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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주행능력 eGV70…'모델Y와 대결'

  • 2022.03.21(월) 17:35

[차알못시승기]
제네시스 세번째 전기차 eGV70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파생형 전기차 모델 'Electrified GV70'(이하 eGV70)을 최근 출시했다. eGV70은 파생형 모델 'eG80', 전기차 전용 모델 'GV60'에 이어 제네시스가 선보이는 세번째 전기차 모델이다. 최근 제네시스는 2030년까지 6개 이상의 전기차를 시장에 내놓겠다고 공언했는데, 목표를 벌써 절반이나 채운 셈이다.

지난 17일 2시간30분여 동안 전기차 eGV70를 시승했다. 시승 코스는 하남 스타필드 야외주차장에서 경기도 가평군 제빵소덤 대성리점을 왕복하는 약 120여km 구간. 사회 초년생인 기자가 eGV70을 시승하면서 '카푸어(경제력에 비해 비싼 차를 구매해 궁핍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가 돼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을 느꼈다. 물론 곧 이성을 찾긴 했다. 

자세히 보면 다르다

전기차 GV70의 외관. /영상=나은수 기자 curymero0311@

eGV70은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기반으로 제작된 전기차 전용 모델이 아닌 '파생형 모델'이다. 내연기관 GV70의 기본 플랫폼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전장, 전폭 등 크기가 내연기관 모델과 동일하다. 

다만 차량을 자세히 살펴보면 외관상 몇 가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전면부에 있는 그릴이다. 내연기관 모델의 그릴은 엔진 열을 식히기 위해 구멍이 있지만 전기차 eGV70의 그릴은 막혀있다. 막혀있는 그릴은 충전구 역할을 한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그릴이 막혀있다 보니 내연기관차보다 공기저항계수를 낮출 수 있었고 가속력과 배터리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기차 GV70의 앞면은 그릴이 막혀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나은수 기자 curymero0311@

내연기관 모델보다 무게는 더 무겁다. eGV70(휠 20인치 기준) 무게는 2245kg으로 내연기관모델보다 약 360kg 무겁다. 엔진 대신 차체 하부에 77.4kWh 배터리가 탑재되면서다.

다만 무거워진 만큼 차량은 더 튼튼해졌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내연기관 GV70과 비교했을 때 차체 강성도가 23% 가량 높아졌다"며 "무게가 늘어나다 보니 차를 잡아주는 골조가 더 튼튼하게 설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뼈대가 더 튼튼해졌다는 얘기다. 

실내 공간은 조금 좁아졌다. 내연기관 GV70보다 레그룸이 16mm, 헤드룸이 12mm 줄었다. 민감한 사람이 아니라면 느끼지 못할 정도의 차이긴 하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12V 배터리가 뒷쪽에 실리면서 트렁크 공간이 소폭 앞으로 밀려 레그룸이 좁아졌다"며 "헤드룸 역시 하단 부분에 배터리가 들어가면서 시트가 소폭 올라가 12mm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부드러운 승차감, 안정적 주행능력

GV70의 실내 모습 /사진=나은수 기자 curymero0311@

시승을 위해 시동(전원) 버튼을 눌렀다. 전기차 효과음으로 '시동이 켜졌구나'를 인식할 수 있었다. 액셀을 밟자 부드럽게 차가 앞으로 나갔다. 

차의 무게가 2000kg를 훌쩍 넘음에도 액셀을 밟으면 차는 주저 없이 앞으로 나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로 도달하는 속도가 4.5초에 불과할 정도로 힘이 좋다. 시속 100km에 도달해도 실내가 워낙 고요하고 주행 진동이 없어 '내가 지금 100km로 주행하고 있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날 고속도로엔 차가 텅텅 비어있어 eGV70의 가속능력을 맘껏 체험해 볼 수 있다. 보통 일정 속도를 넘어서면 풍절음이 들리기 마련인데 이런 거슬리는 소리도 발생하지 않았다. 나중에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모든 좌석에 이중접합유리가 적용돼 풍절음이 현저히 적게 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시승 코스엔 유독 코너 구간이 많았다. 약 10여 분 동안 구불구불한 길이 이어지는 동안 스티어링휠을 이리저리 움직여도 차체가 쏠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아줬다. 차선을 살짝 넘을 것 같으면 스티어링 휠이 스스로 중심을 맞춰 안정적인 주행을 도왔다.  

코너 구간 중간 중간에 과속방지턱도 많았다. 자동차를 잘 아는 지인 중 한명으로부터 "차의 성능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과속방지턱을 넘었을 때 알 수 있다" 얘기를 들은 것이 생각나 직접 확인해봤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시속 50~60km 속도로 과속방지턱을 넘어봤는데 차가 위아래로 크게 출렁이지 않고 안정적으로 지나갔다. 

경유지를 찍고 돌아오는 길엔 부스트 모드를 반복 시행해봤다. 운전대 가운데에 있는 부스터 모드 버튼을 누르면 약 10초간 이 기능이 실행된다. 마치 만화 드래곤볼의 주인공 손오공이 에네르기파를 쏘기 위해 기를 한곳에 모으는 것처럼 이 차 역시 한껏 힘을 모아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든다. 시트는 자동으로 허리를 감싸주며 부스터 모드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부스트 모드를 누른 뒤 제로백은 4.2초로 단축된다고 한다. 

제네시스 브랜드 처음으로 'e-터레인 모드'가 장착된 것도 특징이다. e-터레인 모드는 운전자가 눈길, 모래길, 진흙길 모드를 상황에 맞게 설정하면 차가 이에 맞춰 안정적 주행을 보조한다. 

시승을 마치고 돌아보니 계기판엔 찍힌 전비는 5.5km/kWh. 정부로부터 공인받은 복합 전비 4.3km/kWh를 훨씬 웃도는 능력을 선보였다. 이날 차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저·고속을 반복한 것을 감안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짧은 주행거리는 아쉬움

/사진=제네시스 제공.

지난 11월 출시된 GV60를 시승했을 때 그간 제네시스에서 느낄 수 있던 고급스러움이 묻힌 듯싶어 아쉬움이 남았었다. GV60은 '디지털 미러', '페이스 커넥트', '크리스탈 피어' 등 각종 신기술들이 장착된 전기차 인터라 앞으로 제네시스가 지향하게 될 전기차가 어떤 것이지 느낄 수 있는 모델이었다.▷관련기사: 제네시스 GV60 타면서 아이언맨 떠오른 이유(11월8일)

이런 점에서 eGV70는 기존 제네시스의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소비자에게 적합한 차인 듯 싶다. 제네시스의 주 구매층이 중후한 40~5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가격은 경쟁차종인 테슬라 모델Y(롱레인지 모델 8499만원)와 비교하면 낮다. eGV70의 기본모델 판매가격은 개별소비세 3.5%를 적용하면 7332만원. 기본 모델에 모든 옵션을 추가하면 가격은 8740만원(개소세 적용) 수준이다. 여기에 각종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적용하면 8314만원(서울시 기준)까지 내려간다. 

다만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길지 않은 것은 다소 아쉽다. 이날 시승한 20인치 휠 장착 eGV70모델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73km(19인치 휠은 400km) 였다. 테슬라 모델Y 롱레인지 모델 주행거리가 500km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차'를 전문가만큼은 잘 '알'지 '못'하는 자동차 담당 기자가 쓰는 용감하고 솔직하고 겸손한 시승기입니다. since 2018.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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