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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V60 타면서 아이언맨 떠오른 이유

  • 2021.11.08(월) 10:38

[차알못시승기]
내연기관차처럼 그릴 디자인 살려 차별화
스마트폰처럼 얼굴 인식해 차문 열고 타면
눈 확 띄는 '크리스탈 스피어'가 상태 알려줘

마블 시리즈 중 하나인 영화 아이언맨에는 자비스라는 인공지능(AI) 비서가 나온다. 자비스는 주인공 토니 스타크에게만 반응하고 그의 명령만 수행하는 충실한 비서다. 논리연산·판단 능력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다. 

지난 3일 제네시스의 첫 전용 전기차 GV60를 시승하면서 AI 비서인 자비스가 떠올랐다. 운전자를 인식해 스스로 차문을 열거나 상황에 따라 알맞은 주행 환경을 제공하는 모습 등을 경험하면서 GV60에 AI 비서가 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다른 전기차와는 차이 나는 '얼굴'

제네시스 GV60. /사진=제네시스 제공

GV60를 처음 본 순간 '전기차 맞아?'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보통 전기차는 외관상 쉽게 식별이 가능하다. 엔진을 냉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거나 그 크기가 작다.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 기아의 'EV6'가 그렇다.

하지만 GV60는 오히려 라디에이터 그릴을 살려 디자인적 요소로 풀어냈다. 기존 내연기관차의 외관에 익숙한 터라 GV60가 전기차임에도 익숙하게 다가왔다. 현대차가 밀고 있는 고성능차 브랜드 'N'의 느낌도 가미된 듯했다. 주행성능에도 자신감이 있다는 것처럼 보이는 디자인이다.

전면부는 제네시스 정체성인 두 줄 형태의 쿼드램프를 이어감과 동시에 클램쉘(Clamshell) 후드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클램쉘 후드는 펜더(측면부에 위치한 바퀴덮개)와 후드를 조개껍데기처럼 하나의 패널로 구성한 것을 말한다. 클램쉘 후드 디자인을 적용한 건 제네시스 시리즈 중 GV60가 처음이다. 쿼드램프와 클램쉘 후드의 자연스러운 이어짐이 세련돼 보였다.

동급 차량과 비교했을 때 겉모습이 큰 차는 아니다. GV60의 전장(차 길이)은 4515mm로 동일하게 준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로 분류되는 아이오닉5(4635mm)나 EV6(4680mm)보다 짧다. 하지만 12~16cm가량 차이 나는 외관에 비해 실내 면적은 넓은 편이다. 실내 면적을 가늠할 수 있는 축간거리는 2900mm로 EV6와 같다. 아이오닉5보다는 100mm 짧았다.

크리스탈 스피어의 모습. /사진=나은수 기자 curymero0311@

내장에서는 전자 변속기인 '크리스탈 스피어'가 가장 눈에 띄었다. 구(球)체 형태인 크리스탈 스피어는 시동을 걸면 180도 회전해 변속기로 변신한다. 왜 굳이 변속기 디자인에 이렇게까지 힘을 줬는지 궁금했다. 이유를 묻자 "전기차는 엔진 소음이 없기 때문에 시동 상태를 소리로 알지 못한다. 하지만 GV60은 크리스탈 스피어를 통해 시동 상태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도 눈에 들어왔다. 차 앞문 옆에 설치된 카메라 렌즈 크기는 아이오닉5에 비해 더 작다. 차선을 변경하기 위해 깜빡이를 켜면 디지털 사이드 미러에 빨간 선이 뜬다. 운전자가 안전하게 차선 변경을 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기능으로 차선 변경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스스로 경고음을 낸다.

GV60의 디지털 사이드 미러 /사진=나은수 기자 curymero0311@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지문과 얼굴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등록했다. 키가 없어도 얼굴을 인식해 차 문을 잠금·해제하는 '페이스 커넥트' 기능이다.  

