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로 전기를 만드는 기술이 미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대요. 뭐 그런 다 아는 얘기냐고요? 화력 발전, 태양열 발전, 원자력 발전이 다 그런 거 아니냐고요? 그래요. 모두 뜨거운 열로 전기로 만드는 것 맞아요. 하지만 저런 발전 방식에서 열을 전기로 바꾸는 것은 터빈이에요. 에너지(열)로 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 거죠.
그러니까 현재 상용화된 '열로 전기를 만드는' 방식은 '열→운동→전기' 순서로 에너지가 바뀌는 걸 이용한 거예요. 하지만 이번 '테크따라잡기'에서 소개할 내용은 이와 달라요. 터빈(운동)이라는 중간 단계 없이도, 또 '따뜻한' 정도의 온기로도 전기를 만드는 '열전 발전' 얘기예요. (feat. 삼성중공업, LG이노텍, 서울대 공대, 울산과학기술원 등)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에너지의 65%는 활용되지 못하고 열로 날아가 버린대요. 버려지는 열을 폐열(廢熱)이라고 해요. 쓰지도 못하고 에너지가 버려진다니, 아깝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들도 생겨요. 버려지는 열은 도시를 뜨겁게 만들기도(열섬현상), 바닷물을 덥히기도 하죠. 생태계와 기후가 달라지는 원인이 되는 거예요.
열전(熱電, thermoelectric) 기술은 자동차나 배, 공장 등에서 버려지는 열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신기술이예요. 간단히 말하면 특정 소재의 양 끝에 온도 차가 발생하면 전하가 오가는 물리 현상을 기반으로 전기를 발생시키는 거예요.
특정 열전 소재의 양 끝에 온도 차가 나게 하면 마이너스(-)를 띤 전자가 움직이면서 전위(電位)가 발생해 전류가 흐르게 돼요. 이를 '제벡(Seebeck, 독일 물리학자, 1821년 발견) 효과'라 하죠. 이를 응용한 장치가 열전 발전기예요. 열전 소재는 매우 희귀한 금속인 비스무트(Bi), 텔루륨(Te) 등이 대표적인데, 변환 효율이 높은 화합물(Bi₂Te₃ 등)로 만든 소자를 열전 반도체라고 하죠.
반대로 열전 소재에 전류를 흐르게 하면 양 끝에 온도 차가 발생해요. 전자가 움직이면서 한쪽은 열을 뺏기고(냉각) 반대쪽은 열을 얻는(발열) 거죠. 이건 '펠티에(Peltier, 프랑스 물리학자, 1834년 발견) 효과'라고 하고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제벡-펠티에 효과가 바로 이 열전 기술의 핵심인 거예요.
산업계에서는 양쪽 모두에서 새로운 미래를 보고 있어요. 제벡 효과를 이용한 열전 발전, 폐열 회수시스템 등이 개발되고 있는데요. 열전 기술을 주 에너지원으로 쓸 수는 없지만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효과는 충분하죠. 펠티에 효과로는 냉매와 압축기(컴프레서)를 사용하는 것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온도를 조절하는 냉각기기를 만들 수 있죠.
지난 13일 삼성중공업은 LG이노텍과 공동 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선박용 열전발전 모듈 및 시스템 개발에 성공하고, 일본 해운사 NYK(엔와이케이)와 실제 선박 적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어요. 연말 NYK에 인도할 17만4000m³급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의 추진 엔진에 열전발전 시스템을 처음 적용하는 거죠.
삼성중공업과 LG이노텍은 4년여간 함께 연구해 진동에 강하고 발전 성능을 높인 나노 구조 다결정 소재를 활용한 열전발전 모듈 및 시스템 개발에 성공, 지난 3월 프랑스 BV선급으로부터 기술 인증을 획득했대요. 이어 지난 4월에는 엔진제조업체 HSD엔진과 실제 제품 성능 테스트를 완료했고요.
자동차 업계에서도 엔진 폐열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 하이브리드 차량의 연비를 높이는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고 해요. 이미 1990년대 초 포르셰가 처음 자동차용 열전 발전기를 개발했고, 뒤 이어 제너럴모터스(GM), BMW 등도 에너지 기업과의 협업 등을 통해 열전 기술 연구개발에 나섰다고 해요. 국내서는 현대차도 준중형차 연비를 10%가량 높일 기술 수준을 갖췄다고 하고요.
열전발전은 국내 학계에서도 계속 연구 성과가 나오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소형화, 유연화한 소재로 모듈을 만들어 체온으로 전기를 만들려는 시도가 많아요. 웨어러블(착용형) 전자기기가 늘어나면서 이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죠.
작년 12월에는 서울대 공대 홍용택 교수팀이 피부에 완전히 밀착하는 신축성 열전소자를 개발했고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손재성·채한기 교수팀은 열전소재를 벌집 형태로 3D 프린팅하고, 이를 활용해 모듈 내 온도차를 극대화하는 기술을 지난달 개발에 성공했어요. 모두 그 결과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고 하네요.
국내에서 열전 기술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을 꼽자면 LG이노텍이에요. 발전 쪽으로는 삼성중공업과의 공동 성과도 있었지만 이미 3년 전부터 소형 냉장고 냉각용 열전모듈을 납품할 정도로 상용화하고 있어요. 이 모듈은 성인 손바닥 크기 정도로 작아서 완제품 디자인을 매우 자유롭게 만들어 준대요.
열전 반도체를 사용하면 생활 가전의 크기도 기존 컴프레서 방식 대비 최대 40%까지 작고 얇게 만들 수 있다네요. 또 컴프레서 방식의 소형 냉장고 소음이 29dB(데시벨)이라면, 열전 반도체 적용 시 소음은 최대 19dB까지 낮출 수 있고요. 요즘 LG전자가 밀고 있는 고급가전 'LG 오브제' 냉장고가 작고 조용한 이유라고 하네요.
이런 모듈은 정수기, 와인셀러 등에도 이미 쓰이고 있대요. 또 온도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차량용 컵홀더나 카시트 등에도 도입되고 있고요. 부품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통신용 장비 같은 곳에도 적용해 데이터 손실을 막기도 한다니,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역할이 기대돼요.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팀의 주말 뉴스 코너예요.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릴게요.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