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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만? 충전소도 경쟁'…현대차 '갯수보다 초고속'

  • 2021.11.25(목) 07:50

완성차 업계 충전 인프라 확보 각축전
현대차, 초고속 충전소 직접 지어 운영
충전사업자 동맹 키우며 플랫폼도 강화

테슬라,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직접 충전소 사업에 뛰어들며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기차 판매를 늘리려면 여건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직접 나섰다. 올해 초 충전 중개 서비스 '이피트(E-pit)'를 새로 내놓은 현대차그룹은 '초고속 충전소 구축', '기존 충전사와 협력' 등 두가지 전략을 축으로 국내에서 충전 인프라를 확보해 나간단 계획이다. 

충전소 직접 짓는 이유

현대자동차그룹의 E-pit 충전소.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해외에선 이미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선점을 위한 완성차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가장 앞서가는 곳은 테슬라다. 미국 에너지부(U.S. Department of Energy)에 따르면 테슬라는 미국 내 6303개의 충전소(18일 기준)를 구축했다. 충전소 한 곳당 5~10개의 충전기가 설치된단 점을 고려하면 최소 3만개가 넘는 충전기를 설치한 셈이다.

폭스바겐, GM 등 기존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충전소 사업 확대를 선언하며 테슬라를 뒤쫓고 있다.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미국 내 충전기 1만 여개를 설치하기로 했고 GM도 4만개의 충전기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충전소를 짓는 이유는 전기차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다. 충전 인프라가 깔리기 전에는 전기차가 대중화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테슬라도 본격적인 전기차 판매에 앞서 충전소 확대를 먼저 시작했다.

김시호 연세대 자동차융합공학과 교수는 "전기차 상용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충전소가 많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충전소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기차 판매를 늘리는 건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충전소'를 이원화해 접근하면서 인프라 확보에 소극적이었다"며 "그런데 테슬라가 충전소 구축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업체들도 충전 사업에 뛰어드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완성차 업체의 충전소 사업 진출이 새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고 있는 건 당연한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충전소 동맹'

/사진=현대차 제공.

국내 완성차 업체에서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나선 곳은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전기차 초고속 충전 브랜드 'E-pit'를 출범하며 충전소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국내 15곳(고속도로 12곳·도심 3곳)에 초고속 충전소를 운영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갯수는 많지 않지만 초고속 충전소를 중심으로 충전망을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는 충전 속도에 따라 △레벨1 저속 충전 △레벨2 완속 충전 △레벨3 급속 충전 △레벨4 초고속 충전으로 나뉜다. E-pit 충전소는 레벨4에 해당한다. 아이오닉5를 기준으로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18분이 걸리는 수준이다.

테슬라도 초급속 충전소인 '슈퍼차저'를 운영 중이다. 전 세계엔 3000곳, 국내엔 30여 곳의 슈퍼차저가 설치됐다. 하지만 슈퍼차저는 테슬라만 이용 가능하다. 최근엔 타 브랜드 전기차에도 문을 열고 있지만 아직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에서만 시범 운영하고 있다.

반면 E-pit의 경우 'DC콤보' 방식 충전 단자를 가진 전기차라면 이용이 가능하다. DC콤보는 급속 충전을 지원하는 충전방식으로 한국, 미국, 유럽 지역의 전기차 충전 표준이다. BMW, GM 대다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표준 규격을 따르고 있고 테슬라만 독자 규격 방식을 채택 중이다. 최근엔 테슬라도 DC콤보 충전기 어댑터를 출시했으나 E-pit에선 안전 상 이유로 충전이 제한된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전략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박철완 교수는 "현재 전기차 운전자들이 가장 불편함을 겪는 것이 충전 속도다. 완속 충전으로 전기차를 충전하려면 몇 시간은 소요된다"며 "앞으로 전기차 판매가 증가하면서 초고속 충전 수요도 급증할 텐데 이에 맞춰 초고속 충전소만 집중적으로 구축하려는 현대차그룹 전략이 적절한 판단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충전소 업체들과 협업도 강화하는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8일 에스트래픽, 차지비,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등 국내 주요 전기차 충전사업자 6곳과 'E-pit Alliance(이피트 얼라이언스)' 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충전소 동맹을 맺은 것이다. 

이번 협약은 각기 다른 충전소 플랫폼을 한곳에 모으는 것이 핵심이다. 현대차그룹은 E-pit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에서 참여사들의 충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충전 플랫폼을 내년 상반기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협약으로 E-pit 플랫폼 안에 다양한 레벨의 충전소를 이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레벨2~3 수준의 충전소를 직접 구축하지 않아도 E-pit 통합 플랫폼을 이용하는 전기차 운전자에게 다양한 충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얼라이언스에 참여한 충전사업자들은 더 많은 충전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플랫폼 내 다양한 충전소 확보를, 기존 충전사업자들은 더 많은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서로 윈윈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앞으로도 초고속 충전소 중심으로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는 동시에 다른 충전사업자들도 E-pit 얼라이언스에 동참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둘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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