.
종합제지업체 깨끗한나라와 서일빌딩이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하게 긴밀한 유대를 갖고 있어 흥미롭다. 알고 보니 단순한 출자회사가 아닌 ‘한 핏줄’로 엮여 있어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깨끗한나라는 현재 서일물산(瑞一物産) 지분 48%(9600주)를 소유 중이다. 원래는 10% 정도였지만 2015년 2월 38%를 추가로 인수해 지금의 지분을 가졌다.
서일물산에 대한 호기심을 동하게 하는 요소는 계열 지배구조 측면이다. 깨끗한나라 계열은 100% 자회사 보노아(물티슈 제조)와 케이앤이(플랜트·설비관리) 2개사로, 서일물산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지분을 갖고 있지만 관계기업으로 분류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실마리는 ‘핏줄’에서 찾을 수 있다. 고(故) 최화식 깨끗한나라 창업주의 3남2녀 중 장남 최병욱(74) 전 서일물산 대표가 사실상 독자경영해 온 회사이기 때문이다. 차남이자 깨끗한나라 현 오너인 최병민(70) 회장의 형이다.
서일물산은 1977년 5월 설립된 업체다. 원래는 1966년 3월 창업한 옛 대한팔프공업(대한펄프)을 전신(前身)으로 한 깨끗한나라의 지류 수출입을 담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계열사다.
다만 지금은 무역업은 거의 하지 않고, 주로 부동산 임대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송파구 잠실 소재 서일빌딩의 임대·관리 사업을 하는 주체가 바로 서일물산이다. 본점 또한 이 빌딩에 위치해 있다. 총자산 200억원(6월 말 기준)에 자본금 2억원, 자기자본은 144억원이다.
서일물산 경영진이 면면에서 깨끗한나라 장자(長子)의 ‘마이웨이’를 엿볼 수 있다. 최병욱 전 대표는 대한펄프에서 공장 실무직을 두루 거쳐 영업담당 부장, 상무 등을 지내기도 했다. 이후 서일물산이 설립된 뒤로 경영을 맡아 2019년 12월까지 대표이사로 활동해 왔던 것.
최병민 회장이 창업주로부터 깨끗한나라의 경영권을 물려받은 게 1980년 11월이다. 창업주의 별세에 따른 것으로, 반면 최 전 대표의 경우는 서일물산을 맡아 독자적인 사업가의 길의 걸어왔던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최백규(44)씨에게 대표 자리를 물려주기는 했지만 이사회 멤버로 여전히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뿐만 아니다. 공개된 범위 내에서, 지금의 서일물산의 주주 구성은 알 길 없지만 2015년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최 전 대표가 서울물산 지분 52%를 소유, 단일 1대주주로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깨끗한나라와 서일물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는 서일빌딩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서일빌딩은 4인 공동소유다. 서일물산이 42%, 개인 2명이 37%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외 21%가량이 깨끗한나라 소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