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로 주말마다 30km가량 떨어진 농장에 가서 식물을 재배했는데요. 지난 2년간 옥수수, 수박, 참외, 상추, 깻잎, 파, 무, 알타리무, 고추, 토마토, 방울토마토, 오이, 당근 등을 키웠죠.
사실 집에서 키우던 선인장도 저세상으로 보낸 '똥손'이었지만, 지난 2년은 다행히 대체로 '풍년'이었습니다. 흙과 함께 보낸 시간이 뿌듯했지요. 물론 망한 작물도 꽤 있었습니다. 농장이 멀어 자주 찾지 못한 탓이 컸죠.
식물 키우는 가전의 등장
그런데 얼마 전 이런 '페인 포인트'(불편)를 제거해줄 '가전제품'을 봤습니다. LG전자가 최근 내놓은 '틔운'(LG tiiun)이란 제품인데요. 꽃·채소·허브 등 6가지 식물을 키울 수 있다고 하네요.
높이는 81.5cm, 가로는 59.5cm 수준이라 가정용 식기세척기 정도 크기입니다. LG전자가 지난해 1월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20'에서 이 제품을 처음 선보일 땐 거의 냉장고 크기였으니 많이 작아진 겁니다. 덕분에 집안 아무 데나 두고 식물을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제품에서 신기한 대목 중 하나는,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이었습니다. 식물 생장에 적합한 파장에 빛 반사율을 높여 그리 길지 않은 기간 안에 수확까지 가능하게 해준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LED가 햇빛의 기능을 더욱 효율적으로 수행해준다는 얘기죠. 빛이 잘 들지 않은 환경에서도 식물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물론이고요.
LG전자 관계자는 "구동방식과 설계 등 자체적으로 연구·개발(R&D)한 LED 광원 기술을 탑재해 식물 광합성의 효율을 높였다"고 설명해줬습니다.
LED에 반도체 기술까지
다른 기업의 사례도 찾아봤습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인데요. 이 회사도 사실 'CES 2020' 때 식물을 키울 수 있는 콘셉트의 시제품을 선보였지만 실제로 출시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식물생장용 LED 기술을 꾸준히 개선해왔다는 점에서 언젠가는 출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흰색 빛을 구현하는 '풀 스펙트럼 LED'라는 것이 대표적인데요.
과거에 식물을 키울 때 쓰는 LED는 빨간색과 파란색만으로도 광합성이 잘 된다는 인식 때문에 이런 빛들을 합친 자주색을 띄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식물 상태를 파악하기엔 적절한 색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삼성은 빨강과 파랑, 초록에 이르는 파장대를 연속적으로 포함하는 빛의 영역을 말하는 '풀스펙트럼'을 사용해 전반적으로 흰색을 띄는 빛을 구현했다는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또 반도체 박막 형성 기술을 활용해 LED 발광층(빛을 생성하는 얇은 층) 표면 품질을 높이고 같은 에너지로 더 많은 빛을 생성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LED 패키지 내부에서 빛을 많이 발산하는 영역이 넓어지도록 칩 설계도 최적화해 식물에 도달하는 빛의 양도 증가시켰다고 하네요. LED 패키지는 회로기판에 장착할 수 있는 형태의 LED 반제품이라고 합니다.
이런 LED는 스마트팜이나 비닐하우스 등에서 주로 쓰인다고 하는데요. 지구 식량난 해소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고 하죠. 이와 함께 삼성도 LG에 이어 식물 키우는 가전제품을 선보여 양사가 경쟁을 벌일지도 궁금해지는 대목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