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직후에 연간 도매용 차량 판매 목표치를 416만대에서 4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지속되고,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도 여전할 전망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같은 판매 부진은 자동차 시장 전반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반도체 확보를 비롯한 기존 내연기관차의 생산·판매 증진 노력을 기본으로 하면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전기차의 신형 모델 출시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릴 것으로 관측된다.
차량용 반도체 쇼티지에…올해도 내년도 '부진'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완성차 업계의 1년 단위 차량용 반도체 누적 주문량이 내년 반도체 생산능력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원은 "내년 차량용 반도체 생산 능력 대비 약 20~30%가 초과 예약돼 2023년 주문이 접수되고 있다"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이후 (부진했던) 생산을 만회하고 물량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반도체 쇼티지(공급부족)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계에선 올해 연간 판매량이 10만대를 넘는 승용차가 단 하나도 탄생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017년 이후 매년 판매량이 10만대에 달하던 현대차 '그랜저'가 사실상 유일한 '10만 클럽' 후보인데, 올해는 기록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랜저의 올해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8만대 수준"이라며 "10만대 달성을 하려면 12월 한달 내 2만대를 팔아야 하는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내년 국내 자동차 판매 시장은 174만대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약 173만대)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시작한 지난해(약 190만대)보다도 부진했는데, 내년 역시 반전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협회는 "국내 경기와 소비여력이 회복세이지만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과 함께 정부 지원책도 약화했다"며 "업계 신차 출시도 6종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장하는 전기차에서 기회 모색
완성차 업계는 차량 생산에 필수적인 반도체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새로운 성장동력인 전기차 판매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는 올 3분기까지 국내에서 7만1000대가량 팔리며 전년 연간 판매량(약 4만6900대)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중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연간 판매량 기준 지난해 세계 8위였으나, 올해는 7위 달성이 예상된다.
현대차의 경우 내년에 '아이오닉6'와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GV70'의 출격이 예고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전기차의 경우 작년 대비 많이 팔렸다"며 "판매 목표는 앞으로 공격적으로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세단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 라인업을 다변화해 오는 2025년까지 12종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연간 56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기아도 오는 2026년까지 총 1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할 방침이다. 내년은 신형 '니로'를 내놓을 예정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성능뿐만 아니라 디자인 경쟁력도 꾸준히 강화해 차별화에 나설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전기차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내연기관 연구·개발(R&D)센터를 축소하는 대신 전기차 R&D 조직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에 나서기도 했다.
다른 완성차 브랜드도 전기차 시장에 적극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은 신형 '볼트', 쌍용차는 '코란도 이모션' 출시를 준비 중이다. 메르세데스 벤츠·BMW·아우디·볼보 등 수입차 업계도 신형 전기차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사실상 축소할 계획인 점은 부정적이다. 환경부는 최근 100% 보조금을 지급하는 차량 가격 상한선을 기존보다 500만원 낮춘 5500만원으로 설정하는 내용이 골자인 '2022년 전기자동차 구매보조금 지침 개정' 초안을 발표했다. 이는 내년 1월 초 확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신형 전기차 가격정책을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보조금과도 큰 상관이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