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KT·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에 5세대(5G) 이동통신 28기가헤르츠(㎓) 할당취소를 통지하면서 주파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 대역은 4G인 롱텀에볼루션(LTE)보다 약 20배 빠른 속도의 구현이 가능해 '진짜 5G'로 불리지만 마땅한 수요처를 찾지 못하면서 '계륵'으로 전락했다. 정부는 신규 사업자를 유치해 28㎓ 대역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28㎓ 대역 신규사업자 주파수 할당 방안을 마련해 다음달 말께 공고를 낼 방침이다. 해당 대역은 KT와 LG유플러스로부터 회수한 2개 대역 가운데 하나로 최소 3년 이상 신규 사업자에게 전용 대역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작년 말 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28㎓ 기지국 수가 주파수 할당 조건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해 SK텔레콤에는 이용기간 6개월 단축, KT와 LG유플러스에는 할당 취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이달 말까지 당초 할당 조건인 1만5000장치를 구축해야 했지만 이달 4일 기준 망 구축 수가 1650장치에 그쳐 최근 할당취소 처분을 사전 통지받았다. 과기정통부는 청문을 통해 SK텔레콤의 의견을 청취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이달 말 최종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28㎓ 대역은 사실상 사업자가 없는 상태가 됐다. 28㎓ 대역은 이론상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 구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파 도달 범위가 짧아 3.5㎓ 대역보다 훨씬 많은 기지국이 필요하다. 그만큼 설비 구축 비용이 많이 들지만 아직 마땅한 수요처를 찾지 못해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통신3사가 28㎓ 대역을 사실상 포기한 것도 이러한 사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6G 등 5G 다음 정책을 이어가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28㎓ 대역을 포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정부는 신규 사업자 유치를 통해 28㎓ 대역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초기 할당 대가 인하, 사업자금 조달 지원, 세액공제율 상향 등 인센티브도 제시했다.
문제는 통신3사도 포기할 만큼 28㎓ 대역의 사업성이 확보되지 못했다는 데 있다. 기존보다 망 구축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3000억원(과기정통부 추산)에 달하는 구축 비용도 부담이다. 업계에서 제4이동통신사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전문가들은 신규 사업자 유치를 위한 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오픈루트 전문위원)는 "아직은 28㎓ 대역에 대한 콘텐츠나 플랫폼, 디바이스 등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신규 사업자를 유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처음에는 주파수 할당 대가를 거의 받지 않고 수익이 난 이후부터 후불로 주파수 비용을 회수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외에 제4이통 또는 이에 준하는 기간통신사업자의 진입을 위해 특정 대역을 폭넓게 남겨두고 나머지를 이음5G나 로컬5G 등 특수한 영역에서의 특화망으로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레퍼런스가 쌓인 이후에도 비용 회수는 가능한 만큼 일단은 정부 주도로 초기 레퍼런스를 쌓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