기계에 익숙지 않은 운전자들도 쉽게 등록할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간단했다. 등록을 완료한 뒤, 운전석 문 쪽에 있는 B 필러(앞문과 뒷문 사이 기둥) 부위에 얼굴을 비추자 녹색 불빛이 들어오면서 차 문이 열렸다.

인식도 잘 해냈다. 모자를 쓰거나 안경을 착용해 테스트를 해봤는데 마스크를 썼을 때를 제외하곤 페이스 커넥트가 원활히 작동됐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페이스 커넥트는 딥러닝(AI 학습) 기술이 활용됐기 때문에 사용할수록 정확도가 점점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차 문을 열고 운전자 석에 앉자 초기에 설정한 핸들, 운전자석 높낮이가 자동으로 맞춰줬다. '당신과의 교감을 위해'라는 GV60의 모토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다만 너무 가까이 얼굴을 비추면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옆 차가 바짝 붙어 있는 주차장 같은 곳에선 활용이 어려울 듯했다. 

제로백 단 '4초'

얼굴 인식을 통해 차문을 여는 모습. /사진=나은수 기자 curymero0311@

가속(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자 부드럽게 차가 밀려 나갔다. 날렵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다고 묵직함도 놓치지 않았다. 속도를 높여도 차체에 흔들림이 없었고 풍절음도 들리지 않았다. 곡선 코스를 주행할 때 차체 자체가 힘있게 잡아주는 덕분에 몸도 쏠리지 않았다.

전기차답게 힘도 좋았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직접 재보지는 않았지만 순식간에 가속이 붙는다는 걸 체감하긴 충분했다. 시승을 마친 뒤,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제로백이 4초가량(부스트 모드 사용 시)이라고 했다.

속도를 조금 더 즐기고 싶어 시속 100km를 넘어서도 더 밟아봤다. 그러자 운전자석 시트가 스스로 기자의 허리를 잡아줬다. 순간 가속에 몸이 쑥 밀리지 않도록 시트가 안마의자처럼 허리를 안전하게 감싸줬다. 내 안전까지 챙겨주는 꼼꼼한 비서가 타 있는 느낌이 다시 한번 들었다. 

전비도 공인 복합전비(4.1km/kWh)보다 우수하게 나왔다. 약 70여km 시승을 마치고 전비를 확인해본 결과 5.7km/kWh가 나왔다. 아직 운전 경력이 1년이 채 되지 않은 초보 운전자라 과격하게 테스트하며 몰지 못했다고는 해도, 예상보다 훨씬 높은 전비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1회 충전 주행거리였다. 이날 시승한 차는 퍼포먼스 AWD 모델로 배터리 용량은 77.4kWh다. 하지만 완충 후 공인 주행거리는 368km였다. GV60 모델 중 가장 비싼 트림이지만 고성능인 만큼 주행거리는 오히려 가장 짧다. 주행거리를 중요시하는 운전자라면 표준형인 스탠다드 모델을 선택하면 된다. GV60 2륜(2WD) 스탠다드 모델의 주행 거리는 451km다. 

이와 비교할 만한 현대차 아이오닉5(AWD 기준) 공인 주행거리는 배터리 용량이 58kWh인 스탠다드 모델이 336km, 77.4kWh인 롱레인지 모델은 429km다.

GV60의 가격은 깡통차(기본형 모델)를 기준으로 5990만원이다. 물론 각종 옵션을 더하면 차 값은 7000만원을 넘는다. 제네시스의 주 고객층이 경제력을 갖춘 고소득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 있는 가격정책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크지 않고, 달릴 줄 알며, 미래 지향적 매력을 뿜는 이 차에 매력을 느낄 젊은 층에게는 멀기만 한 가격대였다.

'차'를 전문가만큼은 잘 '알'지 '못'하는 자동차 담당 기자가 쓰는 용감하고 솔직하고 겸손한 시승기입니다. since 2018.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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