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 위메이드를 비롯한 주요 게임사들이 증권가 예상에 부합하지 못하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주가 급락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언택트로 집중을 받았던 게임주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던 차에 실적마저 기대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여기에다 'P2E(돈버는 게임)'와 'NFT(대체불가능한토큰)' '메타버스'로 한껏 주목을 받았던 게임사들이 아직 관련 사업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한 것도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증권가에선 주요 게임사에 대한 목표주가 줄하향이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에선 P2E와 NTF, 메타버스 등이 실체없 는 광풍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임 업계에선 P2E와 NTF, 메타버스 관련 사업이 아직 초반인 만큼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란히 '어닝쇼크' 기록한 게임업계
주요 게임사들의 작년 4분기 실적은 대부분 시장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에 실적을 발표한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30% 줄어든 1095억원으로 컨센서스(증권정보사이트 FN가이드 집계치)인 2062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크래프톤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컨센서스(2185억원)보다 80% 이상 하회한 430억원에 그쳤다. 컴투스 역시 컨센서스(171억원)보다 35% 못 미친 11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카카오게임즈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보다 세배가량 늘어난 479억원을 달성했으나 증권가 눈높이(621억원)에 부합하지 못했다. 넷마블은 컨센서스(710억원)보다 19%가량 낮은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러한 '어닝쇼크'는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15일 장 마감 이후 실적을 발표한 엔씨소프트 주가는 다음날(16일) 장중 한때 47만4500원까지 빠지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크래프톤 최근 주가는 최근 3개월 고점 대비 60% 떨어졌다. 컴투스와 카카오게임즈, 넷마블의 주가도 각각 이 기간 36%, 34%, 24% 하락했다.
P2E 게임으로 유례없는 각광을 받고 있는 위메이드 주가도 크게 흔들렸다. 위메이드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2540억원으로 전년동기 31억원 영업손실에서 흑자전환하는 등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장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위메이드 영업이익 가운데 '위믹스' 코인 유동화(매각액) 2255억원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285억원으로 컨센서스(763억원)를 하회했다는 이유에서다. 위메이드 주가는 최근 3개월 고점 대비 54%나 떨어진 수준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전날(16일)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주가 하락의 이유로 많은 분들이 유동화를 제외한 실적 규모가 작다는 것을 꼽았다"라며 "실적 자체보다 중요한 건 추세로 시간이 지나면 성과가 답해줄 것"이라고 밝혔다."신사업도 실적 받쳐줘야"
주요 게임주들의 주가 급락은 급등세를 보였던 지난해 3분기 때의 분위기와 크게 다른 모습이다. 당시 일부 기업의 주가는 부진한 실적을 거뒀음에도 P2E·메타버스 사업 진출 소식만으로 크게 요동친 바 있다.
국내 게임사들은 블록체인 기반 게임 등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고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대표 게임 '리니지W'에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적용하고 올해 3분기 중 북미와 유럽에 출시할 예정이다.
넷마블도 오는 3월 선보일 'A3: 스틸얼라이브'를 시작으로 전체 게임의 70%에 블록체인을 연계할 방침이다. 위메이드가 지난해 8월 출시한 블록체인 게임 '미르4 글로벌'은 흥행에 성공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실내 활동 시간이 늘어나면서 게임주는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혔다. 하지만 팬데믹 종식 기대감이 커지면서 수혜주 카테고리에서 점차 벗어나는 양상이다. 여기에 신작 경쟁력 약화, 펀더멘털 훼손 등으로 올해 들어 약세를 보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닝쇼크까지 기록하며 주가는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4분기 게임사들의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P2E·메타버스·블록체인 플랫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같이 반영되고 있다.
이종원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어떠한 미래 기술에 기반한 흥행력은 펀더멘털이 받쳐줘야 주가를 부상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된다"며 "게임주의 경우 실적 발표 이후 컨센서스를 하회하면서 신사업 수익 모델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되고 투자 스탠스가 투매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한국게임학회장) 역시 "코로나19 상황이 끝나가면서 게임산업 성장세가 주춤했던 2019년으로 다시 돌아가는 모습"이라며 "P2E·코인·메타버스 역시 버블이 꺼지면서 얼마나 경쟁력 있는 글로벌 IP를 가졌냐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분간 보수적 기조 이어질 것"
증권가는 게임주에 대한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당분간 주가 상승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종원 연구원은 "반등은 실적이 받쳐주는 개별 종목을 위주로 일어날 것"이라며 "매출 볼륨, 신작 이슈가 없는 종목의 경우 신사업 성장성을 입증하기 전에는 보수적인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게임업계는 P2E·메타버스 등 신사업이 극초기 단계인 만큼 메타버스가 허상이라는 비판은 과하다는 입장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시장의 경쟁이 국내외에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확률형 아이템 등 논란에서 벗어난 신사업으로 블록체인을 낙점한 것"이라며 "아직은 사업 극초기인 단계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에는 P2E나 NFT 게임을 준비하는 회사들이 완성도 있는 게임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며 "국내 시장에서도 관련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책·가이드 등 기반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실적 쇼크를 계기로 게임사들이 미래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정현 교수는 "어닝쇼크를 계속되면 나중에는 투자 여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2020~2021년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