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LG유플러스의 지난해 연간 합산 영업이익이 4조원을 넘으면서 10년만에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5세대(5G) 서비스 가입자 확대에 따라 통신 3사 실적이 나란히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 외형보다 영업이익이 도드라지게 확대된 것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 개선은 통신사 본연의 사업 경쟁력 강화로 인한 결과라기보다 설비투자 축소 등 비용 절감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5G 서비스가 2019년 4월 상용화 이후 품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통신사들이 서비스 품질과 직결되는 네트워크 투자에 주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3사 연간 합산 영업익 4조원 돌파 전망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통신3사의 연간 합산 영업이익은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합산치(3조4196억원)보다 17%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달 28일 실적을 발표한 LG유플러스만 해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원에 육박한 979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오는 9일 각각 실적을 발표하는 SK텔레콤과 KT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뚜렷하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전년보다 1000억원, KT는 4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5G 가입자 확대가 통신사 실적 개선을 견인하고 있다. 5G 가입자 수는 2020년 말 기준 1185만여명에서 지난해 11월 20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갤럭시 Z폴드3·Z플립3와 애플의 아이폰13 시리즈 등 신규 단말 출시 효과에 힘입어 가입자가 확대됐다.
매출보다 영업이익 증가 폭이 컸다. 통신3사의 지난해 연결 합산 매출은 57조원으로 전년 대비 2%가량 증가한 데 그쳤으나 영업이익은 17%로 두자릿수 성장한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사 실적을 걷어낸 별도 기준으로 집계해도 마찬가지다. 통신3사의 지난해 합산 매출 증가율은 3%에 그쳐 영업이익 증가율(23%)에 못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영업이익이 뚜렷하게 늘어난 것은 비용 절감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설비투자(CAPEX)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5G 상용화 첫해인 2019년 8조7900억원에 달했던 통신 3사의 CAPEX는 이듬해 7조4600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에도 감소세를 이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LG유플러스만 해도 지난해 연간 CAPEX는 2조3500억원으로 전년 2조3805억원보다 1.5% 줄었다.
5G 덕 본 통신3사, 설비투자엔 인색
5G 상용화가 올해로 4년 차를 맞았지만 품질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5G 서비스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규모의 기지국을 구축해야 하나 실제 기지국 수는 이에 못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통신3사가 준공을 완료한 28기가헤르츠(㎓) 5G 기지국은 138대다. 당초 통신3사가 약속했던 의무구축 수치인 4만5000대의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품질 논란에도 통신사들의 CAPEX는 감소 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대신증권 김회재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통신사들의 3.5㎓ 대역의 아웃도어 커버리지 구축은 대부분 마무리됐다"며 "농어촌 지역은 3사 공동 구축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CAPEX는 감소 추세에 진입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시민단체는 통신3사가 당초 약속한 대로 설비투자를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통신3사가 애초에 공언했던 만큼의 설비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5G 기지국 설치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속도나 서비스를 담보하지 않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5G 상용화 4년 차에 접어든 만큼 투자 사이클에 의해 CAPEX가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투자액을 줄이는 방향은 아니"라면서 "품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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