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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 정기선 체제 닻 올린다

  • 2022.03.22(화) 16:54

이사회 진입…그룹 변화 예고
실적 개선·자회사 상장 과제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 사장이 사내이사에 진입하면서 변화가 예고된다. 기틀을 다지는 '정기선 체제'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현대중공업그룹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된다. 정기선 사장 앞에는 신사업 추진을 통한 변화 외에도 실적 개선·자회사 상장 등 현안도 있어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 사장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정기선 사장, 이사회 진입…책임경영 한걸음 더

22일 한국조선해양은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정기선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정기선 사장은 주총 후 열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현대중공업지주도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정기선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이날 현대중공업지주는 사명을 'HD현대'로 변경하는 안건도 의결할 방침이다. 'HD'는 '인간이 가진 역동적인 에너지'(Human Dynamics)로 '인류의 꿈'(Human Dreams)을 실현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제조업 중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투자 지주사로서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회사 관계자는 "사명 변경을 계기로 향후 미래사업 분야의 신성장 동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발굴·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선 사장이 올해 현대중공업지주, 한국조선해양 사내이사로 진입하는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내일(23일)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새로운 반세기 항해를 시작하는 시점이라는 점 외에도,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지주사와 조선 사업 중간지주사에 대한 장악력을 더욱 높이는 행보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는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으로 구성됐다. 작년말 기준 현대중공업지주 최대주주는 정기선 사장의 부친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지분율 26.6%)이며, 정기선 사장 지분율은 5.26%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한국조선해양의 최대주주로 지분율은 30.95%다.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부회장은 주총에서 "다가올 새로운 50년, 해양 모빌리티 시장에서 미래가치 창출을 위해 기술 중심의 엔지니어링 회사로 완전히 탈바꿈해 나갈 것"이라며 "기술과 인재를 회사경영의 핵심가치로 삼고 친환경·디지털 선박기술을 고도화하는 한편, 그룹 조선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통해 올해 하반기 완공될 글로벌 R&D센터에서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어떤 변화 이끌까…주주가치 제고도 관심

정 사장은 이번 사내 이사 진입을 계기로 그룹의 변화를 주도할 전망이다. 정 사장은 2018년부터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을 맡아 계열사별 사업전략·성장기반을 마련했고,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로서 사업 안정화 및 성장기반 마련에도 기여한 까닭에 그룹의 기대감이 크다. 

회사 관계자는 "정 사장은 최근에는 신사업 발굴과 디지털 경영 가속화, 사업 시너지 창출 등 그룹의 미래전략 수립에 역량을 발휘해왔다"고 설명했다.

실적 개선도 향후 과제다. 한국조선해양의 경우 작년 1조3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원이 넘는 등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정유 사업 부문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만 1조1424억원에 달한 덕이었다. 

한국조선해양의 존재 가치도 증명해야 한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을 거느린 중간지주사로, 2019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출범했다. 그러나 올해 초 유럽연합(EU)이 양사의 기업결합을 불허하면서 기존 계획이 틀어졌다. 또 현대중공업에서 한국조선해양을 물적분할하면서 비상장사가 됐던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재상장하면서 한국조선해양의 지위가 애매해졌고, 투자 대상이 하나(한국조선해양)에서 둘(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로 분산돼 가치가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따라 한국조선해양은 조선 자회사들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면서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 기술 중심회사로 방향을 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측은 "신규 사업 개발을 통한 사업지주로의 역할 강화와 고배당정책,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검토 등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했다"며 "(삼호중공업 등) 자회사 상장은 지주·자회사 동시상장에 대한 개정안이 마련된 후 추진하고, 만약 법안 마련 전 추진할 경우 자체적인 주주가치 보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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