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취임 2년차를 맞은 정의선 회장 체제의 본격화를 알리는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이끌 차세대 인재가 대거 승진하고, '노장'들은 물러났다. 현대차그룹은 초대형 물갈이 인사를 통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고, 미래 시장을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승진 임원 3명 중 1명은 40대
현대차그룹은 17일 현대차 66명, 기아 21명, 현대모비스 17명, 현대건설 15명, 현대엔지니어링 15명 등 총 203명에 달하는 신규 임원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사상 최대 규모 임원 인사다.
신규 임원 승진자 가운데 3명 중 1명은 40대였다. 아울러 연구·개발(R&D)부문의 신규 임원 승진자 비율이 37%에 달했다. 성과와 능력을 인정받은 인재에 대한 발탁 인사가 크게 확대된 것이다.
인포테인먼트, 정보통신기술(ICT), 자율주행 등 주요 핵심 신기술·사업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주도할 차세대 리더가 전면에 배치됐다.
이번에 부사장으로 승진한 현대차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전자개발센터장 추교웅 전무(47세), 미래성장기획실장·EV(전기차)사업부장 김흥수 전무(50세),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상엽 전무(52세), 기초선행연구소장·수소연료전지사업부장 임태원 전무(60세) 등이 대표적이다.
외부 인재 수혈에도 나섰다. 제네시스 CBO(Chief Brand Officer)로는 벤틀리, 맥캘란 등에서 브랜드 전략·마케팅 등을 담당한 그레이엄 러셀(Graeme Russell) 상무(47세)를 영입했다. ICT혁신본부장에는 NHN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한 진은숙 부사장(53세)을 기용했다.
이밖에 자율주행사업부장 장웅준 상무(42세)와 인공지능 전문조직 AIRS컴퍼니장 김정희 상무(48세)는 각각 전무로 승진했다. 현대차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에 김선섭 전무(55세)는 부사장으로, 현대차 러시아권역본부장에는 오익균 전무(57세)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정의선 체제 본격화
정몽구 명예회장 측근으로 불리는 윤여철 부회장을 비롯해 울산공장장인 하언태 사장, 이원희 품질 담당 사장, 이광국 중국 사업 총괄 사장은 일선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선임됐다.
특히 윤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면서 부회장단에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만 남았다. 정태영 부회장은 정의선 회장의 매형이다. 세대교체를 통해 사실상 정의선 회장 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아울러 BMW 출신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 사장과 아우디 출신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담당 사장도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들은 담당 분야의 어드바이저(Advisor) 역할을 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이같은 대규모 인사를 통해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미래 사업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해나간다는 구상이다.
회사 관계자는 "대내외 급격한 경영 환경에 대응하고, 미래의 지속가능한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리더십 확보를 위한 인사"라며 "신속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인적 경쟁력 제고를 위한 변화와 혁신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