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사상 처음으로 KT와 LG유플러스에게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결정했다. SK텔레콤은 취소 결정을 피했지만, 이용기간 단축 처분을 받았다.
통신사들이 이동통신 사업을 하기 위해선 주파수가 필요하다. 그런데 주파수는 정부 소유다. 정부가 통신사로부터 돈을 받고 주파수를 빌려준다. 이때 정부는 통신사들에게 투자 이행조건 등을 붙이면서, 정책 가이드라인을 반영시킨다.
이번에 정부가 주파수 할당을 취소한 배경에는 바로 '이행조건'이 실행되지 않아서다.
망 구축률 낮아
과기정통부는 18일 5G 주파수 할당 조건에 대한 이행 점검 결과, KT와 LG유플러스에 대해선 28㎓ 대역 할당 취소 처분을 내렸다. SK텔레콤에게는 28㎓ 대역의 이용 기간 10% 축소(6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 같은 점검 결과가 나온 결정적인 이유는 정부의 기준보다 낮은 28㎓ 망 구축 실적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2018년 통신 3사에 5G 주파수 할당 조건으로 △3.5㎓ 대역 2만2500개의 기지국 △28㎓ 대역 1만5000대의 장치를 구축하도록 했다. 기지국 하나당 통신 장치가 2개가 필요하므로 사실상 7500개의 28㎓ 기지국 설치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3.5㎓ 이용 기한은 10년, 28㎓의 이용 기한은 5년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작년 12월31일 기준 SK텔레콤의 28㎓ 장치는 1605대(10.7%) 설치됐다. KT는 1586대(10.6%), LG유플러스는 1868대(12.5%)를 설치했다. 이로 인해 통신 3사 모두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는게 과기부 설명이다.
28㎓ 대역의 평가 결과 SK텔레콤은 30.5점, LG유플러스 28.9점, KT는 27.3점을 거뒀다.
3.5㎓ 대역의 경우 모든 사업자가 기지국 의무 설치 조건을 이행했다. SK텔레콤은 7만78776국(346%)을 설치했다. KT는 6만5918국(293%)을, LG유플러스는 6만6367국(295%)의 기지국을 세웠다. 기지국 의무 설치 기준 달성으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93.3점, KT는 91.6점을 받았다.
최종 운명은 12월에
과기정통부는 통신 3사에 대한 최종 처분을 다음달 청문 절차를 거쳐 진행할 계획이다. 청문회를 통해 2개 사업자에 대한 28㎓대역 할당 취소가 최종 결정되면 1개 대역에 대한 신규 사업자 진입을 추진한다.
과기정통부는 통신망 구축 사업의 초기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을 감안, 신규 사업자에 대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불확실한 경제 여건 속에서 5G 28㎓ 대역의 신규 투자자가 나타나기 어려울 수 있다"며 "28㎓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신호제어용주파수(앵커 주파수)를 시장 선호도가 높은 대역으로 공급하고, 주파수 이용 단위를 전국 단위가 아닌 일부 지역에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또 주파수 할당 조건을 이행하지 않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이행강제금 등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박 차관은 "주파수 할당이 취소된 사례는 처음이다"며 "정책을 담당하는 당국자로서, 그리고 3년여의 시간을 통신 3사와 28㎓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같이 노력했던 측면에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통신3사, 대책 마련 고심
통신 3사는 과기정통부의 결정을 받아들이면서도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KT 관계자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당시 KT가 28㎓를 활용한 5G 시범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이후, 주파수 실증사업이나 지하철 와이파이 공동투자, 5G 공공망 사업 단독 참여 등 28㎓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왔다"라며 "28㎓ 대역 인프라를 못 갖춘 것에 대해서는 송구한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더 좋은 품질의 통신 서비스를 합리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정부와 계속 협의하겠다"고 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정부의 결정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28㎓ 서비스 관련 국책사업에 참여하고 사업모델을 개발해왔으며, 통신 3사 중 가장 많은 구축 활동을 진행해왔다"고 했다.
또 "할당이 취소되면 공공와이파이, 지하철 와이파이, 스포츠 경기장, 공공기관 등에 이미 제공 중인 28㎓ 서비스의 중단으로 고객 피해가 예상된다"며 "이에 이용자 보호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 측은 "이번 정부 조치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서는 정부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