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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엘비, '노터스' 인수로 노린 두 가지 묘수

  • 2021.12.30(목) 10:47

구주 양수 총 562억 중 420억 BW 발행
CB‧BW 교환으로 실제 인수 지출액 '미미'
재무건전성 확보‧신약개발 밸류체인 기대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에이치엘비가 신약 후보물질 등 의약품 비임상시험 수탁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CRO(임상수탁기관) '노터스'를 인수한다. 에이치엘비는 노터스 인수를 통해 재무 건전성과 신약 개발의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에이치엘비는 지난 27일 재무적 투자자(FI)와 함께 총 962억원의 '노터스' 주식 인수 계약 체결 소식을 발표했다. 노터스는 2012년 설립돼 비임상 유효성 시험평가, 독성 시험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국내 최대 CRO 기업으로 꼽힌다. 

비임상이란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을 동물 대상으로 부작용이나 독성, 효과 등을 알아보는 시험이다. 여기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돼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 신약 개발의 필수 과정이자 첫 단계다. 

노터스는 셀트리온, 유한양행, 한미약품, 녹십자 등 200여곳에 달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비임상을 진행한 바 있다. 건수별로는 지난 2019년 569건, 지난해 717건, 올해는 3분기 누적 기준 767건의 시험평가를 진행했다. 두 회사의 인연 역시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이 개발 중인 항암 신약 '리보세라닙'을 동물항암제로 개발하기 위해 비임상시험을 위탁하면서 이어졌다.

이번 에이치엘비의 노터스 인수구조는 복잡하게 얽혀있다. 에이치엘비는 노터스의 정인성 대표와 김도형 대표가 보유한 구주 총 140만5648주를 주당 4만원, 총 562억원에 양수할 예정이다.

정 대표의 기존 지분율은 22.5%(74만1200주), 김 대표는 21.4%(66만4448주)로, 에이치엘비에 주식을 양도하면 두 대표의 지분율은 각각 12.8%, 12.7%로 감소한다. 에이치엘비는 18.37%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562억원의 양수금액은 현금 142억원과 42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지불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인수 결정 하루 뒤인 28일 1000억원 규모의 BW 발행을 결정했다. 타 법인 증권 취득에 700억원, 운영자금 용도로 300억원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노터스도 지난 29일 공시를 통해 총 946억원에 달하는 전환사채(CB) 발행 소식을 알렸다. 946억원의 전환사채 발행은 546억원과 454억원으로 나눠 2회에 걸쳐 진행된다. 그런데 546억원 규모의 1회차 전환사채 대상이 '노마드제2호조합'이다. 노마드제2호조합은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이 지분 18.49%로 최대주주이고, 에이치엘비테라퓨틱스도 18.31%를 보유하고 있다. 

에이치엘비의 노터스 인수 잔금 납기일은 내년 3월 30일, 노터스의 CB 납입일은 내년 1월 13일이다. 에이치엘비는 노터스가 발행한 CB를 매입한 후 노터스에 BW로 다시 인수 잔금을 납입하는 구조다. 결국 에이치엘비가 실제 노터스를 인수하는 데 지출하는 비용이 크지 않은 셈이다.

에이치엘비의 통합 신약개발 시스템인 'HBS Value Chain'. /사진=에이치엘비

특히 에이치엘비는 노터스 인수를 통해 신약 개발의 기반을 다지게 됐을 뿐만 아니라 재무 건전성도 확보하게 된다. 노터스는 CRO 외에도 동물의약품, 기능성 사료의 연구개발‧유통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신약 연구개발 투자가 늘어날수록 CRO 사업도 동반 성장하는 만큼 노터스의 성장은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노터스의 연매출은 지난 2018년 370억원 규모에서 2019년 460억원, 지난해 600억원으로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이번 합병을 통해 '윈-윈' 효과를 얻을 전망이다. 노터스는 확보한 현금으로 CRO 사업을 해외로 확대하고 에이치엘비생명과학 등과 협력해 동물용 항암제, 동물용 의약품 개발 파이프라인 및 반려동물 케어용품 군 확대에도 나설 계획이다.

에이치엘비는 노터스의 안정적인 매출로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게 됐으며 CRO 역량도 갖추게 됐다. 또 인공지능(AI)과 양자화학 기반 신약 개발기업인 노터스의 관계사 '파미노젠'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노터스의 인수로 마침내 에이치엘비의 신약 밸류체인이 완성된 만큼 앞으로 각 기업들의 유기적 협력과 동반성장이 기대된다"며 "남은 인수절차를 잘 마무리해 양사의 성장과 함께 주주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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