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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장기 '오가노이드'가 뜬다

  • 2021.09.07(화) 14:01

줄기세포 등을 장기와 유사하게 배양
동물실험 대체·신약 개발 효율성 증대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줄기세포를 배양해 인간 장기의 구조나 기능을 재현한 장기유사체 '오가노이드(Organoid)'가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오가노이드를 활용하면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R&D) 과정에서 동물실험 대체는 물론 임상 예측률도 높일 수 있다. 기초 바이오 R&D에서부터 재생 치료 및 신약 개발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어 시장 잠재력이 높다는 분석이다.

오가노이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 기전을 연구하고 백신·치료제를 연구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다. 오가노이드는 '장기(organ)'와 접미사 '유사한(oid)'의 합성어다. 줄기세포나 장기기반세포를 장기와 유사한 구조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다. 복잡한 생체의 장기를 모방했다는 점에서 '미니 장기'나 '유사 장기'라고 불린다.

미국, 중국, 일본 등 많은 국가의 연구진들이 신장, 폐 등 코로나19 영향을 받는 신체 조직을 오가노이드로 구현, 코로나19 감염 경로를 확인하고 치료제 등의 약물 효과성을 입증하는 데 활용했다. 국내 카이스트(KAIST) 연구진 역시 지난해 12월 미국 스탠포드대학 연구진과 폐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병리학적 기전을 확인했다.

전 세계 연구진이 오가노이드에 주목하는 이유는 생물학 연구와 신약개발 등 활용성이 높은 기술이어서다. 오가노이드는 신약개발 단계 중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비임상시험(전임상)을 대신할 수 있다. 기존 신약개발 과정에서는 비임상시험의 결과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의 결과가 다르다는 한계가 있었다.

예를 들어 아스피린의 경우 동물을 대상으로 한 비임상실험에서 동물을 사망에 이르게 할 만큼 독성이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인간은 큰 부작용 없이 아스피린을 의약품으로 사용 중이다.

반대로 비임상시험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없었지만 사람에게 사용했을 때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물도 있다. '탈리도마이드' 사례가 대표적이다. 과거 비임상시험에서는 문제가 없어 임산부들의 입덧 치료제로 사용됐다. 이후 기형아 출산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판매가 중지된 약물이다.

오가노이드는 인간 세포를 통해 만든 만큼 비임상시험보다 더 근접한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신약 후보물질이나 신약 개발에 있어 안전성과 유효성 여부를 더욱 효과적으로 판단해 임상 예측률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동물 실험에 비해 비용도 저렴할뿐만 아니라 윤리적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오가노이드의 발전이 정밀의료 시대로 전환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가노이드는 개인화된 종양 모델을 구현하고 이를 통해 환자의 약물 반응이나 새로운 치료법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환자 개개인의 장기와 유사한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맞춤형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오가노이드 개발 기술은 사람의 뇌, 폐, 장부터 눈물샘과 침샘 등 영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장, 간, 심장 등의 오가노이드를 만들거나 이를 활용해 신약 개발에 뛰어드는 추세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티앤알바이오팹이 오가노이드 연구를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티앤알바이오팹은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간 조직 등을 개발 중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오가노이드를 약물 독성 검사, 신약개발 등에 활용해 임상시험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위험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줄기세포치료제 전문 기업 강스템바이오텍은 지난달 31일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으로부터 피부 오가노이드 제조 기술을 도입, 실제 피부와 동일한 형태와 기능을 구현하는 피부이식재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유전자치료제 전문 기업 툴젠도 지난 6월 오가노이드사이언스와 오가노이드 기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전략적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의 오가노이드 개발 기술을 활용해 유전질환이나 난치질환 등을 위한 재생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은 지난달 태아 수준에 머물러 있던 뇌 오가노이드를 신생아 수준에 가깝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전 세계적으로 오가노이드 시장은 더욱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더 인사이트 파트너스'는 세계 오가노이드 시장 규모가 지난 2019년 7억달러(약 7775억원)에서 연평균 22%씩 성장해 2027년에는 34억달러(약 3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중에서도 기초 바이오 R&D와 신약 후보물질 탐색 분야가 오가노이드 적용 분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오가노이드 R&D도 더욱 활기를 띨 예정이다. 지난해 첨단재생의료바이오법 시행으로 재생치료제의 조기 상용화와 신속한 효능·안전성 평가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오가노이드 기술은 장기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다만 활용 범위가 넓고 발전 가능성이 많은 분야인 만큼 상용화되는 시점부터 기술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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