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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5G 주파수 추가할당, SKT·KT 발끈한 이유

  • 2022.01.05(수) 16:06

내달 경매 시작, 최소 입찰가 1400억원
LG유플러스 실익, 투자 없이 속도 향상
전문가 "경매 성립 안 돼, 좀 더 미뤄야"

정부가 5세대(5G) 주파수 추가 할당을 위한 경매를 추진키로 하면서 배경과 경매 방식 등을 놓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할당을 신청한 LG유플러스는 환영하고 있으나, SK텔레콤과 KT 두 회사는 참여할 실익이 없으며 오히려 자사가 역차별을 받게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을 주파수는 LG유플러스의 인접 대역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쟁 입찰이 성립되는 조건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이와 비슷한 사례가 나온다면 이해 관계가 얽힌 통신사간의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00억' 주파수 경매 시작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전날(4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5G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 계획안'에 대한 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일 LG유플러스의 요청에 따라 3.4~3.42기가헤르츠(㎓) 대역 20메가헤르츠(㎒) 폭 주파수를 추가 할당키로 결정했다.

경매로 나온 주파수 대역은 LG유플러스의 5G 주파수 대역(3.42~3.5㎓)에 인접한 구간이다. LG유플러스를 비롯한 SK텔레콤과 KT 3사는 2018년에 실시한 주파수 경매에 참여해 각각 지금의 대역을 할당 받아 5G 서비스를 하고 있다. 

당시 SK텔레콤과 KT가 각각 100㎒ 폭을 나란히 확보했으나 LG유플러스는 이보다 좁은 80㎒을 가져갔다. 300㎒ 폭을 3사에 100㎒씩 똑같이 할당했으면 문제가 없었겠으나 일부 대역이 국가 보안과 관련된 주파수라는 점에서 간섭 현상 우려가 나와 할당 폭이 줄었다. 

그러나 간섭 현상 우려는 기우가 됐다. 이듬해 정부는 "간섭분석 결과 5G 주파수로 활용 가능하다"는 입장을 냈다. 이에 LG유플러스가 작년 7월 정부에 이 대역을 경매에 붙여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정부는 내달 주파수 경매를 시행하기로 했다. 주파수 이용기간은 오는 2028년 11월까지다. 4년 전 통신 3사가 할당받은 주파수 이용기간이 끝나는 시점과 동일하다. 최저 경쟁 가격은 1355억원이다. 여기에 5G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른 시장가치를 더해 최종 가격을 결정한다.

LG유플러스가 주파수를 추가 할당받게 되면 5G 속도가 크게 향상된다. 업계에서는 5G 속도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시행한 5G 품질조사에 따르면 SK텔레콤의 5G 속도는 업로드(96Mbps)·다운로드(930Mbps) 모두 통신 3사 중 가장 빨랐다.  

5G 주파수 추가 할당시 통신 3사의 활용도 /자료=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발끈한 SKT·KT "불공정 경쟁"

LG유플러스는 이번 경매는 2018년 당시 간섭 우려가 해소되면 추가 할당하겠단 정부의 약속에 따라 마땅한 수순임을 강조했다. 김윤호 LG유플러스 공정경쟁담당 상무는 "주파수의 적시공급은 주파수 이용 효율을 높이고 이용자 편익을 증진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본다"며 "어떤 회사가 할당을 받아가더라도 5G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SK텔레콤과 KT는 '역차별'을 불러 일으킨다고 반발하고 있다. 통신 속도는 좋은 주파수 대역을 할당받고 기지국을 잘 운영하는 데서 나온다. 기지국 운영을 위해 첨단 장비를 사들이는 등 통신사가 매년 집행하는 비용은 수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이같은 투자비를 집행하지 않고 주파수 대역을 추가 할당받아 5G 속도를 개선하게 된다.

이번 주파수 할당은 LG유플러스 만을 위한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SK텔레콤과 KT가 경매에 부쳐진 3.5㎓ 대역을 사용하려면 서로 다른 주파수 대역을 묶어 쓸 수 있는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 Carrier Aggregation)을 위한 장비를 마련하는 데 수조원을 투자하고 약 2~3년의 시간을 별도로 들여야 한다. 3.5㎓ 대역이 이들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5G 대역과 멀리 떨어져 있는 탓이다. 

