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배터리 리콜 문제로 한차례 출시를 미뤘던 한국GM의 쉐보레 볼트EV가 출시됐다. 2022년형 볼트EV는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임에도 내·외관 디자인을 대폭 바꾸며 신차급 변화를 줬다.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다. 한국GM은 이전 모델보다 700만원 가격을 낮춘 4100만원에 2022년형 볼트EV를 출시했다.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 2000만원대 후반에서 3000만원대에 볼트EV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보조금 100% 혜택 기준에 맞춰 5500만원짜리 전기차를 출시하는 것과 대조하면 볼트EV의 '가성비'는 매력적이다.
가격을 낮춘만큼 차에 대한 눈높이도 낮춰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았다. 지난 2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까지 왕복 약 71km를 주행하면서 볼트EV를 왜 가성비 전기차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아담한 외형-탄탄한 하체
볼트EV의 전면부를 보면 전기차의 정체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막혀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 뭉툭한 전면부에서 이어지는 날카로운 램프를 보면 전기차 특유의 미래 지향적인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이전 모델과 비교하면 램프, 라디에이터 그릴 등이 모두 바뀌었다. 다만 아직 내연기관차가 익숙한 기자의 눈에는 그 미래지향적 디자인이 어색하게 느껴지긴 했다.
소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인 볼트EV는 전장 4140mm, 전폭 1765mm, 전고 1595mm로 동급 전기차와 비교했을 때 몸집이 작은 편에 속한다. 소형 전기 SUV로 분류되는 현대차의 코나EV, 기아의 니로EV보다 전장과 전폭의 길이가 짧다. 차의 무게도 45~110kg가량 가볍다. 볼트EV의 공차 중량은 1640kg에 불과하다.
아담한 겉모습과 달리 내관에 들어서면 내부 공간은 제법 넓다. 운전석에 앉으면 소형 SUV임에도 큰 윈드실드(앞 유리) 덕에 시야가 확 트인다. 뒷좌석에 앉았을 때도 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레그룸이 넉넉했다. 다만 1열과 달리 2열에 앉았을 때 머리 위 공간이 덜 남았다. 만약 180cm가 넘는 성인 남성이 뒷좌석에 앉는다면 불편할 듯싶었다.
기본 적재 공간은 405ℓ로 넉넉하다. 2열 시트를 접으면 적재 공간은 최대 1229ℓ로 넓어진다. 짐을 실을 일이 많은 운전자나 차박(차에서 캠핑)을 즐기는 캠핑족들에게 추천해줄 만 하다.
운전자석에 앉아 10.2인치 고화질 터치스크린을 이리저리 작동해 봤다. 여러 가지 앱을 누르자 즉각적으로 실행됐고,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서 느낄 수 있는 부드러운 터치 감도도 인상적이었다. 터치스크린을 통해 배터리 잔량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기어는 버튼식으로 변경됐다. R(후진)과 D(주행)는 당겨야 하고 P(주차), N(중립)은 버튼을 눌러야 한다. 안전을 위한 설계다. 누르는 방식보다 당기는 방식이 아무래도 더 많은 동작을 요구하니 주의를 기울여야 할 R과 D 버튼에 당기는 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이날 시승지는 3가지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기자는 3가지 코스 중 구불구불한 도로가 많은 에버랜드를 찍고 돌아오는 코스를 택했다. 한국GM 관계자가 기자에게 "이번 볼트EV는 하체가 굉장히 보강돼 밸런스적으로 훌륭하다"고 말했는데 이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코너링 구간에서 핸들을 이리저리 돌렸다. 한쪽에 쏠림 없이 차의 중심이 잘 잡혀 주행감이 안정적이었다. 한국GM 관계자는 "배터리 위치를 하단에 위치시킨 결과, 무게 중심이 전체적으로 아래로 내려갔다"며 "전체적으로 무게중심이 아래로 쏠리니 안정적인 코너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승차감은 아쉬움을 남겼다. 고속도로를 진입해 속도를 조금 높이자 거친 노면의 진동이 운전석에 그대로 전달됐다. 전기차답게 힘이 좋아 가속은 빠르게 붙지만 시속 100km를 넘어서자 차제가더 크게 흔들렸다. 풍절음도 컸다.
회생제동 기능도 보완이 필요해보였다.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 대부분은 회생제동의 강도를 강-중-약으로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볼트EV의 회생제동 모드는 온/오프(On/Off) 모드뿐이었다. 회생제동의 강도가 굉장히 강해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엑셀 페달을 떼면 즉각적으로 회생제동이 걸려 속도가 급감했는데 마치 브레이크 페달을 세게 밟는 느낌이었다.
가격은 싼데 충전시간은 고민
볼트EV를 말할 때 가격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단일트림으로 출시되는 2022년형 볼트EV의 기본형 모델 기준 가격은 4130만원이다. 전기차 보조금 100% 혜택 기준에 맞춰 5500만원짜리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는 것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저렴하다. 한국GM 관계자는 "편의사양, 첨단주행보조 기능 등이 추가됐음에도 직전 모델보다 가격을 700만원 가량 낮췄다"며 "가격을 대폭 낮추면서까지 전기차 대중화를 앞장서겠다는 GM의 의지로 봐달라"고 강조했다.
내부 인테리어, 각종 기능 등 다양한 옵션으로 차 값을 높여 받는 꼼수도 없었다. 이번 볼트EV의 옵션은 테크패키지(180만원). 내비게이션(40만원) 2가지 뿐이다. 휠, 천연가죽시트, 스마트폰 무선충전, 애플 카플레이, 인포테인먼트 등이 모두 기본 품목에 포함돼있다. 옵션을 모두 포함한 차 가격은 4350만원.
여기에 정부 보조금(지자체별 상이)을 모두 받으면 차 가격은 3000만원 초반대 선으로 떨어진다. 옵션을 제외한다면 일부 지자체에선 2000만원 후반대(청주시 1400만원 지원)에 볼트EV를 구매할 수 있다. 볼트EV는 전기차를 타고 싶지만 내연기관차 대비 비싼 가격에 고민하는 소비자들에게 대안이 돼줄 수 있는 차였다.
성능이 뒤처지는 것도 아니다. 전기차 성능의 주요 지표 중 하나인 볼트EV의 주행거리는 414km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401~429km)와 기아의 EV6(434~475km) 롱 레인지 모델 수준엔 못 미치지지만 스탠다드 모델(아이오닉5 336km· EV6 370km)보다는 길다.
다만 충전시간은 긴 편에 속한다. 볼트EV를 급속 충전(7핀, DC콤보)모드로 80% 수준까지 충전하는데 약 1시간이 소요된다. 완속 기준으론 약 8시간이 걸린다. 초급속 충전시 약 15분만에 배터리 용량 80%를 충전할 수 있는 일부 전기차와 비교했을 때 충전 소요시간이 약 4배가량 차이나는 셈이다.
'차'를 전문가만큼은 잘 '알'지 '못'하는 자동차 담당 기자가 쓰는 용감하고 솔직하고 겸손한 시승기입니다. since 2018.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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