SK텔레콤과 KT는 경매에 참여할 실익이 없다. 다만 LG유플러스가 추가 할당 받는 것을 경계해 경매에 참여하고, 더 높은 가격을 써내다보면 경쟁이 과열돼 불필요한 출혈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KT의 인접 대역 LTE 주파수가 경매에 부쳐졌을 땐 동일한 이유로 LG유플러스가 반기를 들기도 했다. 2013년 KT가 사용 중인 1.8GHz 인접 대역에 대한 할당 시 LG유플러스는 "특정 사업자의 이익이나 특정 가입자에게만 특별한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효율이 아니라 금지돼야 할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는 'KT가 할당받을 시 지역별 사용 기간을 제한한다'는 강력한 추가 조건을 걸어 경매를 시행했다. 

김광동 KT 정책협력담당 상무는 "(주파수 할당시)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데 있어서 최소 20~30미터 앞을 LG유플러스가 달리는 것과 다름없는데 KT는 대응 수단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LG유플러스는 국민(LG유플러스 고객) 편익을 주장하지만, 더 많은 다수의 국민(KT·SKT 고객)에겐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상헌 SK텔레콤 정책혁신실 실장은 "아무리 돈을 들여 투자한다고 해도 주파수를 받은 사업자 품질을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에 당사와 KT는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는 불리한 경쟁 논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LG유플러스가 부족분을 보충하겠다는 게 뭐 잘못됐냐고 말할 수 있지만, 주파수 경매가 지금까지 그랬던 역사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2월 경매 이르다"

정부가 나머지 통신사들의 볼맨소리에도 주파수 할당을 결정한 것은 '투자'와 관련이 깊다. 정부는 28기가헤르즈를 포함해 통신 3사에 기지국 투자비용을 늘릴 것을 매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주파수 할당으로 LG유플러스만 속도가 향상될 경우, SK텔레콤과 KT도 추가 투자를 단행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번 주파수 할당이 LG유플러스에 주는 특혜라고 지적하고 있다. 

오병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주파수 할당 상황을 '국영 호텔 부지' 경매에 빗대 말했다. 오 교수는 "국가가 남산, 잠실, 반포에 토지를 내놓고 호텔업 할 사람 들어와라 라고 부른다면 누가 어디 갈 것인가를 판단하는 건 사업체가 판단할 문제이지만, 이미 호텔을 짓고 장사하고 있는데 반포에 100평 추가 제공한다고 했을 땐 차별적인 효용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포에서 호텔을 운영 중인 사업자에게만 이 100평의 가치가 높단 것이다. 

오 교수는 "인접된 효용 가치가 3사에게 각각 달리 적용된다면 경쟁가격 할당 자체가 사실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쟁가격할당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게 적절하지 않으므로 적어도 인접 대역의 경우엔 새로운 가치산정과 할당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용희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주파수 추가 할당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내 논의됐으며 논의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단 점에 유감을 표했다. 그는 "특정 사업자에게 주파수가 주어짐에 따라 남은 2개사가 어떻게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검토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 맞다고 본다"며 "전문가 연구반 통해 연구된 할당 방안을 공개를 해서 다른 전문가나 사업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애초 경매가 성립되기 어려운 조건이므로 내달 입찰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경쟁사업자 참여가 없을 땐 가치가 낮게 판단될 가능성이 있고, 견제를 위해 다른 사업자가 참여할 땐 적정가치보다 과도하게 높게 형성돼 시장이 균형을 잃을 수 있다"면서 "2월 입찰은 너무 급하다. 경매가 제대로 운영이 될지, 시장 왜곡이 없을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므로 대가할당 방법론을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KT에 LG유플러스가 누릴 이익에 상응하는 보상이 필요하단 의견도 냈다. 김 교수는 "한 사업자에게만 할당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서비스에 대한 품질 개선 기회를 독점적으로 가져간다는 데 나도 동의한다"며 "특혜가 누적되면 시장의 가치를 왜곡할 우려가 있으므로 다른 사업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상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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